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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국까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이창호, 목진석 각각 결승 최종국까지 선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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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늦은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단지 '롯데호텔제주' 펄룸. 승부는 슬픈 드라마다. 누가 그렇게 말했는가. 제8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 종국의 현장에는 진부하고도 통속적인 이 말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푸른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이윽고 그 그늘을 날려버리기라도 하겠다는 듯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승자의 기쁨은 다섯번째 LG배 결승진출을 기록하게 된 이창호 9단과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진출을 기록한 목진석 7단에게로 돌아갔고 힘겨운 패자의 역할은 조한승 7단과 원성진 5단에게로 안겨졌으나 승자와 패자 모두 말이 없다. 한발 앞서 끝난 이창호-원성진 대국의 복기가 이어졌다. 어깨를 낮추고 고개를 숙인 원성진. 그 안경 너머 두 눈에는 깊은 슬픔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원성진은 주변에서는 좀처럼 알아들기 어려운 독백 같은 작은 목소리로, 반상을 훑어나가기 시작했고 오랜 정상의 시간으로 승자의 역할이 익숙해진 이창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패자의 정서에 최대한 협조한다. 그 위로 다시 섬광이 스치고... 뒤이어 목진석-조한승의 대국도 끝이 났다. 두 기사 모두 움직임이 없다. 조한승의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누가 자신의 패배를 예상하랴마는, 결코 원하지 않은 패배의 아쉬움이 쉽게 떨쳐지지 않는 듯 움직이지 못하다가 물수건으로 뺨을 적시며 반상을 짚고 있는 목진석의 손가락을 본다. 뽀얀 피부, 긴 속눈썹, 부드러운 웃음...조한승은 미소년의 이미지가 강하다. 백면서생 같은 얼굴은 더욱 창백하고 긴 속눈썹 아래 사슴을 닮은 눈빛이 이 시간에는 더없이 슬퍼보인다. 패자의 아픔을 추스리는 복기의 시간이 흐르고 이홍렬 조선일보 관전기자의 주도 아래 승자들의 결승진출 인터뷰와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결승 상대로 목진석 7단이 올라올 것을 예상했나?이창호: 둘 모두 어려운 상대라서... -간간이 조한승-목진석의 대국을 보는 것 같던데? 이창호: 초반에 봐서 알기 어려웠다(누가 승자가 될 지). -목진석 7단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창호: 침착하고 힘이 좋다. 전투능력이 뛰어나다. -요즘 국제대회 성적이 다시 좋아진 것 같은데(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춘란배 8강에 드는 등) 올해의 목표나 각오 같은 게 있다면? 이창호: 특별하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건 없다. 올해는 세계대회도 많이 열리니까(4년마다 돌아오는 응씨배, 신설되는 JP모건배 등이 추가) 컨디션을 잘 조절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목진석 사범은 TV아시아선수권전 준우승, 후지쯔배 3위 등의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진출은 처음이다. 소감은? 목진석: 기쁘다. 4강전을 앞두고는 부담이 컸었는데 대국을 할 때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이젠 목 사범을 신예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대 이창호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신예기사로 꼽히는데 결승전에 대한 각오는? 목진석: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만큼 열심히 두겠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결승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승리를 예상한 시점은?이창호: 대마가 확실하게 살아서는...흑이 하변 백의 일부분만 잘라먹는 바람에 대마가 쉽게 안정할 수 있었다. 종반 끝내기에서 승리를 확신했다. 흑쪽에도 찬스가 있었는데 그걸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목진석: 초반엔 내가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중반에 어지러워져서...정신이 없었다. 공격하던 백이 흑 석점을 끊어잡은 게 작았던 것 같다. 끝내기에 들어갈 무렵 계가를 해본 뒤 이겼다고 확신했다. -지난해 중국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중국리그 출전의 장단점은? 목진석: 이동 대국(목 7단이 출전한 중국 갑급리그는 철저하게 '홈앤드어웨이'게임으로 진행된다. 드넓은 중국대륙을 오가는 이동대국의 피로는 결코 만만치 않다)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피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상급의 중국기사들과 자주 대국하면서 경험이 풍부해졌다는 장점도 있다. -이창호 9단은 결승상대로 어느쪽이 편한가, 외국기사인지 한국기사인지 말해달라. 이창호: 절대적인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른데 아무래도 외국기사 쪽이 편한 것 같다. -결승스코어를 예상한다면?(두 기사가 머뭇거리자 이홍렬 기자가 '팬들에게 이런 쇼를 보여줘야 돼'라며 재촉한다) 목진석: 5국까지 가고 싶다. 이창호: 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일동 웃음. '넌 5국까지만 가면 되지? 승리는 내가 해도 되는 거지?' 라는 뒷말을 생략한 고도의 립서비스. 기자들에게는 어눌한 이창호의 화법이 세련되게 변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기성전에 이어 5번기는 두번째다. 당시는 2-1로 앞서다가 3-2로 역전패했는데? 또 그때와 지금의 목 사범을 비교하면 실력은 어떤가?(기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하느냐를 묻는 듯)목진석: 당시에는 아픔이 컸었지만 지난간 일이라 지금은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실력은...당시와 비슷하다. 여기서, 이홍렬 기자가 '자, 두 사람 매우 피곤할 텐데 더 물어볼 게 없으면 이제 풀어줍시다'라며 주변에 동의를 구하자 일동 박수로 두 기사의 결승진출을 축하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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