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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라서 행복해요"
김이슬 아마6단이 지키는 충남 홍성 목화유치원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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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바둑은 학습의 대상이 아닌 '놀이'다. 유아바둑교육 현장을 찾아가면 그곳은 항상 시끌벅적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열기로 가득차 있다. 상대가 룰에 어긋난 수를 뒀을 때 바로 돌고래 톤으로 "선생님"을 외친다. 이들은 바둑을 통해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중요한 것은 룰 안에서의 승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으로 2015년 유치부 무료지원 바둑교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선정한 유치원(어린이집)에 무료로 교구와 교재를 지원하고, 이 유치원에 한국기원 교육아카데미 강사교육을 마친 바둑지도사들을 파견하는 신개념 바둑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습지원을 요청한 유치원은 주로 서울, 경기 지역에 몰려있다. 최종 선정된 49개 유치원 중 지방으로 분류되는 유치원은 16개 정도다. 이 중에서 충남 홍성지역에서 두 개 유치원이 이름을 올렸다. 내포 유치원의 김정환(남, 33), 목화유치원의 김이슬(여, 27)이다. 김이슬이라면 올해 아마여류국수전(한국경제신문사 주최) 우승자 김이슬 아마6단이 아닌가? 김정환도 2003년 열린 '제1회 인천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아마 강자로 최근까지 충암바둑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어찌해서 홍성으로 내려갔을까?  ▲ 여류국수부 입상자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가 우승자 김이슬 아마6단. 김이슬은 그동안 아마여자대회에 꾸준히 출전해왔지만 우승컵을 안아보지는 못했다. 생애 첫 우승이 아마여성 대회 중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아마여류국수전이어서 더 값졌다. 특히 내년 1월 16일 오랫동안 사귀어온 김정환 아마6단과 결혼을 앞두고 거둔 우승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 둘은 바둑계에서 유명한 커플이다. 내년 1월16일에 부부의 연을 맺을 예정이다. 홍성은 5년 전에 김이슬이 먼저 자리 잡았고, 예비 남편 김정환도 그녀를 따라 서울에서 내려왔다. 이 둘은 홍성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중고등 바둑부 등 바둑교육에 전방위적으로 힘쓰고 있다. 내포유치원의 김정환은 화요일, 목화유치원의 김이슬은 수요일 수업이다. 시간에 맞는 목화유치원을 이번 탐방 목표로 정하고 전화를 걸었다. 김정환씨는 다른 일정이 있어 함께 만나진 못했다. 김이슬도 수요일 하루만 목화유치원에서 수업하고, 나머지 평일엔 초등학교 방과후교실과 충남 학교바둑부에 이틀씩 출강하는 바쁜 일정이고, 김정환씨는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충남 홍성에서 이 둘은 지역 바둑 활성화를 이끄는 보물이다. 가을햇살이 따사로운 10월에 목화유치원에 내려가 수업현장을 들여다봤다.  ▲ 충남 홍성군 홍성읍 대교리에 있는 깔끔한 신축건물. 정원이 아름다운 목화유치원이다.  ▲ 5년째 이어지고 있는 목화유치원 바둑수업 현장 목화유치원은 주변에 논밭이 넓게 보이는 작은 마을에 있었다. 몇 년 전에는 홍성버스터미널 앞 요지에 있었지만,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신축한 유치원은 3층 건물에 정원이 아름다운 곳이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 유치원 수업시간 전에 목화유치원에 도착했더니 고선숙 원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바둑수업 5년째' 고선숙 목화유치원장 - 목화유치원에서 바둑교육은 어떻게 시작했나?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바둑교육지원사업에 선정된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리 유치원은 이미 바둑을 가르친 지 5년째다. 지난 4년 동안은 충남바둑협회의 도움으로 김이슬 선생님이 재능기부형식으로 유치원에 왔다. 올해부터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지원을 해줘 더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있었다. 바둑은 유아들에게 딱 맞는 과목이다. - 바둑을 가르친 계기가 있다면 아이들은 말투만 고쳐도 행동이 따라가고 이어서 표정까지 달라진다. 웃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선 예쁜 말부터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의 말을 바꾸는 방식도 주입식 훈육으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말을 스스로 다듬고 체화할 수 있는 연극수업은 어떨까? 바둑을 가르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둑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자연스럽게 펼치게 만드는 도구다. 지난 4년동안 바둑을 배운 아이들을 살펴보면 창의성, 상상력, 표현력, 자신감에서 차이가 있었다. 2011년 가을 무렵부터 바둑, 장기, 체스 등 여러 종목을 놓고 고민했다. 홍성군 바둑협회장을 찾아가서 상담했더니 김이슬 선생님을 추천해주셨다. 처음에는 7세반 일부만 시범적으로 가르쳤는데 효과가 좋아서 현재는 6세반과 7세반 전 학급에 바둑수업이 들어가 있다.  ▲ "전 실전대국을 강조합니다." 목화 유치원 고선숙 원장 - 구체적인 효과라면? 집중력이 좋아졌고, 생활태도도 훨씬 의젓해졌다. 우리는 바둑규칙을 가르치는 것보다 실전대결에 시간을 많이 배정한다. 정해진 규칙하에서의 경쟁을 체험하는 거다. 더불어 예절교육과 인성을 다듬는 데도 바둑이 많이 도움을 준다." - 마지막으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은 정부가 주는 유아학비지원금에서 다섯 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 좋은 의도로 바둑교육을 시작해도 따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거둬야 한다면 유지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공립유치원보다 어려운 형편인 사립유치원에 더 눈길을 돌려주길 바란다."  ▲ 카메라만 가져가면 V자를 그리는 순진한 아이. 안 찍어 주기가 어렵다.  ▲ "정말 이렇게 둔 거야?"  ▲ 반상 앞에서 자세는 프로급이다.  ▲ 오늘의 교육 주제는 '환격'이다. 수업은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10분 정도 안에 이론을 마치고, 재미있는(?) 실전 대국이 수업시간 대부분을 차지했다. "바둑에 대한 인상은 유아시기에 만들어진다!" - 김이슬 아마6단 - 어떻게 연고도 없는 홍성에 내려와 바둑보급을 하게 되었나? 6살부터 바둑을 배워 7살엔 조치훈배 유치부에서 우승해 일본에 다녀온 사진이 남아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정도지만,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 전념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로가 되지 못했고, 검정고시로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바둑과는 약간 멀어졌다. 경남 진주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잠시 아르바이트로 바둑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때부터 바둑이 다시 좋아졌고, 가르치는 데 보람도 느꼈다.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이후에 홍성바둑협회 김태규 회장님이 불러주셨을 때 선뜻 응하게 되었다." - 유치원 바둑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유치원 교육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서 바둑을 가르쳐보면 유치원에서 바둑을 접한 아이와 아닌 아이는 학습속도나 이해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또 유치원에서 바둑을 접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바둑을 배우고 싶어한다. 어린 시절 바둑에 대한 단단한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바둑에 대한 인상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유아바둑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 두 타임의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30분 동안 잠시 유치원 벤치에 앉은 김이슬. 말하는 구절마다 유아바둑 교육에 관한 사명감이 녹아있었다.  ▲ 그녀의 활동반경이 충남에 한정된 건 아니다. 올해 제5회 압구정 여류최강전에 참가한 김이슬 아마 6단. - 아이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잘 이해하나?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사이에 차이가 크다. 이건 아이들의 수준 차이가 아니라 바둑을 접하는 환경에 영향이 있다. 오늘 환격을 배웠다. 가정에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바둑을 아는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 바둑판에 모양을 만들어 본다. 이런 게 반복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와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유치원에서 좀 이해도가 떨어지는 아이라도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 오면 또 처음 배우는 아이들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결국 어릴 때는 이해도가 중요한게 아니다. 어린 나이에 바둑과 접하고, 바둑돌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줘야 한다. 홍성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 바둑부를 다 가르치다 보니 유아교육이 가장 효과가 크고 중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다." - (예비)신랑도 함께 홍성으로 내려왔다. 처음에 어떻게 만났나? "6년 전 신안에서 열린 아마추어 단체전에서 같은 팀으로 만났다. 내가 먼저 대시했다.(웃음) 이런 이야기는 그 분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신나서 몇 시간이고 해줄 거다." (취재 후 김정환씨에게 전화를 할까 망설였지만, 여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생략했다. ^^;;) - 충남 바둑이라는 블루오션을 독차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홍성바둑협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후원해 주셔서 우리가 활동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또 바둑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이곳에 바둑이 뿌리내릴 수 있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파란색 스펀지 바둑판과 딱지 크기의 바둑돌은 모두 한국기원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교재다.  ▲ 아이들도 반상 앞에선 고민이 많다.  ▲ 실전대국에서 선생님은 이리저리 불려다니느라 더 바쁘고 정신이 없다.  ▲ 햇볕이 잘 드는 교실에서 바둑돌과 아이들이 반짝인다.  ▲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으로 유치부 무료지원바둑교실사업을 지원한다.  ▲ 바둑 보급의 최전선, 보람이 있다면 이런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잠시 나오는 미소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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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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