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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라” 격랑의 시대에 평화 기원한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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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중앙일보 [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슬퍼하지 말라” 격랑의 시대에 평화 기원한 승부사 ☜ 기사 원문 보기 클릭 우칭위안(吳淸源 1914~2014)은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나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바둑의 신화가 된다. 그는 100세로 타계할 때까지 ‘살아있는 기성’으로 추앙받았다. 그의 인생은 평생 승부와 더불어 살았음에도 고요하고 적막하며 어딘지 비감마저 묻어난다. 일본으로 건너간 지 얼마 안 되어 만주사변(1931)이 일어났고 곧이어 중일전쟁(1937)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그의 정신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출렁였다. 우칭위안이 펴낸 수필집 제목은 ‘막수(莫愁)’다. 슬퍼하지 말라. 일본서 바둑의 신화 된 우칭위안 응씨배 한·일 결승 땐 서봉수 응원 그는 1933년 일본바둑의 상징이라 할 슈사이 명인과 대국했는데 처음 3수로 3.3, 화점, 천원을 대각선으로 연결했다. 평소의 착상을 실천해본 것이었지만 세상의 반응은 요란했다. 본인방 가문에선 3.3이 금기였다. 본인방 앞에서 3.3을 둔 것을 놓고 “무례”를 넘어 “전통에 대한 반역”이란 반응도 나왔다. 몇 달에 걸친 대국은 우칭위안의 우세로 흘러갔고 호외를 발행할 정도로 인기였지만 중국에 대한 적개심이 고조되면서 우칭위안의 집엔 돌멩이가 날아들기도 했다. 바둑은 슈사이가 기막힌 묘수를 두어 역전 2집승. 본인방가의 제자 마에다가 묘수를 발견하고 훈수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또 하나의 금기가 됐다(훗날 우칭위안의 스승 세고에 9단이 이 문제를 거론하여 큰 파장이 일었다). 우칭위안은 1936년 일본에 귀화하고 곧 일본 여인과 결혼했다. 험악한 시절이었다. 그는 ‘막수’에 이렇게 썼다. “일지사변(중일전쟁)이 속히 끝나 전날의 평화스러운 날이 오면 나는 또 한 번 풍광명미한 태호(太湖)에 배를 띄우고 싶다.” 또 “나라와 나라의 대국도 조그만 패싸움에 골몰하여 대국을 저버리면 안 된다”며 간절하게 평화를 기원했다. 정신적 안정을 갈구했던 우칭위안은 홍만회(紅卍會)라는 중국 종교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종교가 나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이 교를 가지고 무덤까지 기꺼이 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화교들이 그의 국적을 문제 삼았다. 그는 1947년 무렵 대만으로 국적을 바꿨고 대만에선 그에게 대국수(大國手)라는 호칭을 준다. 일본기원 소속 기사였으나 자신도 모르게 탈퇴되어 ‘객원기사’ 신분이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우칭위안은 20년이나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요미우리 신문사 전속으로 10번기를 통해 일본 최고기사들을 잇달아 꺾은 우칭위안은 70년대의 어느 날 다시 일본 국적으로 돌아갔다. 중국이 국제무대에 등장하면서 대륙 출신인 우칭위안이 대만 국적이 된 것을 놓고 알력이 있었다는 소문만 있다. 오도 가도 못한 우칭위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것이다. 우칭위안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응씨배 심판장을 맡았다. 1993년 서봉수-오타케의 결승전이 벌어진 싱가포르에서 나는 ‘우칭위안 선생’과 같은 방에서 바둑을 관전했다. 대만이 돈을 대고 한일이 싸우는 결승전, 놀랍게도 우칭위안은 오타케가 아니라 서봉수를 응원하고 있었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이 사람 몸에 동양의 머나먼 도가 흐른다”고 했던 우칭위안. 그는 크게 불리한 서봉수가 역전을 일궈나갈 때마다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소리 높이 웃었다. 그가 왜 일본의 오타케가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한국의 서봉수를 응원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봄이 되면 우칭위안의 ‘막수’를 꺼내 다시 읽곤 한다. 올해는 대만해협의 격랑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동중국해 남중국해도 심상찮고 현해탄의 파도 역시 가라앉을 기색이 없다. 그래서인지 중국, 일본, 대만이라는 국가 사이에 끼여 고심해야 했던 우칭위안의 모습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슬퍼하지 말라. 봄빛은 애처롭고 세상은 혼탁하지만 슬퍼하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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