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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이 '승자', 구리 얼굴은 흙빛
이세돌, 10번기 2-0으로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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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짜릿한 승리를 기다렸다. 이세돌 9단이 10번기 제2국에서도 승전보를 전했다. 23일 오전 10시(한국시각)부터 중국 핑후시 선레이크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이세돌-구리 10번기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287수 만에 백1.5집승을 거뒀다. 대국은 장장 9시간 13분 동안의 혈투였다. 2-0으로 앞선 이세돌은 10번기 초반흐름을 자신의 페이스로 만들었다. 계가가 끝나고 결과를 확인한 구리의 얼굴은 창백했다. 공개해설장에서는 "구리 짜요(加油:힘내라)!"라는 함성과 박수도 터져 나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평소와는 다른 어색함이 감돌았다. 이세돌은 "이겼지만, 이 대국이 명국은 아니다. 점수를 주자면 백 점 만점에 70점 정도일 것이다. 다만 1-1로 원점에서 3국을 맞이하는 부담이 없어져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국은 초반 백이 썩 좋지 않았고, 복기에서 나온 수들에선 바로 흑승이 굳어지는 아찔한 코스들도 많았다.  중국 언론은 중후반만 되면 강해지는 이세돌을 실력 13단이라던 일본 기성 도사쿠(道策)에 빗대어 '중반 14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즐겨쓰는 별칭은 '강시류'다. 죽어 보이던 돌들이 벌떡벌떡 살아나기에 붙여진 별칭이다. 이번 2국에서도 이세돌은 흑승이 예견되던 시점에 자신의 강미를 자랑하며 결국 중반에 판을 뒤엎었다. 어제 일찍 잠이 들었지만, 새벽 2시 반에 깨서 한숨도 못 이뤘다는 이세돌은 복기 후에 자세한 인터뷰는 사양했다. 그러면서 "중앙 패과정도 그렇고 하변에서의 처리를 보면 구리도 중반에 집중력이 잠시 떨어진 것 같다."라고 말을 남겼다. 이날 하루 종일 대국을 해설한 안성준 4단은 "내가 두는 것보다 힘들었다. 머리가 찌끈거린다. 내일은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라며 10번기의 치열함을 대변했다. 10번기는 장기레이스다. 매달 한판의 바둑만 두기에 결과에 따라 다음 대국을 기다리는 시간도 고통이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이세돌의 2국 승리가 더욱 빛이 난다. 목진석 9단은 "2-0으로 지는 쪽의 심리적 타격이 엄청날 것이다."라고 평했다. 10번기 현장을 찾은 김성룡 9단도 "이기고 있는 쪽은 다음 대국도 쉽게 간다. 그러나 지고 있는 처지에서는 다음 대국일까지 한달 동안이 지옥같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10번기를 위해 구리에게는 '이세돌 분석팀'이 붙었다고 한다. 구리가 지정한 3명이 이세돌의 최근 기보를 같이 분석해주고, 구리의 컨디션 조절과 스파링을 도와준다. 그래서 같은 충칭 출신의 구링이, 마샤오빙 등의 기사가 구리를 위한 이세돌 분석팀의 일원이 되었다. 이런 부분은 중국바둑에 대해 배울만한 점이다. 대신 이세돌에게도 '영호 엄마(?)'가 있었다. 이번 10번기에 매니저 자격으로 활동하는 이영호씨는 자상한 엄마처럼 이세돌의 중국내 일정관리와 통역, 대국 당일 음식관리 등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했다. 물론 공식 통역비 외에는 별다른 보수가 없는 봉사활동이다. 이영호씨는 "이세돌이 한국보다는 중국에서 음식에 대한 차별이 없다. 무엇을 시켜줘도 잘 먹어서 내 부담이 덜하다."라며 2국 승리를 축하했다. 김성룡 9단은 "10번기를 중국에서 9번 하는 것은 구리가 더 불리하다. 가는 곳마다 그의 승리를 기원하기에 그 중압감이 무시무시할 것이다. 오히려 이세돌은 중국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또 그는 한국기사 중에서 중국 음식을 가장 잘 먹는 기사다. 개구리, 전갈 등 보양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는 정도다. 구리에게 홈의 이점이 전혀 없다."라고 덧붙인다.  ▲ 친구인 구리 앞에서 즐거운 표정을 짓지 못하던 이세돌 9단이 한 바둑팬의 물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었다. 질문은 "일반인이 이세돌과 같은 고수가 될려면 어떻게 공부해야하는가?"였다. 이세돌의 답은 "자기보다 2점 정도의 상수와 많이 두라."는 평범한 답변 바둑팬들은 올 한해가 즐겁다. 매달 마지막 일요일은 10번기의 명승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번기는 6승을 먼저 하는 기사가 있으면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이다. 5:5승부가 나면 어떻게 될까? 대회를 주최한 니장건 회장은 "이번 10번기에서 5:5승부가 나면 공평하게 반분하고 또 내년에 10번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최종 3번기를 다시 할 것인지 여러가지 안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눈앞의 승부에 집중해야할 선수들이라 이런 문제가 생기면 둘과 깊이 상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국은 중국 사천성 청두에서 벌어지고, 4국은 한국에서 열린다. 한국에서의 개최장소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서울 시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세돌은 "서울에 있는 명소가 좋겠다. 예를 들면 고궁 같은 곳이다."라는 의사를 전했다. 제1국 : 1월 26일 중국 베이징 제2국 : 2월 23일 중국 핑후(平湖) 제3국 : 3월 30일 중국 청두(成都) 제4국 : 4월 27일 한국 제5국 : 5월 25일 중국 윈난(雲南)성 샹그리라(香格裏拉) 제6국 : 7월 27일 중국 다안(大安) 제7국 : 8월 31일 중국 시장(西藏)자치구 라싸(拉薩) 제8국 : 9월 28일 중국 충칭(重慶) 제9국 : 10월 26일 중국 우시(無錫) 제10국 : 11월 30일 미정 '이세돌-구리 10번기'는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을 후원하는 헝캉가구회사가 후원한다. 승자는 상금 500만 위안(한화 약 8억 7,000만 원)을 독식하며 패자에게는 여비조로 20만 위안(한화 약 3,500만 원)만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대략 4시간(3시간 55분, 60초 초읽기 5회)의 긴 바둑이다. 점심시간은 따로 없고, 대국 중에 필요하면 준비된 음식을 들 수 있다. 덤은 7집 반이다.  ▲ 중국룰로 계가를 해주는 심판. 이세돌이 백으로 1.5집승을 거뒀다.  ▲ 결과를 확인한 구리의 얼굴색이 창백하다.  ▲ 곧 입회인 왕루난 8단이 10번기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했다는 것을 선언한다.  ▲ 두 기사는 복기를 잠시 중단하고 기다리는 바둑팬들을 위해 공개해설장에 나섰다.  ▲ 두 대국자들을 향해 말 그대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 다시 복기를 위해 대국장으로 돌아온 이세돌 9단  ▲ 구리 9단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검토에 열중했다.  ▲ 이세돌은 2-0으로 초반을 리드하며 10번기 전체흐름을 자신의 페이스로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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