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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끝나는 곳에 바둑이 있네
2011 KCTV배 국제신예바둑대항전 대회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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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날도 찹니다. 여름날 설레며 들인 봉숭아물이 초승달마냥 손톱 끝에 매달린 이슥한 11월, 한반도를 불태우던 가을은 시방 제주도로 밀려와 막바지 잉걸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섬입니다. 국제신예바둑대항전은 젊은이들의 잔치입니다. 젊음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게 무엇 있겠습니까. 눈부시게 아름다운 섬에 뜨거운 청춘들이 모여 앉았으니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하므로, 이들에게 수담(手談)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언어입니다. 언어가 끝나는 곳에 바둑이 있었습니다. 청춘들이 반상에서 손으로 주고받는 늦가을날의 시(詩)가 바둑입니다. 여울목의 조약돌들이 사그락사그락 서로 몸을 부딪치며 내는 소리 속에 한줄 시가 은은히 흐르는 대회장 풍경,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바둑은 길 없는 길 그렇지요. 수많은 사람이 구도자처럼 이 반상의 길을 걸어왔으나 길은 길로 이어져 끝이 없었고 길 안의 길, 길 밖의 길, 길 위의 길에서 때로 웃고 때로 목놓아 울었지요. 그래도 사막의 낙타처럼 터벅터벅 묵묵히 가야할 길. (한국의 박정환 9단과 대만 샤오정하오 7단의 주장전)   함께 바둑과 함께 사람과 함께 혼자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이 반상의 길이지요. 그렇지만 종내엔 오직 한 사람만 웃을 수 있으니 ‘같이 또 따로’ 가야할 숙명의 길이도 하답니다. (첫날 유일하게 벌어진 혼성 대국. 한국의 김미리 2단 대 대만의 장위엔롱 2단.)   길동무 바람과 물소리와 흙내음과 별과 달과 해와 그리고 바둑과 삼인생(三人行)에 필유아사(必有我師)라.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배울만한 이가 있다는 말입니다. 두 사람이 걷는 바둑도 그렇습니다. 날마다 길동무(상대 대국자)로부터 배우고 단련하는 게 바둑이지요. 그러나 오늘은 오전에 길동무(대만 2장 린수양 7단)와 작별해버린 강유택 4단은 무얼 배웠을까요.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제 갓 피어난, 한국(최정 初단, 왼쪽)과 대만(쑤성팡 2단)의 어린 꽃이 우산살 같은 햇살이 내리비치는 아침 정원에서 자태를 뽐내듯 만났습니다.   기다림 바둑은 기다림이라는데...한국의 6장 나현 初단은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대만의 딩샤오지에 2단을 오전에 일찌감치 돌려세웠으니.   더불어 허공에 돌 하나 던져놓고  느리게 느리게 속도전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바둑동네에서만큼은 느림으로 빠름을 제압했었지요. 이 테이블에서 겨루는 중국의 2장 스위에 5단(왼쪽)과 일본의 미타니 테츠야 7단은 어쩌면 가장 늦게 끝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진 않았습니다.   답게 나답게 너답게 우리답게 아름답게  인생은 오리무중 바둑은 오리무중  사석 버릴 것 버리고 왔습니다. 버려서는 안될 것까지 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처럼 바둑 테이블보에 멋진 글씨와 글귀를 남긴 이는 괴산에서 서예도 하고 창도 하며 바둑도 가르치는 정순오 님입니다. 도인처럼 긴 수염을 기르고 다닌다는 그는 분명 바둑의 운치와 인생의 멋을 아는 이임에 분명합니다. 바둑 테이블보에 시적 낭만을 접목한 'club A7'의 홍시범 감독 또한 별난 이입니다. 잘 아다시피 홍감독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홍맑은샘 프로의 아버지입니다. 아마추어 7단들의 모임에서 태동한 ‘club A7’은 각종 바둑행사와 이벤트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기념하는 대회인 2011 KCTV배 국제신예바둑대항전도 이들 스태프의 막후 준비가 있기에 빛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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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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