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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박영훈, ‘신산(神算)’의 명예 되찾을까?
최종라운드 상하이대회에서 일본(요다), 중국(콩제-구리)과 우승 경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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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神算)' 이창호(32)와 '소신산(小神算)' 박영훈(22). 10년의 세월을 두고 ‘신산’의 계보를 이은 두 기사가 나란히 명예 회복에 나선다. 2월 6일 상하이에서 속개되는 제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라운드가 그 무대.  그러나 한국바둑 ‘원투펀치’의 출격이 분명한데도 한국의 우승과 신산의 명예회복을 향한 길은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지난 여름, 대표선발이 끝났을 때 바둑저널로부터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한국팀이 조훈현, 최철한을 내세운 1라운드 베이징대회(2006. 9. 12~15)부터 곤두박질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나마 2라운드 부산대회(2006 11. 22~27)에서 한국의 2장으로 나선 박영훈의 활약으로 중국, 일본과 다시 대등한 입장을 취하게 됐다는 것이 위안거리. 박영훈은, 2라운드 초반까지 5연승을 질주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상승장군으로 떠올랐던 중국의 펑췐(彭筌 22)을 제압하고 일본의 정상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31), LG배 준우승의 특혜로 중국대표팀에 합류한 ‘중화 소영웅’ 천야오예(陳燿燁 18)를 연파하며 우승경합에서 일탈했던 한국팀을 다시 궤도 위로 끌어올렸다. 최종라운드 상하이대회(2. 6~9)에서 4연승에 도전하는 박영훈의 첫 상대는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41). 이 대국의 승자가 중국의 콩제(孔杰 25), 또는구리(古力 24)와 맞붙는다. 부산대회에서 박영훈의 3연승으로 국면을 만회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이창호, 박영훈의 컨디션이나 이들과의 상대전적을 따져보면 결코 한국의 우승을 낙관할 정도는 아니다.  상하이 대회전에 앞선 적정 탐색이랄까, 일본, 중국 잔류 기사들의 컨디션을 살펴보면 사정은 만만치 않다. ‘한물 간 퇴물’ 취급을 받았던 일본의 요다는 지난해 변함없는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일본에 깜짝 우승을 안겨주는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국내기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고 해서 경계의 눈밖에 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중국은 더더욱 경계를 높여야 할 상대. 국내타이틀을 석권하면서도 국제전만 나서면 힘을 못 써 한동안 ‘안방챔피언’이란 불명예에 시달렸던 구리는 지난해 LG배 우승으로 면모를 일신한 상태다. ‘소리 없는 강자’ 콩제도 최근, 랭킹1위 구리를 상대로 중국 최대 타이틀 창치배를 따내는 등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며 랭킹2위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한국의 사정은 상대적으로 불안하다. 부산대회 3연승으로 국면만회의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박영훈의 2007년도 성적은 3승 2패. 지난해 결승까지 치고 올라갔던 원익배 십단전에선 4강진출에 실패했고 국내최대기전으로 탈바꿈한 강원랜드배 명인전에서는 예선4회전에서 입단 4년차의 동갑내기 김진우에게 덜미를 잡히는 등 여전히 ‘사천왕’으로서의 위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농심신라면배의 전설’ 이창호의 부진은 더 심하다. 2007년 성적 1승 4패. 제11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에서 무난히 이겨주리라 믿었던 창하오(常昊 31)에게 0:2의 전적으로 우승컵을 넘겨주었고 그 충격이 가시기 전에 속개된 제50기 국수전 도전2국에서 띠동갑 윤준상(20)에게 반집패하며 2연패, 도전5번기의 벼랑에 몰렸다. 이창호와 박영훈의 컨디션을 제쳐두고 대 중국, 일본의 상대전적을 살펴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박영훈은 요다에게 1승을 거뒀지만 구리와는 2승3패, 콩제에게는 2패만을 기록 중이다. 이창호도 비슷하다. 한때 ‘천적(天敵)’으로 군림했던 요다의 마수는 떨쳐냈으나 여전히 8승10패의 열세에 처해 있고 구리와의 상대전적에선 3승2패로 앞섰지만 콩제에게는 1승2패로 뒤져 있다. 컨디션, 상대전적, 최근의 성적 무엇을 따져도 낙관보다 비관이 앞선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마음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면, ‘우리가 세계최고’라는 자만은 이제 버려야 한다. 추락하는 날개 위에서 언제까지 공허한 ‘세계최강’만을 외칠 수는 없다. 겸허하게 자세를 낮추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정을 떠나는 이창호-박영훈도, 그 장정에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89년 잉스배에 단기필마로 출전했던 조훈현이 바둑황제에 오르며 변방의 한국바둑을 단숨에 일본, 중국의 어깨 위로 끌어올렸던 그때의 열정과 투지를 되살려야 한다. 승부의 세계 그 영고성쇠(榮枯盛衰)는 바둑돌처럼 둥글게 도는 윤회의 법칙을 따른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취약한 기반 위에서 정상으로 뛰어올라 15년간 세계를 이끌어온 한국의 프로바둑은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팬들은 한국의 우승과 두 ‘신산’의 명예회복에 보낼 박수와 함께 패배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도 준비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그것이 농심신라면배 최종라운드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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