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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해요!
국내 여자기사 최초로 9단에 오른 박지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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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하늘이 새파랗게 투명하다. 며칠동안 사람들의 발을 꽁꽁 묶어두었던 기습적인 한파가 슬그머니 도망가고 따뜻한 오후 햇살이 아스팔트 위를 어루만진다. 유쾌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재촉한 곳은 청담동에 위치한 프라다 호텔. 12월의 신부가 된 윤영민 2단의 웨딩드레스도 구경할 겸 국내 여자기사 최초로 입신이 된 박지은 9단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우와! 영민 언니, 정말 예뻐요!” “정말?”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동료기사들의 축하인사에 새신부의 얼굴엔 붉은 홍조가 살짝 물들어갔다. 박지은 9단의 모습이 보이자 동료기사들이 고개를 돌린다. “어머, 지은아! 우승 축하해. 이제 박지은 9단이라 불러야겠네?”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축하객들을 뒤로하고 박지은 9단과 잠깐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하얀 얼굴에 가녀린 어깨를 가진 그녀였지만 선명한 눈빛 하나만은 ‘여전사’의 체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우승한 걸 축하드려요. 우승도 중요하지만 9단 된 게 더 크겠죠? 국내 첫 여자 9단이 됐는데 기분이 어때요? 실감나나요? “솔직히 큰 기대도 못했는데 주변에서 워낙 띄워주니 어쩔 줄 모르겠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밖엔 없었는데 이렇게 매스컴에서 띄워 주니 9단이 좋긴 좋네요(웃음). 루이 사범님 덕에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루이 9단은 10년 전에도 그랬지만 현재까지도 국내 여자 기사 중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기사죠. 결승에서 루이 9단을 이기고 우승까지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젠 루이 9단을 확실히 앞지른 것 같다는 느낌인가요? 예전과는 다르게 현재는 실력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보이는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제가 루이 사범님을 운 좋게 이겼지만 이게 전부일 수는 없잖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제 약점을 보완하고 더 많이 노력해서 지금보다 강해지고 싶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루이 사범님을 뛰어 넘고 싶다는 목표는 여전합니다.” 세계대회 성적은 상당히 좋은 것에 반해 국내 여자기전 성적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궁금해요. 박지은 9단이 보기에 어떤 원인이 있다 생각하세요? “글쎄요. 꼬집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똑같이 열심히 한다 생각하는데 국내기전에서는 성적이 잘 안 나와요. 우연치 않게 세계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다보니 저도 뭐라 얘기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조혜연 7단과의 상대전적이 의외로 많이 뒤져있어요. 경쟁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조혜연 7단의 기풍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이라 그런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제가 많이 이겼어요. 심한 말로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뻔뻔한 자신감(?)까지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밀리고 있는 걸 발견했죠. 언론에서도 그런 것을 많이 언급하기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부담감도 느껴지고…. 부담감을 크게 줄이며 의식을 안 하려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꾸준한 노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기사 생활을 한지도 이제 11년이 됐어요. 지금 이 순간이 기사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인가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여러 언론매체에서 제가 9단 된 것을 워낙 크게 띄워주셔서 뿌듯한 맘입니다. 제 이름이 뉴스에 나왔다는 것도 기분 좋지만 바둑을 크게 다뤄줬다는 것도 무척 기쁘고요. 이 기회에 사람들이 바둑에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국내에서 지금까지 여류기전외에 본격기전에서 우승한 여자기사는 루이 9단밖에 없어요. 어때요? 박지은 9단도 그런 역사적인 기록에 도전하고 싶을 텐데 목표로 두고 있나요? “그런 생각은 항상 하죠.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보니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9단 된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타이틀을 보유해야 팬들이 더 많이 알아주겠죠. 기사라면 누구나 타이틀획득을 최우선 목표로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한 번 정도는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요즘에도 운동 자주 하나요? 바둑을 두지 않는다면 평소 무엇을 즐겨하나요? “운동은 예전보다 덜합니다. 가볍게 요가를 즐겨하는 정도? 인터넷 웹서핑이라던지 친구들과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수다(?)떨고 이렇게 지내요.” 고양이는 지금도 키우세요?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기분 좋은 일이 생겼었어요. 제가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가버렸거든요.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크게 상심해 있었는데 1국 끝나고 부모님께 연락이 왔었죠. 잃어버린 줄 알았던 고양이가 다시 집에 돌아왔다고요. 무척 기분이 좋았어요.” 기사 생활을 하다보면 슬럼프에 빠질 때도 많을 텐데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무척 어려웠어요. 역전패라도 당하는 날이면 많이 속상해 잠도 못자고 울기까지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의기소침해지지 않으려 많이 노력하죠. 패배는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고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말로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애쓰죠. 좋은 책도 많이 잃고요.” 팬들은 박지은 9단이 남자친구가 있는지 무척 궁금해 합니다. 혹시 남자친구는 있는지? “지금은 없어요(웃음).”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이에요? “저를 많이 이해해주고 자상한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밝고 자신감이 넘치고 저를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입니다. (기자: 연상이 좋나요? 연하가 좋나요?) 아직까지 연상은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항상 관심 주시고 좋은 글로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맘입니다. 응원에 보답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는 지은이가 될게요. 바둑팬 여러분, 2008년에는 모두 다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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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야옹
luciole
풍진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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