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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끝없이 먼 길을 가는 것…
특별한 자신은 없다. 다만 겸허하고 진지하게 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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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국은 예상대로 이창호 9단의 승리로 끝났다. 종료시간은 한국의 우승횟수에 맞추기라도 하듯 오후 4시. 결과론이지만 그것조차 운명 같았다. 대국실로 몰려든 현지취재단에 끼어, 극도로 피곤한 듯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의자에 몸을 기댄 이창호 9단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 뤄시허 9단과 둔 결승국을 평한다면? 이창호- 초반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흑이 중앙으로 나가지 않고 막히는 바람에 백이 편하게 됐다. 중국 기사들이 중요한 시합에서 번번히 실패하는데, 한국기사들이 중국기사들에게 특별한 자신이 있어서 그런가? 이창호- 특별히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겸허한 자세로 진지하게 둘 뿐이다. 중국기사들이 보강 또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창호- 내가 그런 질문에 답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웃음). 실수나 약점은 누구에게나 있다. 한국기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두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가? 이창호- 바둑은 하나의 긴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대국에 임하는 것이 좋다. (이창호는 이미 나이 20에 '바둑은 끝없이 먼길을 가는 것'이라는 자신의 바둑관을 밝힌 바 있다) 뤄시허 9단은 어떤 기사라고 생각하나? 이창호- 편한 상대는 아니다. 속기에 능하고 수읽기가 빠른 기사다. 뤄시허 9단 같은 속기파 기사를 만나면 어떤가? 이창호- 서로 장ㆍ단점이 있는 것 같다. 상대가 속기로 두어올 때 같이 속기로 맞대응 하다보면, 바둑을 그르칠 수가 있다. (누구와 두든 '나의 바둑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 같다) 속기로 두는 바둑과 오랜시간 생각하며 두는 바둑 중 어떤 바둑이 더 좋은가? 이창호- 개인적으로는 속기바둑이 더 좋다. (이창호 9단은 이 말을 마치고, 마무리할 사이도 없이 총총히 일어섰으나 연이틀 격전을 치른 피로가 워낙 뚜렷하게 드러나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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