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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숨은 공로자 이학진 옹 ②
월간바둑 500호 기념호에 실린 이학진 옹 특집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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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바둑 500호 기념호(2009년 3월호)에 실린 이학진 옹 특집인터뷰 전문을 실은 글입니다. 「제국의 후예들-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으로 읽는 한반도 백년사」(정범준/황소자리)에 보면 ‘젊은 시절 이학진 선생은 조남철 국수와 두점을 깔고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바둑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이 옹의 젊은 시절 바둑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구기호 언제 바둑은 배우셨습니까? 이학진 7, 8살 때 큰아버지 댁에서 배웠어. 허 윤 그때도 현대바둑을 배우신 건가요? 이학진 현대바둑은 아니었고 순장바둑이었을 거야. 구기호 순장바둑으로 배우셨다고 하셨는데, 유년 시절엔 현대바둑은 전혀 모르셨던 건가요? 이학진 일본 유학 전에도 현대바둑은 어느 정도는 알았어요. 실력은 형편없었겠지만. 허 윤 일본 유학시절에 많이 느신 것 아니에요? 이학진 (게이오)대학 시절 많이 늘었지. 일본기원 아마초단(요즘으로 치면 아마5단) 증을 받았었어. 허 윤 평소에 사카다(坂田) 선생에게 바둑을 여러 판 배웠다고 자랑하셨잖아요? 이학진 대학 시절 사카다 九단과 친척인 친구가 있었어. 이름이 뭐였더라. [이 옹이 끝내 기억을 못해 옛 기록을 뒤져 이름을 소개한다. 다카오카(高岡)]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면서 바둑클럽에도 가입했고 사카다에게 여러 판 지도도 받았어. 그러면서 많이 늘어 학교 대표로 뽑히기까지 했으니까. 구기호 젊은 시절 프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게이오 대학 재학 시절.이학진 프로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였던 건 아니고 내 바둑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입단대회에 몇 차례 나갔었어요. 구기호 성적을 여쭤 봐도 될까요? 이학진 당시는 1명만 입단하던 시절인데 준결승 이상 가본 적이 없어요. 거기서 이기면 결승인데 그 고비를 넘지 못했어요. 일종의 한계였던 셈이죠. 몇 차례 그것을 확인하고는 더 이상 대회에 나가지 않았어요. 조훈현의 후견인 이학진 옹은 후학 육성에도 정열을 쏟았다. 전남 강진의 천재 소년 김인의 서울행을 주선했으며 ‘바둑 황제’ 조훈현의 천재성을 일찍 알아보고 일본 유학을 주선하는 등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구기호 김인·조훈현 九단의 어린 시절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이 옹께서는 한국바둑의 대들보인 이들 두 국수의 후원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학진 바둑계에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러던 차에 김인 조훈현을 차례로 만나게 됐죠. 김인 국수에게는 변변하게 해준 게 없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미안하게 생각해. 김인 국수가 15살 때 강진에서 올라왔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덕망 있는 사람에게 연결시켜주지 못했어. 그래서 더 미안해. 허 윤 15살이면 중학생 시절인데, 당시 김인 국수는 어땠나요? 이학진 투지와 뚝심이 강했어. 기재는 이미 소문이 나 있었고. 입단은 시간문제라고 다들 입을 모았었지. 김봉선 씨(작고한 원로 프로기사)한테 지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입단했어. 구기호 조훈현 국수에게 쏟은 정성은 도일(渡日) 유학을 비롯해 각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학진 조(훈현)군은 아주 어릴 때부터 보았는데 만화를 무척 좋아했어요. 중간에 없어져 찾아보면 근처 만화방에 있곤 했지. 조(훈현)군의 번뜩이는 재주는 어쩌면 만화에서 나왔는지도 몰라.ㅎㅎ  ▲이학진 옹은 소년 조훈현에게 일본 바둑 서적을 여러 권 구입해 전해주었다.[바둑삼국지] 중에서 구기호 조훈현 九단이 도일 유학 때 기타니(木谷) 문하가 아닌 세고에(瀨越) 문하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두고 바둑계에서는 희대의 배달사고(?)라고 합니다. 당시 동행하셨나요? 이학진 그때 함께 가지 못했어. 그래서 정확한 내막은 몰라. 허 윤 조국수도 기타니 문하로 가는 줄 알았었는데(당시 일본유학을 가면 으레 기타니 문하로 들어가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어찌된 사연인지 중간에 세고에 선생을 거쳤고 거기서 지도기를 둬준 세고에 선생이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세고에 선생은 고령을 이유로 제자를 거의 받지 않고 있었는데 조국수를 보곤 마음이 변한 거죠. 구기호 저도 인터뷰에 봤던 것 같아요. 세고에 선생과의 지도기에서 조훈현 국수가 두 판을 다 이겼다죠? 허 윤 첫판은 석점, 두 번째 판은 두점으로 두었답니다. 두 판 둬준 것도 의외지만 석점으로 이겼다고 해서 곧바로 두점으로 치수를 바꾸는 경우 역시 흔치 않은 일인데요. 여하튼 두점으로 이겼다고 하니 당시 조국수의 기재와 실력이 검증된 셈이죠. 바둑은 일찍 배울수록 좋다 「조남철 회고록-세번의 눈물」(조남철·양형모/한국기원)에 보면 이런 내용도 나온다. “이학진 씨도 참으로 특이한 인물이지. 평생을 살면서 복이란 복은 다 누려본 사람인데, 그래도 아마 그 중 하나를 택하라 하면 1초도 안 돼 바둑을 냉큼 집어들 걸?” 바둑마니아로 평생을 사신 이학진 옹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했다. 구기호 바둑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소년 조훈현과 함께이학진 바둑은 될수록 일찍 배우라고 권하고 싶어요. 두뇌 회전도 빨라지고 계산력 등 사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어요. 또 한 가지 장점을 든다면 한번 배워두면 실력이 절대로 줄지 않는다는 거야. 프로들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아마추어, 특히 바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1년 동안 두지 않아도, 심지어 10년을 두지 않아도 실력이 늘면 늘었지 주는 법이 없어요. 허 윤 한평생 바둑을 두셨으니 지금쯤 9단이 되신 건가요? 이학진 허허. 나야 내일모레면 100살인데, 지금은 바둑을 어떻게 두는지도 다 잊어버렸어. 구기호 최근에도 바둑을 두시나요? 이학진 요즘은 못 둬요. 실력도 형편없어졌고. 허 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동네 기원에 나오셔서 바둑을 두시곤 했어요. 그래서 지금 연세에도 치매도 없으시고 건강하신가 봐요. 선생님 제 말이 맞지요? 이학진 맞긴 뭐가 맞아. 맨날 지는데. 구기호 최근 바둑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바둑계의 위기라고까지 말하고 있는데, 선생께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90년대 초반 바둑인구는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670만 명 정도로 조사됐습니다. 이학진 세계최강이라는 것에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 싶어요. 과거에 조남철 사범이 50만도 채 안 되는 바둑인구를 300만 명을 목표로 불철주야 뛰었던 때를 떠올렸으면 해요. 어떠한 경우도 보급 활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돼요. 팬들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거로 봐요. 그게 바둑계가 살고 풍성해지는 길이라고 봐요. 인터뷰 후 이학진 옹 따님인 이숙경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년 전부터 김인·조훈현 九단이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연을 보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 바둑과 인연을 맺어 한평생을 한국바둑의 아웃사이더로 함께 한 이학진 옹이 여생을 편안히 지내셨으면 한다. 인터뷰에 도움을 주신 허윤 씨에게도 감사드린다. ☞한국바둑의 숨은 공로자 이학진 옹 ①편 보기(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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