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프로 주니어는 김승재, 시니어는 유창혁!
(종합) 프로 주니어는 김승재, 시니어는 유창혁!
19회 문경새재배 폐막...아마 주니어는 김민찬, 시니어는 김희중!
[문경새재배] 정용진  2026-11-01 오후 09:24   [프린트]
▲ 19회 문경새재배 오픈최강부를 석권한 김승재 9단(왼쪽)과 남녀 시니어 오픈최강전을 제패한 유창혁 9단. 각 우승상금 3,000만원과 1,000만원을 받았다.


우승후보군(群)에 대한 예측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사흘 동안 문경시에서 열린 19회 문경새재배 전국바둑대회에서 김승재 9단(오픈최강부), 유창혁 9단(남녀 시니어 오픈최강부), 김민찬(아마최강부), 김희중(남녀 시니어 최강부) 선수가 우승했다.

오픈최강 3인단체전에서는 안성준 9단-신준희-박종찬으로 팀을 구성한 15팀이 차지했다.

전국중고등최강부는 유리우(한국바둑고)가 석권했으며, 전국초등최강부에서는 김정현(다산새봄초) 선수가 제패했다.

오픈최강부는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00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는 데다, 한국랭킹 상위 기사들이 대거 출전해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랭킹 1,2위 신진서, 박정환 9단만 불참했을 뿐 랭킹 3위 신민준부터 4위 변상일 9단 등 대다수 정상급 기사가 의기를 세우고 문경새재를 넘었다. 1분 피셔방식으로 두는 초속기 대회이기는 해도 상위랭커들 가운데 우승자가 나올 것으로 봤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승에까지 살아남은 자는 랭킹 16위 최재영 9단과 44위 김승재 9단이었고, 여기서 다시 하위랭커인 김승재 9단이 최후의 승자로 남았다.

▲ 11월이라 그랬을 것이다. 문경의 가을은 쌀쌀했고, 대회 마지막날은 추적추적 비까지 내려 제법 추웠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는 추풍령을 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들 험준한 새재를 넘어도 누구는 급제를 하고 누구는 낙방한다. 승부세계도 그렇다.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는 져야 한다. 상위랭커들에게 올해 문경땅은 운수가 닿지 않았다. 8강 면면에 10위 안 랭커는 3위 신민진 9단뿐이었고, 이마저 44위 김승재 9단에게 좌초되면서 4강에 이르지도 못했다.
준우승한 최재영 9단의 활약도 눈부셨다. 16강전에서 랭킹 4위 변상일 9단을 잡았다. 이후 승승장구, 기운이 따라주는 듯했다. 결승상대는 28계단이나 랭킹 차이를 보였고, 게다가 그는 한동안 주춤댄 통에 기세가 예전만 같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나 ‘한칼 있는’ 프로세계에서 승부는 그날의 운수에 달릴 때가 많다.
275수 만에 김승재 9단이 백2집반을 이겼다. 서너 번 출전 끝에 기어이 정상에 섰다. ‘마침내’라고 쓰지 않고 ‘기어이’라고 쓰는 건 이 문경새재배 우승을 계기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기에 그렇다.

●○ 제19회 문경새재배 오픈최강부 64강 대진표 보기 (클릭!)


남녀 시니어 오픈최강부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웠다. 세계무대를 누빈 레전드 기사들의 참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6강 시드를 주어 서봉수, 유창혁, 최규병, 여기에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시훈 9단까지 불러들였고 김영삼, 김혜민 9단 등 레전드리그 1지명급 선수들과 ‘젊은 패기’로 무장한 여자기사들이 가세해 대회장은 검투사들이 결전을 펼치는 콜로세움을 방불케 했다.

세월에 다소 녹이 슬었대도 레전드 소리를 듣는 승부사들이다. 시드를 받은 4명의 기사는 강력한 우승후보일 수밖에 없었고, 최규병 9단만이 8강에서 생각지도 않은 시간패로 중도하차했을 뿐 예상대로 4강 세 자리와 결승 두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우승은 유창혁 9단이 거머쥐었다.

▲ 숱한 진검승부를 지켜보면서 승부란 그날의 운수소관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유창혁 같은 승부사를 보면 정녕 승부에 운이란 게 있나? 반문이 절로 든다. 흔들리되 곧장 중심을 다시 잡을 줄 알고 간난고초(艱難苦楚)를 견디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 달리 불세출의 기사로 불리는 게 아니다. 운수란 것, 따지고 보면 쉬 흔들리고 포기하는 자에게 굴러들어오지 않는다. 강자의 프리미엄이란 것도 이런 물길에 따라붙는 소용돌이 같은 거다. 승부세계에서 가만 앉아 있는데 절로 따르는 ‘운빨’은 없다. 판을 흔들 수 있는 건 그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유창혁 9단은 준결승전에서 서봉수 9단에게 사실 다 넘어간 판을 기사회생했다. 버티고 줄기차게 흔들며 쫓아가 극적인 반집을 건졌다. 본인은 착각과 실수가 많은 바둑이라 계면쩍어 하지만 예순의 나이에도 무뎌지지 않은 그의 승부호흡에 전율했다.
류시훈 9단과 대면한 결승전 또한 막판까지 쉽지 않은 흐름이었으나 험난한 준결승 고비를 넘고 온 사람에게 차오르는 운세란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과도 같다. 반집승부로 흐르던 바둑이 계가했을 때는 흑 3집반 차이로 끝났다.



모처럼 문경새재를 넘어와 한판만 두고 "뒤로 돌아 고향 앞으로 갓!" 하기엔 무척 아쉽다. 대회첫날 오픈최강부 예선에서 떨어져 본선 64강 토너먼트에 들지 못한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한 부문이 오픈최강 3인단체부다. 팀은 주최측에서 랜덤으로 구성한다. 28팀이 접전을 펼쳐 안성준 9단이 이끄는 15팀(신준희, 안성준, 박종찬)이 결승에서 목진석 9단이 주장으로 뛴 21팀(김현석, 목진석, 유하준)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 한국랭킹 9위인 안성준 9단이 첫날 오픈최강전 조별리그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64강에 못든 것은 의외였다. 대신 오픈최강 3인단체부에 출전해 우승상금은 600만원을 차지했다.

▲ 목진석 9단이 이끄는 21팀에는 9세 6개월 12일 만에 입단해 63년 만에 한국 최연소 입단기록을 경신한 유하준 초단이 뛰었다.

아마최강부에서는 김민찬 선수가 문국현 선수를 물리치고 전국대회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국무대에 등장한 2011년생 새얼굴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김민찬 선수는 바둑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대주다. 한국기원 연구생 1조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2월에 내신성적 1위로 입단할 것으로 보인다.

▲ 김민찬 선수(오른쪽)가 결승에서 문국현 선수를 맞아 342수 만에 백 5집반 승을 거뒀다.
학생대회에 나가 몇 번 우승한 경력이 있긴 하나 연구생으로 일반대회에 자유롭게 출전할 수 없는 제약이 따라 그동안 주니어 아마강자들이 출전하는 전국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진가를 발휘했다. 우승한 기쁨보다 쟁쟁한 주니어 아마강자들과 겨루며 자기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게 더 좋았다고 한다. (문경새재배는 연구생도 참가할 수 있다.)
말수가 없고 수줍음을 잘 타는 한종호 선수에게 첫우승 소감을 묻자 한동안 뜸을 들이다가 “재미있었습니다” 딱 한마디 내놓을 뿐이다. 마치 억지춘향으로 내놓은 답 같기만 하다. 산본바둑도장에서 수학하고 있다.



남녀 시니어 최강부에서의 관심사는 ‘왕년의 프로’ 김희중 선수가 대회 2연패를 달성할 것인가,였다. 프로무대를 누빌 때부터 ‘속기의 달인’으로 손속을 과시하던 그였기에 피셔방식의 초속기라면 더욱 진면목을 발휘할 터이고, 과연 결승까지 거침없이 진군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승에서 장윤정 선수를 꺾고 우승상금 300만원을 차지했다.

▲ 8강까지 남녀 4대4의 구도였으나 4강부터는 장윤정 선수 홀로 여자선수의 자존심을 걸고 싸웠다. 장윤정 선수는 여성아마추어 랭킹 9위에 올라 있으며, 아직 전국대회 우승은 없으나 2025 KBF리그에서 6승 1패를 거두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국후 대회장에서 마주친 김희중 선수에게 "축하합니다! 문경새재배 2연패는 처음이신 거죠?"라고 건넸더니 예의 그 싱글벙글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한다. "뭐 2연패한 걸 가지고...10연패는 해야 얘깃거리가 되지." 옆에서 그 말을 들고 황원순 씨가 놀린다. "아니, 10연패 할 때까지 살려고?"



총 18개 부문 입상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오픈최강부
▶우승/ 김승재 9단
▶준우승/ 최재영 9단
▶공동3위/ 이창석 9단, 박지현 8단

▲ 사진 왼쪽부터 공동3위를 한 박지현 8단, 이창석 9단, 준우승 최재영 9단, 우승 김승재 9단과 오픈최강부문을 시상한 양상국 심판위원장. 준우승상금은 1,000만원, 3위에게는 각 300만원씩 돌아갔다.

남녀시니어 오픈최강부
▶우승/ 유창혁 9단
▶준우승/ 류시훈 9단
▶공동3위/ 서봉수 9단, 김은선 7단

▲ 남녀시니어 오픈최강부는 문경바둑협회 황진호 회장이 시상했다. 왼쪽부터 김은선 7단, 서봉수 9단, 류시훈 9단, 유창혁 9단.

아마최강부
▶우승/ 김민찬
▶준우승/ 문국현
▶공동3위/ 김기백 이화섭

▲ 전국에서 운집한 73명이 아마최강 자리를 두고 열전을 펼쳤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두 사람에게 이기섭 심판위원이 상장과 상금을 시상했다. 우승 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200만원이다.

남녀시니어 최강부
▶우승/ 김희중
▶준우승/ 장윤정
▶공동3위/ 안재성 한상길

오픈최강 3인단체전
▶우승/ 15팀(신준희, 안성준, 박종찬)
▶준우승/ 21팀(김현석, 목진석, 유하준)
▶공동3위
13팀(박시하, 오병우, 김상윤)
3위 23팀(임지호, 황진형, 강병권)

전국여자단체부
▶우승/ 화성(허민솔 김숙향 이향미 조경진)
▶준우승/ 부산돌사랑(홍민희 김영순 정용순 이수경)
▶공동3위
군포(임난희 임경화 김순득 김윤숙)
대전다온(박현옥 구영미 박은숙 권경희)

전국대학단체부
▶우승/ 한양대학교A(하경빈 박소윤 김부성)
▶한양대학교D(임로운 동도영 박재우)
▶공동3위
연세대학교B(박지석 윤채영 남준모)
고려대학교(김형우 김원우 권두연)

전국중고등 최강부
▶우승/ 유리우(한국바둑고)
▶준우승/ 오세현(홈스쿨)
▶공동3위/ 서윤태(홈스쿨) 이동현(홈스쿨)

▲ 전국중고둥 최강부 결승 장면. 고등생 형들 틈바구니에서 중학생 나이의 오세현 선수가 꿋꿋이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바둑중고 김길곤 교장이 제자 유리우 선수의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 16강 대진표. 전국중고등 최강부에는 62명의 학생이 출전했다.

전국초등 최강부
▶우승/ 김정현(다산새봄초)
▶준우승/ 명주완(서울 경동초)
▶공동3위/ 한유승(과천 청계초) 박정후(동작초)

▲ 전국초등 최강부 결승. 김정현 선수(오른쪽)의 착점하는 손 맵시가 벌써 고수의 풍모를 풍기고 있다.

대구경북 최강부
▶우승/ 정관영
▶준우승/ 권찬욱
▶공동3위/ 이시현 이욱빈

대구경북 정석부
▶우승/ 서철우
▶준우승/ 권중철
▶공동3위/ 박재천 김용곤

문경 최강부
▶우승/ 조재서
▶준우승/ 이상범
▶공동3위/ 김상수 오상근

문경 정석부
▶우승/ 한종호
▶준우승/ 김효연
▶공동3위/ 박기탁 정인하

▲ 문경 정석부는 외출휴가를 나온 한종호 공군 상병이 우승해 이목을 끌었다. 이 장병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사진도 찍어놓은 게 있어 <취재후기>랄까, 따로 한 꼭지를 할애해 쓸 생각이다.

대구경북 초등 최강부
▶우승/ 김윤현
▶준우승/ 배진후
▶공동3위/ 안태하(대구 용지초) 김민성(현곡초)


대구경북 초등 정석부
▶우승/ 최시윤(대구 범일초)
▶준우승/ 곽유승(대구 용천초)
▶공동3위/ 진주한(초곡초) 장지원(대구 장동초)

대구경북 초등 도약부
▶우승/ 이주원(구암초)
▶준우승/ 김민제(대구 신월초)
▶공동3위/ 김민준 배선후(대구 남산초)

▲ 대구경북 초등 도약부 수상자. 문경시바둑협회 고성환 전무이사가 시상했다.

대구경북 방과후 정석부
▶우승/ 이도운(모전초)
▶준우승/ 이온(대구 성동초)
▶공동3위/ 곽보민(한실초) 김범준(욱수초)

대구경북 방과후 도약부
▶우승/ 이태인(범일초)
▶준우승/ 문예랑(대구 세천초)
▶공동3위/ 문예준(대구 세천초) 신연우(대구 월암초)

▲ 방과후 바둑수업을 받는 어린이들이 겨루는 부문도 따로 마련했다. 도약부는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 대회다. 바둑계로선 참으로 공을 들여야할 대상이다. 우승, 준우승한 친구만 따로 기념촬영을 하자 3등한 녀석이 부러웠던지 불만이었던지 푸념한다. "3위는 왜 함께 안 찍어줘요?" 참말 꼼짝할 수 없게 만든 귀여운 항의다.

▲ 폐막 피날레는 다함께 기념촬영으로 장식. "내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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