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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인터뷰 / 꿈에선 지고 현실에서 이겼다
세마리 토끼사냥-세계대회 첫우승, 최연소,최단기간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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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이상 '어린왕자'가 아니다. 19세의 박영훈이 일본의 자존심 요다 노리모토 9단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박영훈으로서도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에 한국의 후지쯔배 7연패를 이어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 실은, 이 우승으로 최연소 9단에 최단기간 9단 승단 기록까지 갈아치웠고 내심 불안하던 병역문제에 확실한 도장을 찍었으니 세 마리 아니, 네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팬들의 눈요기를 위한 화려무쌍한 기풍은 아니지만 정확한 형세판단과 치밀한 끝내기로 어린왕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황제의 길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비내리는 오후 한국기원. 후지쯔배 우승컵을 안고 막 일본에서 돌아온 이 시대의 기린아 박영훈을 만나보았다.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이다. 우승한 소감은? - 너무 기쁘다.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이라 더욱 기쁘다. 코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은가? - 일본에 가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가서 감기에 걸렸다. 아직도 감기는 낫지 않았다. 실은, 다른 기사들도 모두 감기에 걸렸다(인터뷰 도중 한국기원 4층 기사실에 들른 송태곤 7단이 박영훈 9단을 보더니 "형 때문에 나도 감기 걸렸잖아. 물어내" 라면서 농을 건넨다).  요다 9단과는 첫 대면이었다. 첫 만남이 결승전에서 이뤄졌는데, '한국기사 킬러'로 유명한 강자와 두고난 소감은?- 부담같은 것은 없었다. 첫 대국이었지만, 이미 기보를 통해 요다 9단의 기풍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대국해보니 역시 침착하면서도 기세를 중시하는 기사였다. 결승대국은 주특기가 돋보인 대국이었는데, 결승전에 대해 평하자면?(박영훈은 '형세판단과 끝내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 초반에는 집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이뤄져서 만족했는데 중반에 미세해졌다. 끝내기에서 요다 9단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다. 박영훈 9단은 끝내기가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그 비결이라면? - 초반이나 중반보다는 끝내기에 자신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신예기사들이 모두 끝내기가 강하다. 잘하는 비결은 그냥... 계산을 잘하면 된다(웃음). 한수 한수 둘 때마다 여기는 몇집, 저기는 몇집.. 자꾸 세어보면서 계산한다. 우승하기까지 가장 힘든 고비가 있었다면? - 첫판 둘 때 유키 사토시 9단과 뒀는데 그 바둑이 제일 운 좋게 이겼던 것 같다. 그 바둑은 사실 진 바둑인데 마지막 끝내기중에 유키 9단이 실수하는 바람에... 실수가 없었다면 유키 9단이 이기는 바둑을 오히려 내가 이길 수 있었다. 8강전 장쉬 9단과의 바둑도 어려웠다.  평소 유창혁ㆍ최규병 9단 연구실에 자주 나가서 공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준결승에서 유창혁 9단과의 대국이 부담되지 않았나?- 심리적으로는 그런 부담보다 '그 판을 이기면 결승에 올라가는 준결승'이라는 점이 더 부담스러웠다. 결승전보다 준결승전이 더 부담이 컸다. 입단 후 최단기간(4년7개월), 그리고 이세돌 9단이 보유하던 최연소 9단 승단기록(20세)도 1년 단축하며 10대 9단의 자리에 올라섰는데, 어떤가? 9단이라는 것이 실감나나? - 아직 9단이라는 사실이 어색하기만 하다. 열흘 전만해도 5단이었는데, 일본 가기 바로 직전에 6단으로 승단했고, 바로 또 9단으로 승단하게 되어서 실감이 안난다. 어차피 나중에는 9단이 되겠지만 그래도 빨리 9단에 올라가 기쁘다. 이번에 유키 사토시 9단, 야마시타 게이고 9단, 장쉬 9단, 요다 노리모토 9단까지 모두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만 연거푸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기사 킬러'라는 별명까지 생겼는데, 특별히 일본기사에 강한 비결은? - 사실 후지쯔배 시합 전까지만 해도 일본기사들한테 상당히 약했다. 중국기사들과는 승률이 좋은 편인데, 이상하게 일본기사들한테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전년도 후지쯔배에서도 왕밍완 9단에게 져서 떨어졌고, 그 외에도 고바야시 사토루, 야마시타 게이고, 조치훈 사범님 등... 유독 일본기원 소속 기사들에게는 성적이 안좋았다. 그런데 이번은 운좋게도 일본 기사들만 이겨서 그런 말이...^^;  한중일 바둑에 차이가 있다면?- 일본기사들은 침착하고 정통적인 기풍이고, 중국은 한국과 비슷한 경향으로 실전적이고 실리에 민감한 것 같다. 한중일 대표기사를 꼽는다면? - 음, 일단 일본은 야마시타 게이고 9단, 요다 노리모토 9단, 장쉬 9단 등이 있고, 조치훈 9단도(작은 목소리로, 내가 져서 그런지 잘모르겠다^^) 잘 둔다. 중국은 구리 7단, 콩지에 7단 등이 잘 두고, 한국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할 수가 없다.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 이세돌 9단 등 잘 두는 기사들이 너무 많다. 신예들은 다 잘 둔다. 후지쯔배 우승하기까지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다면? - 결승전 두기 전날 공교롭게도 그날 꿈에 요다 9단과 바둑두는 꿈을 꾸었다. 형세가 상당히 좋지 않아서 시종일관 괴로워하다가 결국 지고 말았는데, 꿈은 반대라더니 실제 결승전에서는 이겼다. 큰 시합 두기 전에 꿈을 많이 꾸는 편인가? - 그런 편이다. 꼭 상대 대국자가 아니더라도 꿈속에서 바둑 두는 꿈을 꾸는 편이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조치훈 9단에게 아쉽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는데, 큰 슬럼프 없이 잘 견뎌냈다. 오히려 '보약'이 된 셈인데...- 삼성화재배에서 졌을 때 한동안 꽤 아팠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바로 회복이 됐다. 아쉽긴 하지만 지나간 것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천원전 우승도 그렇고, 이번 후지쯔배 우승도 그렇고, 송아지삼총사 중에서 한발 먼저 앞서 나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동년배 기사들이 선의의 경쟁자로서 도움이 많이 되는지? - 송아지 기사들과는 허물없이 친하다. 서로 연구도 같이하고. 아무래도 서로 경쟁하면서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내가 앞서 나간거 같지 않은데... 다 비슷하다. 사실, 최철한 8단은 박영훈 9단이 우승한 것에 대해 '배가 아파서 병원갔다왔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어떻게 생각하나? - 에이~ 철한이는 배부를텐데...(웃음) 후지쯔배 우승상금이 1억5천만원이다. 상당히 큰 액수인데, 어디에 쓰고 싶은가? - 상금은 부모님께 다 드린다. 동료 기사들에게 밥 사줄 정도만 얻어서 쓴다.  지금까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국이 있다면?- 음...(한참을 생각하더니) 첫 우승이었던 천원전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 삼성화재배도 기억에 남는데, 이번에 결승 올라갈 때보다 작년에 삼성화재배에서 씨에허 5단 이기고 결승 올라갔을 때가 더 설레였던 것 같다. 평소 바둑공부는 어떻게 하나? - 보통 최사범님 연구실이나 소소회 연구실 나와서 같이 연구하고, 혼자서 공부할 때도 있다. 보통 다른 기사들과 같이 연구할 때가 많은데 저녁에 집에서 혼자 공부할 때가 솔직히 공부는 더 잘된다. 바둑을 두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그리고 가장 힘든 시가가 있었다면 언제였는가? - 많이 이겨서 이번처럼 우승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게 된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작년 초였던 것 같다. 2002년도는 괜찮았는데, 2003년 2월부터 5월까지가 제일 힘든 시기였다. 예선에서도 떨어지고 성적이 저조했었다. 그런 시기에는 어떻게 극복하나? - 그런 시기가 있기 마련인데, 그냥 계속 바둑을 두다 보면 자연히 나아진다. 사실 올초에도 왕위전, 국수전에서 다 떨어지면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전자랜드배 올라가면서 회복된 것 같다. 혹시 계절에 영향을 받는 편인가? - 꼭 그런 것은 아닌데, 여름 때가 승률이 좋은 것 같다.  박영훈 9단은 실리를 상당히 좋아하는 기사인데, 본인의 기풍을 말하자면?- 실리를 많이 중시하고, 전투를 좋아하는 편이다. 실리를 중시하지만 실리만 밝히는 것은 아니고, 전투를 하면서 실리를 얻는 바둑이라고 할까. 자신의 바둑에서 가장 큰 장점은? 반대로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 비교적 중반부터 끝내기 부분은 자신이 있는데, 초반 포석이 약하고 특히 공격이 제일 어렵다. 이번에 고려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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