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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스포츠와 피지컬스포츠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전국소년체육대회 바둑 종목 경기 서귀포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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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처음으로 소년체전 정식종목으로 치러지는 순간이다.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바둑 경기가 5월30일 제주 서귀포 생활체육문화센터에서 시작됐다. 올 3월께 시도별 선발전을 거친 16개 시도(세종시가 빠졌다)의 초등 중등부 선수, 감독, 코치와 관계자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남녀단체전과 중학교 남녀단체전 4종목으로 치러진다. 3명 단체전의 메달 경쟁에 들어갔다. 제한시간은 30분 초읽기 30초 3회. 30일은 토너먼트 16강과 8강전을 치르고 31일엔 4강전과 결승을 진행해 메달의 주인공을 가린다. 모든 선수는 해당 시도 내에 재학중인 학생들로, 2015년도 선수등록을 마쳤다. ‘재학중’이란 자격이 의미하는 바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면 소년체전에 참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15분간 개막식이 치러진 뒤 '또각또각, 두타다다' 일제히 바둑알 놓는 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이번 소년체전은 17개 시도에서 선수, 임원 등 1만 7,000여 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룬다. 전국소년체전의 경기 종목 수는 바둑, 육상 수영 축구 등 35개(초등부 19개, 중등부 35개)다.  ▲ 경기 시작에 앞서 선서식이 거행됐다. 양제웅 군(중앙중1)과 홍민서(제주서중3) 양이 대표로 앞에 나와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 앞에서 선서했다.  ▲ 김수장 심판위원장이 주의사항을 말하고 있다. 초읽기기 시작되고 나서는 화장실을 한 번밖에 갈 수 없다는 점, 대국이 끝나면 복기하지 말고 즉시 퇴장해야 한다는 점, 선수와 관계자 그리고 기자 외에 아무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점 등을 알렸다. 소년체전은 얼마 만큼 중요한가 2015년 봄(1월27일), 바둑은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의 정식종목으로 들어갔다. 소년체전은 올해부터 곧장 치르고, 전국체전은 내년부터 정식종목으로서 치러진다. 바둑계로선 상당한 경사인데, 팬들은 이게 어떤 의의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전국의 소년들이 바둑으로 실력을 겨룬다는 게로군.’ 이런 정도의 평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따져 보면 그 이상, 아니 훨씬 큰 의미가 있다.  ▲ 강영진 경기위원장(대한바둑협회 전무이사)의 타종으로 대국이 일제히 시작됐다.  ▲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개막식에서 축사했다. “바둑이 마인드스포츠로서 소년체전에 입성하기는 처음이다. 마인드스포츠와 피지컬스포츠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는 바둑이 소년체전의 정식종목이 된 의의를 이렇게 평가했다. 대한체육회에는 57개 정가맹 단체가 있다. 동계 종목을 빼면 50개다. 그런데 소년체전에 들어간 종목이 17개뿐이다. 전국체전이 고교·일반의 범주라면, 소년체전은 초등·중등의 세계다. 미래를 생각할 때 어떤 스포츠든 소년체전의 정식종목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약 4년간 종목의 추가는 없었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기 마련인 관리 종목의 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 어떤 스포츠 분야든 국제적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으로, 국내적으로는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형평의 문제,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그런데 피지컬스포츠도 아닌 마인드스포츠가, 그것도 하나도 아닌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두 군데에 정식종목으로 입성한 것이다. 이번 소년체전에는 바둑과 함께 골프도 정식종목이 됐다. 골프는 2016년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들어갔다. 바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한 번 정식종목으로 들어갔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엔 정식종목 입성에 실패하면서 위상이 낮아질 수도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전국체전 소년체전의 정식종목이 된 것은 바둑계의 노력, 체육계·정부의 인정이 극적으로 빚어낸 결과다. 최종준 가톨릭관동대교수(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는 “대한체육회는 국가가 엘리트 스포츠를 관리하기 위해 두는 기구다. 어떤 스포츠 종목을 전국체전 또는 소년체전에 정식종목으로 들였다는 것은 국가가 그 종목의 육성을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시 말해 바둑을 동호인의 취미 영역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적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인정한다는 뜻이다.”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또 그는 “바둑은 지적스포츠(마인드스포츠)다. 그동안 스포츠로서 존재 가치가 제대로 정립돼 있느냐의 논쟁이 있었지만 이젠 확실히 스포츠의 길을 걸을 명분을 얻었다. 전국체전·소년체전은 프로야구·프로축구가 그렇듯 경쟁의 장이다. 프로스포츠가 경쟁하듯 지방자치단체가 경쟁한다. 이기기 위해서 팀을 육성하고 더 좋은 코치를 데려오고 인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바둑은 이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변을 넓히게 될 것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들이 부러워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 영광의 메달과 상배의 주인공들은 누가 될까. 심우상 대한바둑협회 부장은 “바둑이 학교체육으로 진입할 근거가 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바둑은 학교바둑으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지만 이만한 호기를 맞은 적이 없다. 소년체전 종목이 됨으로써 시·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바둑부’가 생기는 건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소년체전 정식종목 시행 첫해엔 국가에서 바둑부 지원사업 예산이 나온다. 바둑부 신설을 원하는 학교는 한국기원에 신청할 수 있고, 허가되면 1,1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년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지만 각 해당 시도 내 학교 운동부의 신설과 운용에 관해선 교육청이 관할한다. 5월까지 1차 모집에서 6개 (각각 시·도가 다른) 초등학교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6월의 2차 마감까지 17개 시도마다 한 초등학교씩 바둑부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식종목 시행 2년째인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맡는다. 심우상 부장은 “바둑부가 생기는 데는 교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바둑을 이해하고 유익성을 아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자원 즉, 재능을 보이는 어린 선수들이 풍부해야 한다. 여타 종목들이 자원 부족으로 운동부를 만들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은데 바둑은 그 점에서 염려없다. 그리고 교육청의 육성 의지도 빼놓을 수 없다. 교육청은 순회 코치를 배정하기로 하는 등 바둑부를 만드는 데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다. 대한바둑협회·한국기원은, 올해 초등학교 바둑부에 이어 내년엔 중학교 바둑부가 17개로 늘어나고 이후엔 더 활성화되는 데 보탬이 되고자 마중물을 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 내 바둑 육성이 활성화하면 학업과 바둑 진로를 병행하는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하면 대학들도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바둑특기생 모집도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소년체전에서 바둑 선수들은 여타 종목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각 시도를 대표하는 단복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엄격한 규정을 따라 페어플레이를 펼칠 터이다. 소년체전 바둑의 정식종목 시행 첫해를 맞아 바둑계·스포츠계 전문가들은 "체전으로 말미암은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어엿한 스포츠로서 ‘틀에 맞게’ 선진적인 운영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단복을 입은 선수들이 저마다 시도의 명예를 걸고 대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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