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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둑교육 12년 노하우' 한라유치원을 가다
한라유치원 강사들 "유치원생에 맞는 용어 철저히 정리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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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한라유치원’은 오로가 지금까지 탐방한 그 어느 유치원보다 독특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바둑을 도입했다. 2003년 개원. 그로부터 1년 뒤 바둑교육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12년차다.  국가가 주도하는 유치원 바둑 지원사업 ‘2015 유치부 무료지원 놀이바둑교실’과 더불어 올해 처음 바둑 교육을 시작한(그래서 바둑이 아직 생소한) 대다수의 유치원과 대조적이다. 어떤 유치원보다도 바둑교육을 일찍 시작해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원장이 바둑의 유익성을 일찍 그리고 마음 깊이 확신한 덕분이다. “유치원은 전체로서의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을 목표로 삼아 어린이의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곳이다. 바둑은 공간지각능력, 수리력을 발달시키고 인지적, 정서적 발달을 돕는다. 바둑을 하는 어린이들은 예절, 배려, 규범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바둑은 또한 가족을 소통하게 한다. 손녀딸이 먼 데 사시는 할아버지를 찾아가서는 함께 바둑을 두며, 엄마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들은 아버지와 바둑을 두는 풍경은 한라유치원 어린이에게는 낯설지 않다.” 한라유치원 변정심 원장의 말이다. 그저 평범한 유치원일 뿐인 한라유치원이 바둑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한라유치원은 2005년부터 '한라유치원장배 전도 유치원어린이바둑대회'를 매년 꾸준히 열고 있다. 제주도 전역의 유치원 아이들이 바둑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하고 있다. 바둑에 대해 이렇게 선구자적인 열정을 보이는 변원장의 바둑실력이 초급 수준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 한라유치원 정문.  ▲ 자연과 전통을 중시한다. 자연이 잘 보존된 제주도의 숲을 산책하는 ‘숲유치원’ 활동을 하고, 생협에서 제공하는 무농약 혹은 저농약 식품으로 급식을 받으며 된장, 간장 등 발효음식을 어린이들이 직접 담근다. 겨울에는 감귤 효소, 봄에는 매실 효소를 만들고 음료화해 마신다. 한라유치원의 원훈(건강하고 예의바른 어린이, 꿈을 키우는 창의적인 어린이, 자연을 사랑하며 더불어 사는 어린이)답다.  ▲ 좀 더 가까이 가봤다. '우수인증교육 기관 한라유치원'  ▲ 친환경적인 태도가 느껴지는 정문이다.  ▲ 한쪽 벽면을 미술작품이 채운다.  ▲ 유치원 내부 한켠엔 자연의 악기인 밤벨이 비치돼 있다. 한라유치원은 어린이 한 명당 하나의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며, 3년 연속 오카리나 대회에 참가해 매년 입상했다. 2015년, 한라유치원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바둑교육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까지 10년간 강효일 강사가 바둑교육을 책임져 왔는데 올해부터는 유치원 지원사업을 통해 김준식 강사가 가세했다. 한라유치원의 원생은 모두 210명인데 그 중 바둑을 배우는 180명을 강효일 강사과 김준식 강사가 콤비를 이뤄 교육하고 있다.  ▲ 10년 넘게 전통을 쌓아온 한라유치원의 바둑수업 장면 .  ▲ 어린이들은 주저 없이 손을 들어 강사의 물음에 답한다. 유치원바둑교육에 일찍 뛰어든 한라유치원인 만큼 노하우도 잘 쌓였다. 유치원생으로만 한정해 교육했을 때는 더욱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이곳 강사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초등생들이더라도, 연령대를 폭넓게 수용해 바둑을 가르칠 경우 제때 파악되지 않는 점이 유치원생으로 국한했을 때는 단박에 드러난다. 가령 바둑용어가 그렇다. 김준식 강사는 “바둑을 가르치는 모든 유치원에서 바둑용어 정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용어를 그대로 쓰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쓰는 바둑용어를 쓰면 어린이들은 잘 알아 듣지 못한다. 일반 바둑교실에서는 유치원생들이 형, 언니들과 함께 수업을 듣기에 알아듣는지 못하는 게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유치원생들만 모인 곳에서는 못 알아듣고 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가령 ‘젖히다’라는 용어는 이들 나이에서 쉽게 와닿지 않는다. ‘감싸다’ 정도로 바꾸는 게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효일 강사는 “<날일자 걸침>은 <날일자 공격>으로, <호구>는 <호랑의 입>으로 풀어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바둑에 좀처럼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결국 바둑이 주는 유익을 누리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 김준식 강사.  ▲ 강효일 강사.  ▲ 교실 뒤쪽엔 ‘2015 유치부 무료지원 놀이바둑교실’이 지원하는 바둑 교재가 가지런히 꽂혀 있다.  ▲ 할 땐 하지요~ 진지 대국 모드로 들어간 어린이들.  ▲ 한명 한명의 바둑을 모두 살펴보며 지도하는 강사들. 제주도에 바둑교육을 하는 유치원은 한라유치원 한 곳이다. 제주 다른 유치원에서 한라유치원의 시스템을 가져다 적용해보려던 시도가 몇 차례 있었는데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강사를 구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어렵고, 원장이 진득하게 바둑의 '효과'를 기다리지 못하는 등 갖가지 원인이 있었다. 학부모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도 3~4년 새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영어, 피아노, 발레 등 날이 갈수록 어린 나이 때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입시 위주의 교육 영향은 점차 미취학 어린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젊은 엄마아빠들의 관심은 조금씩 바둑에서 다른 것들로 옮겨간다. 제주도에 중국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해서 이제는 중국어 교육 열풍마저 분다. 바둑은 뒷전이다.” 한라유치원 원장의 우려 섞인 진단이다.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유치원 교육사업이 때마침 시작되었고, 이에 힘입어 제주도의 주춤대는 유치원 바둑의 양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변원장은 “선정된 전국의 49개 유치원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길 기대한다. 원장이 챙겨야 한다. 강사와 선생에게 맡겨 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유치원 바둑교육이 지속적이고 성공적일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유치원 바둑교육을 시행해 온 경험에서 우러난 지적이다.  ▲ 한라유치원의 원훈.  ▲ "우리는 바둑의 미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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