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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의 제왕' 이희성 "둘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한중전 2:7 참패, 한국기사들이 속기전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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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의 제왕' 이희성이 제15회 LG배 본선에 들었다. 4월 23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5회 LG배 통합예선중 가장 늦게 끝난 판은 이희성 8단과 중국 씨에허 7단의 대결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한 대국은 오후 6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계가를 마친 결과는 이희성의 2집반승. 둘 다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씨에허의 얼굴엔 실망과 회한이 이희성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평온함이 흘렀다. 네임밸류로만 본다면 농심신라면배 5연승을 기록한 중국의 씨에허가 이희성보다 앞서긴 한다. 그러나 입단 15년차로 꾸준히 노력하는 이희성의 진가는 상대해 본 적이 없는 기사는 알 수가 없다. 이희성 8단을 대국이 끝난 후, 2층 대회장에서 바로 만나 인터뷰 했다. - 본선진출을 축하한다. 오늘도 가장 늦게 끝났다. 예전부터 이렇게 가장 늦게 끝난 판은 언제나 이희성 8단의 대국이었다. 항상 늦게까지 두면 힘들지 않나? "이번 예선판은 그리 늦게 끝나지 않았다. 오늘(23일)만 가장 늦었다. 전에는 3시간 이상 바둑이 많았는데, 오후 7시가 넘는 판도 많았다. 상대가 둬 주기만 한다면 얼마든 둘 수 있다. 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걸) 까먹어 버리니까..." - 수염을 기르고 있는 게 터프해 보인다. 징크스때문인가? "시합이 연속해 있다보니 기르게 됐다. 징크스 비슷하게 기르게 된 것인데, 인상이 약해 보여서 좀 강하게 보이려고 기른 면이 있다. 원래 기르려고 한 건 아니다. 지저분해 보인다고 욕을 많이 먹고 있다." - 이번 씨에허와의 대국은 '같은 스타일'의 대결로 보였다. 본인의 스타일이나 기풍에 대해 말한다면? "원래 내 기풍은 싸움을 피하고 유연하게 두는 것이었다. 요즘은 활발하게 두고 있다. 전투도 먼저 걸어가며, 적극적이다." -올해 승운이 따르는 거 같다. 작년에는 잘 하긴 해도 뭔가 안풀렸던 걸로 안다. "2년정도 정말 안됐다. 작년부터 조금씩 좋아졌다. 덕분에 랭킹도 올라가서 올해 한국리그 시드를 받게됐다. 컨디션도 좋은 편이다. 올해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은 성적은 좋았는데 남는 게 없었다. 중요한 예선결승에서 4번인가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농심신라면배도 그렇고, LG배와 삼성화재배도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된다는 다짐이 있었다." - LG배 통합예선에선 어떤 판이 고비였나? "역시 씨에허와의 예선결승이다. 2007년도엔가 LG배 본선 첫 판에서 씨에허와 만나 역전패당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설욕을 다짐했는데 잘 된 것 같다. 예선대진표를 보는 순간 예선결승까지 가면 씨에허와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목표가 있다면? "모든 프로기사는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프로기사의 목표는 '우승'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 한판, 한판을 착실히 이겨가야 한다. " - 강만우 9단이 스승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강만우 9단은 평소에도 제자인 이희성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닌다. 본인도 알고 있나? "잘 알고 있다. 나는 특정 도장출신이 아니다. 오로지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만 해서 프로가 됐는데 연구생 시절 연구생 지도사범으로서 가르쳐 주신 분이 강만우 사범님이다. 다른 연구생들은 호랑이 선생님이라 해서 어려워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나로선 강만우 사범님이 거의 유일한 프로 스승님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나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신다. 지금도 나를 볼 때마다 '대체 언제 타이틀을 딸 거냐고 물으신다'" - 82년생, 29살이다. 이제 어떤 '회의'나 '의심'이 들만도 한 나이인데 언제나 긍정적이다. 바둑 공부를 몇 년간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성적이 안나오거나 하면 실망도 하게되고 초조할 거다. "나이가 더 들면, 그리고 성적이 안나면 누구나 승부외의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거다. 생각해보니 내가 입단한지 만으로 15년이 지났다. 내가 말하고 나서도 놀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성적이 나빠진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난 20대 후반이고 아직 젊다. 길게 보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타이틀 홀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존재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 나이어린 후배들, 특히 박정환 7단처럼 어린 기사가 2관왕을 하고 그러는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30대에 가까워 지니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나? "음. 열심히 했구나, 그런 느낌이다. 박정환은 누구나 대성할거라 생각하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나이가 어린 것을 떠나서 저 친구가 잘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열심히 공부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 본선에서 만나고 싶은 상대가 있나? "딱히 꼬집어 말할 상대는 없다. 특별하게 붙어 보고 싶은 상대는 없다. 요즘 바둑 두는 게 즐겁다. 상대가 그 누구라도 한판, 한판 최선을 다하고 싶다." - 이희성 8단이 씨에허를 이겨 9판의 한중전중에서 한국이 간신히 2판을 이기게 됐다. 이렇게 차이가 난 까닭은 무엇일까? "제한시간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속기가 대세다. 한국기사들은 속기에 적응해 왔다. 그러나 세계대회는 짧아도 1시간, 대부분 2~3시간 짜리다. 이러다 보니 시간많은 바둑에 한국기사들이 힘들지 않나 싶다. " - 이희성 8단도 속기가 대세로 흘러가면서 좀 피해를 본 것 아닌가? 장고바둑에 강점이 있는 기사로 알려졌는데? "개인적으로 제한시간이 많은 바둑을 좋아한다. 또 그게 맞는다고 본다. 그럼에도 2004년에 신예들이 참가하는 속기전에 우승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우승을 해본 그 때는 '아 속기도 할 만 하구나'해는데 역시나 다음 해부터 잘 안됐다. 프로기사는 대회에 맞춰 가는 수 밖에 없다. 속기 연습도 많이 해서 적응해야 한다." - 초읽기 30초와 40초의 차이가 있나? 한국리그 초읽기가 40초로 바뀌었는데, 또 장고바둑의 적당한 제한시간은 어느정도로 생각하나? "10초지만 30초와 40초는 정말 큰 차이다. 40초 초읽기면 다들 여유가 있다. 제한시간은 1시간은 조금 짧고 2시간이 가장 적당하다. 국내 프로대회는 속기와 장고바둑이 50:50으로 균형을 맞추면 좋겠다. " [취재 | 최병준, 박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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