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바둑3형제 얘기 들어보실래요?
이강욱 8단이 전하는 바둑3형제 이야기
|
||||||||||
<이 글은 바둑불모지 베트남에서 바둑보급 중인 이강욱 8단이 전하는 '베트남 바둑3형제' 이야기입니다. 3형제 가운데 첫째는 올 6월말 이미 한국에 바둑공부를 하러 왔고, 둘째와 셋째는 베트남에서 이강욱 8단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이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가 대단합니다. 베트남에서 바둑 분야는 아직 모험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강욱 8단은 자신의 바둑인생을 베트남 바둑보급에 올인하고 있는 청년기사입니다. 한국기원은 장기 해외보급에 나선 기사에게 힘을 내라고 '보급용 승단'으로 체면을 세워주고 있지요. 그렇지만 한국기원 기사프로필에 이강욱의 단위는 엄연히 3단으로 고수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8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단위가 틀렸다는 지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참 오랜만에 소식을 전한다.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일들로 이젠 글 쓰는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다시 힘을 내서 베트남 소식을 전한다. 아마 오로뉴스를 통해서 아시는 분들은 알고 계실 것이다. 지난 6월말 베트남의 어린 유망주(vo nhat minh, 보 녁밍, 11세)가 한국으로 바둑유학을 떠났다. 베트남은 물론이고 주변 동남아국가 중에선 처음이라 제법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에서 활동한 지 3년 만에 내 목표 중 하나의 일을 이룬 것이다. 내가 호치민 시로 바둑을 가르치러 가기로 결정하는데 결정적 동기가 되었던 어린 바둑유망주 녁밍과 주이밍 형제. ○● 첫째 보 녁밍 관련기사 보기(1) ☜ 클릭 ○● 첫째 보 녁 밍 관련기사 보기(2) ☜ 클릭 ○● 아들 셋 바둑 가르치는 베트남 어머니 ☜ 클릭 베트남과 같이 바둑이 대중화 되어있지 않은 곳에 바둑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조치훈, 이창호 9단 같은 대형스타가 필요하다 생각했기에 녁밍, 주이밍 형제와 같은 베트남의 어린 유망주들의 존재가 내게는 꼭 필요했다. 그러므로 나 역시 자연스레 아이들의 한국 유학을 생각하게 되었고, 특히 두 학생의 어머니가 한국유학을 적극 원했기에 곧 실현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쉽게 결정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또한 아이들의 열의보다는 어머니의 한국유학 욕심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했다. 베트남 바둑발전을 위해 하루빨리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인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너무 어린 아이를 가족과 떨어뜨리고 학업 비롯해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금 더 가르쳐보다가 가능성이 보이면 그때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한국유학 계획은 거기서 스톱! 하지만 부족한 내 능력 탓인지 그 후로도 아이들의 바둑은 별 진전이 없었다. 굳이 변명을 늘어놓자면, 첫째. 베트남엔 프로기사라는 직업이 없다보니 흔히 얘기하는 ‘롤모델’ 이 없다. 내가 프로를 꿈꿀 때만해도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과 같은 우상이 있어 이들을 꿈꾸며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지만 이 아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바둑은 알지만 프로기사라는 직업에 대한 무지함도 그렇고, 가끔 바둑 프로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면 입을 쩌~억 벌린 채 신기한 듯 경청하는 아직은 바둑프로가 막연하기만 한 베트남 바둑인들이다. 둘째. 이 아이들에게 자극이 없었다. 같은 또래의 비슷한 실력을 가진 아이들이 전무하다보니 대회만 열리면 늘 우승은 이들의 몫이었고 큰 노력 없이 이런 사실을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실력 좋은 대학생 형, 누나들이 있지만 같은 또래가 아니다보니 이들에게 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이기려 들지도 않는다. 프로가 되려면 패배가 주는 아픔에서 깨닫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또 베트남의 문화가 느긋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느긋해서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이 없다. -가끔은 이런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셋째.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바둑을 취미생활로 인식하니 아이들에게도 바둑은 취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프로의 마음가짐과 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늘 설명하며 다른 학생들보다 더 엄하게 가르치고–체벌까지 해가며-귀에 못이 박히도록 설명해줬지만 아직 어려서인지 늘 그때뿐이다.  ▲ 바둑불모지 베트남에서 3형제 모두에게 바둑을 공부하게 한다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 놀이공원에서 (왼쪽부터) 막내 덕밍(7세), 둘째 주이밍(9세), 첫째 보 녁밍(11세) 형제. 그럼에도 한국 방문 때마다 아이들의 한국유학을 후원해주실 분들을 찾아보고 여러 관계자분들을 만나 상의도 드리며 내 나름대로 여러모로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의지인데 의지라곤 없는 아이들을 어쩔 것인가? 안타깝고 아쉽지만 조금씩 미련(?)을 털어내며 아이들 어머니께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아이가 바둑을 좋아해서 스스로 공부해도 쉽지 않은 것이 바둑인데 그렇지 못하니 한국유학은 마음을 접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물론 유이(Duy. 두 학생의 첫 스승) 선생님도 크게 실망하시고 나 역시도 허망한 마음을 비우려 노력하고 있을 때쯤 두 형제 중 형인 녁밍 군이 ‘2012 대한생명배’(한화생명배의 전신) 베트남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항공료가 지원되고 상대적으로 비자발급이 용이한 상황을 적극 활용하여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고 싶었다. 대회 전 미리 입국하여 바둑연수를 계획했고 다행히 권갑용바둑도장의 협조를 얻어 대회 시작 전 3주 정도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걱정은 됐지만 아이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 ‘우물 안 개구리’ 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한국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는지, 또 프로지망생의 생활이 본인 적성에 맞는지도 스스로 느끼고 결정하게 해 주고 싶었다. 걱정과는 달리 녁밍은 한국에서 3주간의 바둑공부와 대회까지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저 녁밍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만 살펴보았다. 기억에 남는 건 녁밍이 돌아오자마자 소규모 대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여러 형, 누나들을 제치고 3위에 입상하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성적보다 더 고무적이었던 건 대국자세와 내용, 한국에서의 3주가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줘 더욱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더욱 놀라웠던 건 그때부터 한국 바둑유학을 희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진 “한국 가서 공부할래?”라고 하면 뒷걸음질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아이였는데 한국생활이 녀석에게 제법 큰 자극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올해 공주에서 열린 무령왕배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에 어머니 티 단하(THI DAN HA, 44세) 씨는 둘째아들을 데리고 왔다. 데리고 온 정도가 아니라 아들 곁에서 기보를 뜨는 등 대단한 열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 무령왕배에 이어 서울에서 벌어진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에도 참가했다.  ▲ 둘째도 기재가 보인다면 망설임없이 프로기사 수업을 받게 할 태세다. 한국으로 떠난다는 건 베트남에서의 생활을 정리해야함을 뜻한다. 녁밍과 어머니께 최후의 통첩(?)을 했다. “한국으로 떠나기 위해선 학업이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성공하면 문제없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실패 후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 바둑으로 생활하기에 열악한 베트남을 생각하면 너무 큰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이래도 한국유학을 원하십니까?” 제법 냉정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담아 말씀드렸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물론 실패해서는 안 되지요. 하지만 베트남에 돌아와서도 야간학교로 학업을 대신하고 약간의 기술을 배운다면 생활엔 지장 없을 겁니다. 이미 녁밍과도 이야기 마쳤습니다. 도와주세요.” 자식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엔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었지만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겠지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본인의 의지를 확인했으니 하루라도 빨리 후원을 해 주실 분들을 찾아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보통의 베트남 가정형편으론 한국유학은 상상도 못 한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들은 대부분 상류층 자제라고 본다.) 다행이도 녁밍을 3주간 지켜보셨던 권갑용 사범님께서 “실력은 약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건 아니니 힘들겠지만 후원이 있을 때까지 맡아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마지막은 비자 문제다. 베트남 사람이 한국비자를 취득하기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하늘에 별 따기다. 호치민 시 총영사관에 문의를 하니 어린 학생이 장기 유학을 떠난 전례가 없단다. 현지 총영사관에서 취급하는 비자가 아니어서 한국의 출입국 관리소에 비자신청을 하고 OK사인이 떨어지면 인증번호를 받아 현지 영사관에 다시 신청을 해야 하는 꽤나 오랜 기간과 복잡한 절차였다. 필요한 서류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막막함에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감사하게도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으로 생각보다 쉽게 비자를 취득할 수 있었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제법 오랜 준비기간 끝에 지난 6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녁밍. 오늘까지 근 2개월이란 기간을 갑작스레 변한 생활환경과 문화차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또래의 한국아이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한국에 바둑유학 온 첫째 보 녁밍을 데리고 다니는 스승 이강욱 3단. 베트남에서 바둑보급을 하고 있다. 본인도 즐거워하고 모든 베트남 바둑인들이 응원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내 마음은 편치 않다. 과연 내가 잘한 일일까? 나의 존재가 녁밍의 한국행을 결정하게 한 것은 아닌지...행여 먼 훗날 녁밍이 본인의 인생을 결정해버린(?) 날 원망하진 않을까? 녁밍의 성공여부가 베트남 바둑 부흥을 위해 꼭 필요하고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성공을 기원하고 있지만...하지만 지금 나는 그런 욕심보단 그저 몸 건강히 즐겁게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 단수부터 가르쳤던 나의 한국 제자 한 명-교민자녀-도 진로를 바둑의 길로 결정하고 한국행을 선택, 녁밍과 함께 한국으로 갔다. 아직 어린나이의 여학생이 부모 곁을 떠나 혼자 한국으로 갈 결심을 했다는 게 대단하고 기특하다. 또 부족한 선생 밑에서 바둑을 배웠지만 바둑을 좋아해주고 바둑의 길로 나아간다는 점에서도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베트남에서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게 된 것 같아서 점점 더 마음이 무거워 짐을 느낀다. 끝으로 녁밍의 한국 유학에 관심과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녁밍의 바둑공부와 함께 숙식까지 모든 걸 책임져주시는 권 갑용 사범님, 내가 막막함을 느낄 때 마다 진심 어린 조언으로 앞길을 밝혀 주신 최 규병 기사회장님, 늘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는 양재호 총장님 그리고 비자문제를 적극 협조해주신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며 또한 녁밍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이강욱 8단]  ▲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회 아시아 학생바둑대회에 첫째 보 녁밍이 베트남 대표로 나왔다. 바둑을 지켜보는 이는 부산에 사는 김향희 한국바둑연맹 부회장으로, 태국의 한 바둑대회에 참가햇다가 3형제의 어머니와 친구가 되었고, 이후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영인신봉
안데스의꿈
^^한마음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충무로3가) 한영빌딩 6층 [사업자정보확인]
제호 : 사이버오로 I 발행인 : 곽민호 I 편집인 : 정용진 I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아02753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병준 I 발행일자 : 2013년 7월 26일
E-mail:oper@cyberoro.com Tel:02-2285-6950 (상담시간10:00~14:00) Fax:02-2285-6955
Copyright ⓒ 세계사이버기원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