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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교류전 뒤풀이 도중 "결혼해 주세요"
한일대학 OBㆍOG친선바둑교류전 성황리에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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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바둑이 일본 원정경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일대학 OBㆍOG친선바둑교류전이 3월 2일 일본 도쿄 이치가야 일본기원 6층 대국장에서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바둑인들의 바둑을 통해 우정을 나눠온 이 대회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대회장소는 한국과 일본으로 매년 바뀌는데 한국은 그간 원정 시엔 승리한 적이 없었다.  대회는 20명 대 20명이 겨루는 단체전. 일본 40명, 한국 20명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1ㆍ2회전을 펼친 결과 한국이 22승 18패로 승리했다. 일본은 오전에는 주로 관동의 대학바둑인이, 오후엔 주로 관서지역의 대학바둑인이 대국해 오전과 오후의 선수가 달랐다. 제한시간 1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 총호선(덤6집반). 넉넉한 시간인데도, 속기화 추세를 반증하듯이 참가자 대부분은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도 대국을 일찍 끝내는 모습을 보였다. 친선교류전인 만큼 이기고 지는 것이 이 대회의 초점이 아니지만, 선의의 경쟁이란 측면에서 한일의 대학바둑 에이스들 사이에선 누가 이기느냐를 놓고 자존심 대결은 치열하다. 또 감칠맛을 더한다. 일본은 나카조노, 요시다, 야마시타, 미우라 등이 전통적으로 대학바둑강자로 꼽히고, 한국은 신병식, 곽웅구, 안병운, 최호철, 박장우를 위시해 스타 군단이 꾸려져 왔다. 이번 대회를 맞아 강병두 대학바둑연맹회장은 승리를 일찌감치 포기했었다. 대학바둑랭킹전의 역대우승자 등 초강자 6명 정도를 엄격하게 선발해 승리를 다짐하고 있었으나 이 중 4명이 개인 사정으로 못 나오고 신진 강호 윤광선과 그 나머지 강자들로 팀을 만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한일최강의 선수들만 맞붙는 게 아니라 중저단의 실력을 가진 대학바둑인도 참가시키자는 움직임이 처음으로 실현된 해여서 최강이 아닌 선수들이 얼마나 잘해줄 것인지 확신도 없었다. 1회전이 시작되자 역시 고단 쪽의 성적은 한국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여성대학바둑인들을 포함한 한국의 중저단쪽에서 계속 승전보를 알리면서 10대 10으로 비겼다. 2회전에 들어선 모든 선수층이 고른 활약을 보이면서 12:8로 일본에 앞섰다. 오후 6시께 대회가 끝나고 나선 근처 호텔 연회장에서 뒤풀이가 이어졌다. 뷔페로 식사를 하면서 선수, 회장들의 소감을 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바둑인들이 10년의 우정을 이어오면서 바둑과 더불어 확실히 늘은 게 있는 데, 그것은 양국의 어학 솜씨다. 한국 참가자들은 일본말로, 일본 참가자들은 한국말로 소감을 곁들이기도 했는데, 유창한 사람은 유창한 대로 하고, 유창하지 않은 사람은 있는 그대로 있는 힘껏 시도해서 박수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감을 듣는 시간이 이어지다가 연인 사이로 참가한 이성겸(명지)-장인지(세한) 차례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연회장 앞쪽에 나와 소감을 이야기하던 이성겸 씨는 갑자기 수년간 사귀어 온 장인지 씨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 뒤 뒤쪽에 숨겨두었던 꽃다발을 꺼내 장인지 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결혼해 주세요. 허락하신다면 이 꽃다발을 받아주세요"라고 말했고 장 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성겸 씨는 바둑교실 원장으로서 선생님으로 들어온 장 씨와 만남을 시작했지만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사랑으로 발전해 수년간 교제를 이어왔다. 프러포즈 과정은 모두 일본어로 동시에 통역돼 좌중의 축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ㆍ일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대학바둑교류를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가자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이 대회는 OBㆍOG대회였지만 앞으로는 졸업생뿐 아니라 재학생들도 참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은 이 같은 내용을 일본에 전달해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으며 2년 후부터는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한국이 일본을 초청하는 내년도에 이뤄질 수도 있다. 대학바둑연맹은 중국 홍콩의 대학바둑인들과도 교류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대회 시작 전 분주한 분위기.   ▲ 한일대학바둑교류전 1회전이 시작됐다.  ▲ 대국에 들어가자 진지해진 한일의 선수들.  ▲ 개막식에 참여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대학바둑인들.  ▲ 강병두 대학바둑연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소개되고 있는 한국의 신예 강호 윤광선. 한국기원 기전 스케줄러이기도 한데 최근 대학바둑랭킹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선수로 발탁됐다.  ▲ 한국 대학 바둑이 듬직해하는 대학바둑랭킹전 재작년 준우승자 곽웅구.  ▲ 초청된 프로기사 이상훈 9단이 소개되고 있다.  ▲ 한일 양국의 선물 교환식.  ▲ 돌을 가리면서 1회전이 시작되었다.  ▲ 오른쪽은 일본 대학바둑연맹 회장 나카조노 세이조. 노장이지만 이번 일본 출전자 중 가장 강한 실력을 가졌다고 인정받는다.  ▲ 신병식 전SBS논설위원. 세월은 흘렀지만 어떤 상대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고 호언하는 열혈 노장.  ▲ 안병운. 기복이 없는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 2승을 책임져 달라는 한국팀의 기대를 받았던 윤광선은 1회전에서 중반, 20집 이상이 불리하고 곤마를 구사일생으로 살리는 등 고전을 거듭했지만 승리.  ▲ 이쿠타 요시호. 일본의 대학 여자바둑은 막강하다. 한국은 그동안의 여자 대 여자 대결에서 큰 재미를 못 봤었다.  ▲ 왼쪽은 프러포즈의 주인공 이성겸. 오른쪽은 서울대의 아마바둑강호 서정훈의 부인 하야시 무츠미.  ▲ 2회전. 명함을 교환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니치 신문사 기자 가나자와 모리에이.  ▲ 가나자와 모리에이 기자는 바둑 분야에 정통해 바둑 관련 뉴스를 많이 다룬다.  ▲ 생각 외의 선전에 잔치 분위기가 된 한국팀.  ▲ 일본 대학바둑이 자랑하는 강호 요시다 슈이치.  ▲ 김진환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가 일본 대학바둑의 거장들과 포즈를 취했다.  ▲ 뒤풀이 시작됐다. 건배!  ▲ 그냥 평범하게 소감을 말하고 끝낼 것 같았던 이성겸 씨.  ▲ 뒤풀이에서 이성겸 씨가 여자친구 장인지 씨에게 과감하게 프러포즈했고 장인지 씨가 이를 받아들였다.  ▲ 이 후 두 사람이 만인 앞에서 입맞춤했다.  ▲ 도쿄여자대학 졸업생들. 이 교류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 오차노미즈 대학의 OG들. 유머가 풍부한 나이토 유키코가 자신의 후배 두 명을 소개하고 있다. 뒷 줄 왼쪽 선수는 마라톤 하프 코스를 뛰고 바로 대회장에 와서 대국을 치렀으며, 오른쪽 선수는 어제 밤 늦게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숙취가 심해서 오후 대국에 부랴부랴 당도했다고 말하자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 강호 요시다의 부인(오른쪽)과 딸. 음악 가족으로,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고 한다.  ▲ 역사의 인물들. 10년간 개근한 이들이 단상으로 나왔다.  ▲ 뜨거운 우정을 키워가자고 약속하는 한국과 일본의 대학바둑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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