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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노래로 배우는 바둑!
역할분담 수업 돋보인 청주 좋은친구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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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처음 배우기 어렵다고들 한다. 이걸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한다. 막상 배워보면 꼭 그렇지도 않건만, 특히 여성이 이런 말을 훨씬 많이 하는 걸 보면 진입장벽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제법 작용하는 듯하다. 남성. 기원. 계산...‘바둑’ 하면 퍼뜩 떠오르는 단어들. 바둑이 어렵고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은 건 오랫동안 바둑을 대변해온 이러한 키워드들이 남성 전유물인 듯한 이미지 또한 한몫 했을 것이다. 이러한 바둑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져 왔지만 일거에 바꾼 건 역시 ‘알파고’다. 알파고 바람 이후 바둑은 한번 배워볼만한 것. 자녀 교육에 더없이 좋은 것.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배우고 싶은 것으로 자리했다. 김연아를 계기로 국민이 피겨스케이트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것처럼. “어린 아이가 어렵다고들 하는 바둑을 배울 수 있겠어요?”라고 회의하던 부모가 이제는 놀이바둑 수업을 개설한 유치원(어린이집) 원장에게 무척 고마워한다. 관건은 교습법이다. 어린아이건 성인이건 축, 단수 몇가지 알려주고 한판 둬보라고 하면 19줄 바둑판이 상암 월드컵경기장만해 보이지 않겠는가. 어디에 둬야할지 막막할 터이다. 42.195 킬로미터를 뛰는 게 마라톤이다. 그렇다고 하여 입문자에게 냅다 달리기만 시킬 선생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종목인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습, 이 또한 재미있게 단계별로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면 한갓 따분하고 어려울 따름이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은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쳤기에 나온 ‘거부반응’이기도 하다. 특히나 어린아이에게라면 말할 것도 없다. 또 한차례 풀어놓는 경험담이지만, 유아바둑교육에 관해선 씁쓸한 기억이 있다. 초등 입학 직후 큰아이를 동네 바둑학원에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했다. 흥미를 못 느껴서 그랬다면 적성이 안 맞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오히려 바둑을 몹시 싫어하게 된 게 아닌가. 왜 그런가 알아봤더니, 대략 이런 거였다. 들어간 지 얼마되지 않은 녀석을 몇 달 배운 아이와 막바로 붙이곤 했던가 보다. 더군다나 저보다 어린 동생뻘 아이들과. 입문단계에선 오뉴월 하루 뙤약볕이 무섭다. 판판이 깨질 수밖에. 지는 걸 못 참는 게 아이들의 심리다. 새까맣게 따먹히는데 보살같은 부동심을 강조할 수 있을까. 자존심이 상한 아이는 승벽심만 한껏 덧난 채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얘기니까. 그렇다고 운때가 안 맞은 양 털고 넘어가자니 솔직히 ‘교육’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바둑’만 알고 바둑교실을 운영한 원장, 강사들이 많았다. 비로소 어린이바둑교육에 대해, 무엇보다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바둑선생님의 자질과 수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성인교육에 대해서까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어린이, 특히 유아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적어도 유아심리 정도는 공부하고 나서야하지 않겠는지. 바둑 한길만 판 전문인에게 이러한 식견까지 갖추라는 게 당장 난감한 요구라면 전국바둑교실협회 차원에서라도 1년에 몇 차례 유치교육의 전문가, 가령 유치원 교사나 원장들이라도 모셔 정기적인 강연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무척 아쉬웠다. 20여년 전의 안타까움이었다. ▲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바둑.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바둑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습관을 길러준다. 즉각 반응하기에 앞서 한번 더 상황을 필터링하게 하는 이성을 심어준다. 그렇다고 바둑을 잘 두는 사람 모두 인생의 고수는 아니다. 제아무리 좋은 약초도 처방에 따라 독초가 되기도 한다. 제아무리 유익하고 재미있는 것도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지루하고 하릴없는 것이 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입문과정을 가르치는 게 가장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만 알고 열을 놓치는 경우다. 바둑은 그저 테크닉만 가르치는 종목이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시간낭비하며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칠 까닭이 없다. 지금은 어떤가. 주먹구구식으로는 통하지 않으니 많이 달라졌다고 봐야한다. 바둑을 배우는 연령은 초등생에서 유치생으로 더욱 낮아졌다. 하나 유치원 선생님은 바둑을 모른다. 바둑선생님은 유아교육에 대해 전문식견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이 틀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둘을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해봄직하다. 장기적으로는 유치원 선생님이 바둑을 배워 가르치게 된다면야 더할나위없다. 가르치는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 지식을 전달할 때 가장 효율적인 학습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면, 유치바둑수업은 아이들의 언어, 몸짓, 생각으로 다가설 때겠다. 청주시 흥덕구에 자리한 좋은친구유치원에서 이 모델을 보았다. 지금껏 기자가 다녀본 곳 중에서 유치원 선생님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놀이바둑수업에 가담하고 있는 유치원이었다. 역할분담 시스템이 돋보였다. 외부에서 1주일에 한번 오는 바둑전담선생님은 기술 위주로 가르치고 내부 유치원 담임선생님은 동화를 구연하며 바둑의 기본개념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은친구유치원의 7세반(52명) 어린이는 2개 반이지만 바둑수업은 4개 반으로 분반하여 30분씩 진행한다. 3층 강당에서 바둑전담선생님이 한 반 수업을 할 때 2층 교실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축이나 장문과 같은 기초개념을 적절한 상황으로 각색한 동화를 들려주며 설명한다. 그리고 30분이 지나면 학생들을 맞바꾸어 수업하는 식으로 모두 2시간 동안 4개 반 분반 수업을 한다. 먼저 동화구연 수업을 듣고 연이어 바둑수업을 하건, 그 반대이건 바둑전담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그날 같은 주제로 가르치므로 반복효과가 확실하다. 개념이 쏙쏙 잡힐 수밖에 없다. 굳이 따지자면 동화구연은 이론수업이고 바둑수업은 기술수업이지만 주-보조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좋은친구유치원은 놀이바둑 교육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7세반 담임선생님 두 분과 바둑보조선생님 역할을 하는 정순희 교육부장이 수업을 참관했다. 한달간 아이들과 같이 기본용어를 배웠고 후로 독학하며 바둑의 개념과 기술을 익혔다. 예경남 바둑전담선생님에게 따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가며 배웠고, 그랬기에 교재수업(동화구연 등)과 실전수업으로 나눠 동시 2교대 교차, 반복하는 효율적인 수업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확실하다고 했으니 좋은친구유치원의 놀이바둑수업을 한번 따라가 보자. 먼저 수업에 들어가면서 바둑노래 한곡부터 부른다. '단수 송'이다. ![]() ▲ 7세 '하늘터반' 신정자 담임선생님이 성우 같은 목소리, 배우 같은 연기로 재미있게 동화를 들려주며 수업하는 시간이다. ![]() ▲ 동~화를 들을 때 귀는? "쫑긋!" 태도는~? "바르게!" 얼마나 재미있냐고? 한번 들어보시렵니까? ![]() ▲ 축으로 몰린 백돌을 축머리를 이용해서 살리려고 한대요. 백돌 신부가 신랑을 괴물 몰래 축머리로 꽁꽁 숨겨주었죠. 괴물이 신부 백돌을 축으로 잡아먹으려고 하네요. 어떡하죠? 자, 누가 나와서 살려볼까요? "저요! 저요!" ![]() ▲ 그래요. 신랑이 있는 축머리로 달아나 연결하니 어때요? 활로가 3개가 되었지요. 참 잘했어요. ![]() ▲ 잘~했~다 박수로! (일제히 세번 짝!짝!짝!) ![]() ▲ 바둑노래뿐 아니다. 스티커를 붙여가며 익히는 축머리 공부도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다. 줄서서 차례대로 스티커를 받아서- ![]() ▲ 이렇게 흑백 순서대로 교재에 붙인다. ![]() ▲ 제대로 잘했나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 ▲ 30분 동화구연 바둑수업이 끝났다. 허리~손! "사뿐사뿐!" ![]() ▲ 이어 한층 위(3층 강당)로 올라가- ![]() ▲ 예경남 바둑전담선생님의 바둑 기술&실기 수업에 들어가는 좋은친구들. ![]() ▲ 오늘은 축으로 잡기 공부를 하겠어요. 축머리에 대해 지난 시간에 배웠지요? 자, 이런 장면에서 축머리로 잡으려면 1번으로 둔다, 아니다 2번으로 둔다, 흑은 어디로 백돌을 몰아가야 할까요? ![]() ▲ 두 친구가 나와서 흑돌과 백돌을 쥐고 한번 풀어볼까요? 그렇죠. 축머리로 잡으려면 활로가 계속 하나가 되도록, 도망가는 상대의 머리를 꽉꽉 막아주는 거예요. 이렇게 단수치지 않으면? ![]() ▲ "활로가 2개가 되어 한번에 잡을 수 없어요. 그리고 축머리는 함정이에요." ![]() ▲ 머리 위로 만국기가 나부끼는 널찍한 강당에서 좋은친구들과 즐기는 바둑 한판은 반상 운동회다. 청주 좋은친구유치원이 놀이바둑 교육을 하게 된 것은 이은영 원장의 의지 덕분이었다. 아들이 어렸을 때 굉장히 산만했는데 바둑을 배우면서 집중력이 있다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예상 밖의 평가라 다소 어안이벙벙했지만 그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들의 잠재성을 발견했다. 바둑학원이 멀어 잠시밖에 못한 게 무척 아쉬웠지만 아들은 이후 사격으로 방향을 돌렸다. 집중력과 멘탈이 좋다는 소리를 들은 데에는 바둑의 힘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다. 바둑의 장점을 경험한 바 있기에 언젠가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가르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방법을 잘 몰라 엄두를 못내던 차에 지난해 12월 한 방송에서 서울지역 유치원 바둑교육 열풍 소식을 접하고서야 한국기원에서 유치원 바둑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았다. 근래 한국기원의 요청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반응이 상당했다. 7세반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집중도가 상당히 달라졌다며 좋아한다. 산만하기로 소문난 유치원의 까불이 녀석이 이제는 바둑왕 소리를 듣기도 한단다. 까불이왕이었을 때는 가까이하지 않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접이 달라졌다며 웃는다. 덩달아 5~6세반 동생들도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우리도 7세반이 되면 바둑을 배울 수 있다며 어떤 날은 선배들이 바둑을 배우는 시간에 조용히 구경하기도 한다고. ![]() ▲ 좋은친구유치원의 이은영 원장은 바둑에서 3기를 얻을 수 있다며 바둑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은영 원장은 바둑에서 배우는 '3기'론을 펼친다. 1.기다리기 2.다스리기 3.놀아주기 효과다. 기다리기는 바둑에서 인내심을 배우는 걸 말한다. 기다릴 줄 아는 연습은 곧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매사에 참을성이 약한 요즘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스리기는 감정조절이 약하고 무조건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의 승벽심을 건강한 승부욕으로 자리잡아주는 것이다. 모든 게임은 승패가 나는 법인데 아이들은 지는 걸 못 견딘다.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는 아이도 있다. 처음 바둑도 승패가 분명한 게임이라 걱정했는데, 바둑은 오히려 자기를 다스려야 이길 수 있고 또 겸손을 먼저 가르치는 게임인 걸 알았다. 놀아주기는 가족관계를 말한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 시대, 요새 젊은 아빠들은 시간이 나도 아이와 노는 방법을 몰라 못 논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바둑을 배운 아이가 나랑 바둑 둬요, 바둑판을 들고와선 매달리니 가정이 화목해질밖에. 할아버지와도 마찬가지다. 엄마들의 입이 함지박만해질 장면이다. 바둑이 가족게임이요 세대간 소통의 매개체란 말이 실감난다. 이은영 원장은 놀이바둑 수업의 지속성을 강조하며 몇 년 뒤에는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바둑대회를 벌이는 홈커밍데이(homecoming Day)를 꿈꾼다. ![]() ▲ 청주 좋은친구유치원의 깜찍한 바둑어린이들. 바둑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자체가 더없는 힐링이다. ![]() ▲ 생각할 줄 아는 어린이, 감사할 줄 아는 어린이, 자신감 있는 어린이, 책임감 있는 어린이를 키우는 청주 좋은친구유치원. 탁 트인 정문부터가 인상적이다. 매일 이 길을 드나드는 아이들은 필시 들판처럼 탁 트인 마음을 가지리라. ![]() ▲ 좋은친구유치원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638-2 번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호젓한 시골분위기가 나는 동네에 자리한 요정들의 궁전이다. 문의전화는 043) 233-6670 ![]() ▲ 올해는 가뭄으로 배추값이 금값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손수 재배한 텃밭에는 이처럼 귀한 금배추가 포기포기 자랐다. 바둑을 배우는 공주님 왕자님들은 바둑계의 금싸라기들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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