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싱하오는 세계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은 없다. 2021년에는 신예 세계대회인 글로비스컵 U-20에서 우승했고 2023년엔 중국기전 창기배에서 우승한 바 있다.

[그림1] 우변은 흑이 가일수 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모양이 커질 것 같았다. 신진서가 우변을 어떻게 삭감할까, 모두가 숨죽이고 있었는데, 1의 어깨짚기가 놓였다. 이 장면에서 많은 수단들이 가능하겠지만 다시 돌아보면 이 어깨짚기는 정말 균형잡혀 보인다. 너무 깊지도 않고 너무 얕지도 않았다. 거꾸로, 이 수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얄미울 만했다. 이런 때 심리적인 상태도 중요하다.

[그림2] 왕싱하오는 1~3의 수순을 들고 나왔다. 얼핏 흔하디 흔한 행마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왕싱하오의 심리 상태가 담겨 있다. '칼을 빼든다' '과감하게 공격한다' '이 싸움은 자신있다' 피 끓는 나이엔 겁이 없다. 왕싱하오는 나이에 맞지 않는 노련한 운영으로 신진서가 무언가 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 판에서 왕싱하오는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왼쪽 백은 탄력이 풍부하므로 삭감을 온 백만을 노려야 하는데도 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3] 지금부터는 신진서의 귀신같은 타개를 볼 수 있다. 1~7까지 하얀 날개를 펼친 후 -

[그림4] 8까지 우변을 돌파하는 형태를 얻어냈다. 지금이라도 왕싱하오로선 9 대신 A로 두어 과열된 공격을 식히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림5] 7에 이르자 흑의 외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흑으로선 백을 공격하면서 득을 보지 못하면 벽만 약해지는 셈이다.

[그림6] 18까지, 신진서는 완생에 성공했고 흑은 두터움이라고 하기엔 약점을 가진 외벽을 갖게 됐다. 왕싱하오는 이 후유증으로 이후로는 불리한 형세를 이어가게 된다.

[그림7] 애초에 왕싱하오가 애초에 지속적인 공격을 포기하고 7까지 두어왔다면, 신진서로서는 이 변화에 더 압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림8] 신진서가 1로 두었을 때도 왕싱하오로선 호흡을 가다듬고 2로 두어 실속을 챙기는 걸 연구하는 편이 나았을 수 있겠다.

[그림9] 1로 젖힌다면 흑은 양쪽을 두는 수순을 얻게 된다.

[그림10] 앞 그림 5 대신 지금처럼 1로 뻗으면 2로 젖힌다는 계획.

[그림11] 그러면 6까지 진행이 예상되는데 이후 -

[그림12] 16까지의 수순이라면 흑은 일단 백을 수상전으로 잡은 상태에서 조금 앞설 수 있었을 것이다. 왕싱하오가 좀 더 완급조절해 왔더라면 신진서는 좀 더 까다롭게 느꼈을 것이다. 백이 A로 치중하면 흑은 B로 궁도를 늘려서 수가 많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