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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억제와 균형의 세계 - 이창호와 요다
문용직의 '두터움 특강' - 명인의 이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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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을미년(乙未年) 설특집으로 ‘두터움’에 대한 6편의 문용직 박사 특강을 연재한 바 있다. 그간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자리했던 ‘두터움’의 실체를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론으로 설명한 문박사의 특강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더 연재해 달라는 요청에 한가위를 맞아 한번 더 특집으로 꾸민다. 문용직 박사의 두터움 강의는 사이버오로 회원들께서 수시로 음미할 수 있도록 추후 별도의 강좌코너로 전편을 묶을 예정이다. - 편집자 주. 특강1 - 두터움은 신비한 세계가 아니다 ☜ 바로보기 클릭특강2 - 형상과 감성에서 두터움이 나오다 ☜ 바로보기 클릭 특강3 - 형상과 변주를 오가면서 인식을 확장하다 ☜ 바로보기 클릭 특강4 - 단순한 형상은 본래 두텁다 ☜ 바로보기 클릭 특강5 - 중앙에서의 가벼운 세모, 만드는 이치 ☜ 바로보기 클릭 특강6 - 두터움과 세모의 확장이 포석의 길이다 ☜ 바로보기 클릭 특강7 - 반상의 생명은 폭과 너비에 있다 : 후지사와와 유창혁의 두터움☜ 클릭 특강8 - 안정과 균형의 화음 : 기타니의 한칸, 다까가와의 한칸 ☜ 바로보기 클릭 특강9 - 자연에 대한 대조되는 입장 : 임해봉과 다께미야 ☜ 바로보기 클릭 특강10 - 생명력은 감성의 적극적 표현에 있다 : 사까다와 조훈현 ☜ 바로보기 클릭 특강11 - 감성의 억제와 균형의 세계 : 이창호, 요다 ![]() 한가위 특집 - 두터움을 통한 명인의 이해 (5) 감성의 억제와 균형의 세계 - 이창호, 요다 우리가 바둑을 둔다. 무엇으로 두나. 온몸으로 둔다. 격렬한 세계. 온몸으로 두지 않을 수가 없다. 1. 감성의 억제와 승부 반상이란 어떤 세계일까. 후지사와 말하기를, 감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바둑의 좋은 점이라 했다. 그런가. 감성을 살릴 수 없는 바둑은 바둑이 아닌가. 그러나 기타니의 바둑에서는 한없는 자제와 절제가 묻어나온다. 감성을 살리는 것과 절제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의문은 남는다. 승부를 중시한다면 바둑이란 것은 가능하면 논리적인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빈틈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들이 승부처에서 생각을 거듭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해 때문이다. 검토는 논리적 허점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며, 그것은 자신의 첫 번째 생각에 대해 회의를 품는 것. 당연히 승부가 강한 기사들 중에서 감성의 억제를 중시하는 기풍을 가진 기사가 나오겠다. 그런 입장에 속한 기사로는 조치훈, 고바야시, 요다, 이창호 등이 떠오르는 인물인데, 바둑을 대하는 태도나 수법에서 유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두터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에 설까? 짐작컨대 이들은 두터운 기풍이 아니다. 논리적인 측면이 강하면 계산과 집에 민감하게 되는데 이는 두터운 측면과는 거리가 멀며, 또 먼 미래의 불확실한 대가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신중하다. 신중한 기사들은 견실할 수는 있어도 스케일 큰 바둑은 두지 못한다. 다께미야나 후지사와 같은 기질은 될 수 없다. 이들의 두터움에 대한 입장은 그러므로 매우 모범적이다. 시대의 안목에서 앞설 필요도 없으며 또 멀어질 필요도 없다. 전반적으로 반상을 균형 잡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초점이 된다. ![]() ▲ 이 글을 읽고 나면, 어찌하여 이창호 9단이 요다에게 그토록 힘들어했는지 조금은 아시게 된다. 사진은 1991년 3월에 둔 한일신예대표기사 5번기 4국. 일본기원. 이 이벤트대결에서 2-1로 진 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했을까. 2. 두터움은 감성의 창조에서 온 것이다 언젠가 논의했지만 두터움이 반상의 감성적 기체(基體)가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물론 18세기에도 두터운 기법을 모르진 않았지만 오늘과 같이 자유자재로 아마추어도 자유롭게 느끼고 활용하는 그런 단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세력이 발견되고 반상의 공간을 크게 구성하는 신포석의 안목이 널리 우리에게 받아들여진 다음에야 두터움이란 것이 비로소 반상의 절실한 감성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터움은 우리가 반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그 이해의 방식을 다채롭게 하려는 노력에서 찾아진 것이다. 하나 하나 계산해서 답을 찾는 것은 바둑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불가능하다. 그럴 필요가 없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반상을 더욱 더 폭넓게 이해한다. 반상은 때론 감성으로 붙잡고 평가해야 한다. 1도 (풍성한 공간 감각으로 이해해야 하는 국면) 이런 장면에서는 어떻게 반상을 받아들여야 흑백의 우위를 비교할 수 있는가? 하나 하나 계산할 수 있는가? 없다.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엔 어떻게 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떤 인식 도구를 가지고 우리의 의식에 붙잡아야 하는가? 계산은 소용이 없다. 생지(生地) 사지(死地) 운운하는 형이상학적 도학(道學)의 경계도 아무런 쓸모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린 돌이 둘러싸는 공간을 몸으로 느끼는 방식을 개발했다. 그것이 반상 감성. 2도 (수축된 인상 몸으로 느낀다) <1도>에서 마지막 한 수만 바꾸었다. 풍선을 껴안는 감각 오는가? 오지 않는다. 그 감각은 <1도>에서 온다. 그러하다. 우린 자연에서 만나는 형상에서 얻는 감각을 조금도 가감 없이 반상에 그대로 투사한다. 풍선은 팽팽히 차오른다. 그래서 우린 <1도>를 볼 때는 “풍선”과 같은 “풍성한 공간감”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 <2도>에서 그런 표현은 나오지 못한다. 두터움도 그런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감성에 호소하여 창조된 감성이다. 형상을 볼 때 바둑을 모르는 문외한은 <3도>와 같은 경우를 만나면 아무런 감성을 얻지 못한다. 3도 (문외한은 백1에 대해 1급의 감성 못 가진다) 백1은 참으로 두터운 수법이다. 상변이 한없이 풍요롭다. 우상귀 흑에겐 앞길이 막히는 인상 온다. 그러나 문외한은 그런 거 느낄 수 없다. 실력이 1급 정도 되면 웬만큼 느낄 수 있다. 이만 보아도 감성이란 것이 창조된 것이며 또 이해되어야 느낄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3. 감성의 억제를 구하는 기사들에게 두터움은 평범한 모양 이창호의 바둑에 대해서 많은 평이 있었다. 두터운 바둑이다, 집 바둑이다, 계산 바둑이다 등등. 그 모든 것이 답일 것이다. 그러므로 한마디로 말해 균형 잡힌 바둑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그에 있다. 임해봉이 말했다. “유불리를 떠나 늘 일관성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기사이다. 계산은 컴퓨터를 능가할 정도이며, 특히 중반 이후의 형세판단은 정확하고 예리하다.” 요다(依田紀基)는 어떨까. 한때 이창호에게 패배를 많이 안겨준 요다. 기초가 누구보다도 잘 닦여진 균형 잡힌 기사. 그런 점에서는 오오다께가 선배가 된다. 모양 감각이 뛰어나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오오다께. 그것이야말로 기초가 잘 닦여진 것을 일컫는다. 이들은 모두 균형 잡힌 바둑을 둔다. 물론 명인급이라면 어느 누가 기초가 잘 닦여져 있지 않겠는가마는 이들이 가장 너른 공감을 얻는 기사라고 말해도 된다. 이들은 두터운 바둑을 두는가? 의도적으로 두텁게 두는 거 같지는 않다. 다만 모양이 좋아서 충분히 국면을 균형 잡을 수 있다면 그 모양 좋은 착수를 선택한다. 그런 경향이 있다. 근본적으로 계산하는 태도를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의 바둑을 잠시 살펴보는 것은 두터움의 이해에 바람직하다. 우리가 평범하게 둔다면 그 수는 대개의 경우 두터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앞서 논의했듯이 두터운 수법은 형상으로 볼 때엔 세모와 네모를 벗어나지 않는다. <4도>에서 보듯이 후수의 선수라고 불려지는 백2와 같은 수는 세모라고 할 수 없지만 말이다. 4도 (한 걸음 한 걸음 - 백2는 후수의 선수) 흑1이 왜 좋은가를 보고 싶다면 백A, 흑B, 백C로 좌변을 큰 세모로 구상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된다. (1994년, 제29기 패왕전 결승3국. 백 6단 이창호 : 흑 패왕 조훈현) 5도 (두모의 엷음은 세모로 두텁게 완성된다) 백7이 절대적인 수로 백 전체의 모양이 세모가 된다. 이제 안정적이다. (1993년, 제16기 국기전 결승2국. 흑 6단 이창호 : 백 국기 서봉수) 6도 (세모로 완성하지 않으면) 백1로 당장 실리를 밝히면 어찌 되는가. 흑2부터 6까지, 이런 식의 공격을 받으면 백의 전체 형세가 나빠진다. 흑6 다음은 백A, 흑B가 예상된다. 하변 흑이 두터워지고 깊어진다. 7도 (이창호의 평범한 네모) 백2, 4. 역시 평범하다. 누구나 이리 둘 것이다. 그래도 주의하고 배울 점이 있다. 그건 다음 <8도>와 비교해서 알 수 있다. (1994년, 제38기 국수전 도전5국. 백 국수 이창호 : 흑 9단 조훈현) 8도 (평범한 네모를 만들지 않으면) <7도> 백2, 흑3 교환으로 하변 흑집이 굳어지는 것이 싫다 해서 여기 백1을 먼저 두면 흑2가 급소다. 백의 모양이 세모가 아니라 두모에 가까운 것을 확인하자. 다음에 흑에게 A나 B, C 등 아무 수나 맞아도 괴롭다. <7도>와 <8도>가 비록 평범하다 해도 내용은 중요하고 중요하다. <7도> 백2, 백4의 수순이 이뤄내는 형상이 꽃봉우리 피는 듯함을 깊이 받아들이자. 이미지로 감성으로 받아들이자. 9도 (요다도 네모를 좋아한다) 하긴 누가 여기 백1을 아니 둘까. 이 장면을 만나면 누구나 여기 백1이 첫눈에 잡힐 것이다. 그러니 요다를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특히 이런 수를 요다는 놓치지 않는다. 예전 요다와 이창호가 승부할 때 이창호가 요다에게 힘든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런 수를 요다가 놓치지 않으니 이창호는 힘들었던 것이다. 서로 비슷한 스타일이다. 10도 (요다는 네모로 네모로) <9도> 다음 진행인데, 백1이 침착하다. 하변 백A, 흑B 후에 백1을 두고도 싶은데(흑2가 좋은 자리이기에 그렇지만), 단순히 백1 두는 것이 잘 두는 것이다. 백1 두어서 확실히 근거를 마련해두면 백C, 흑D, 백B까지 깊게 침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흑도 2를 놓칠 수 없다. 11도 (모양이 좋으면 직관도 멀리 할 수 있다 ) 명인 수준은 실로 얼마나 멀리, 먼데까지 직관하는가. 놀란 바둑이 여기에 있다. 백2는 A에 비해 분명히 손해. 그러나 요다는 1초도 생각지 않고 백2를 두었다. 감탄했다. (1996년, 제1기 삼성화재배 결승3국. 흑 9단 유창혁 : 백 9단 依田紀基) 12도 (감탄한 이유는 좌상귀에 있다 ) <11도> 다음 진행이다. 백1이 맥. 백15에 대해 흑이 이을 수 없다. 이으면 알파벳 순으로 망한다. <11도> 백2를 보았을 때 감탄한 이유를 좌상귀에 그려두었다. 어떤 형태인가. 석점(△)의 중앙이다. 이 글이 앞선 글에서 강조한 그 형상. 그래서 <11도> 백2를 보고 요다의 모양 감각이 뛰어난 데 감탄했던 것이다. 우상귀에도 그 형상을 그려두었으니 참조하시라. 13도 (특별한 두터움은 없다) 특별한 두터움은 없다. 집바둑이라서 그런가. 그저 그런 세모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따분할 정도로 근거를 마련한다. 백이 다소 중복인 인상마저 오는데 그래도 네모로 근거를 마련하는 태도는 그 얼마나 기본기가 충실한가를 잘 보여준다. 참고로 백11도 대단히 두터운 점이다. 소위 두터운 꼬부림, 그리 말하는 자리다. (1994년, 제38기 국수전 도전1국. 백 국수 이창호 : 흑 9단 조훈현) 4. 균형 잡힌 바둑이라면 두터움에 집착 아니 해도 요다나 이창호처럼, 균형 잡힌 바둑을 지향하고 먼 거리의 승부를 내다보는 계산 바둑에서도 두터움은 여전히 두터움이다. 다만 딱히 특별한 두터움을 찾지 않을 뿐이다. 굳이 특별한 두터움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하게 모양 좋고 세모와 네모의 형상에 유의한다면 그것이 곧 두터움을 실현하는 것이다. 모양에 유의하면 간결한 형상을 쉽게 찾아낸다. 그것은 이미 두터운 수법에 가까운 것이다. 두터운 수법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간결한 형상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형세에 민감하지 않고 평범하게 둘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두터운 수법을 실천하고 있다 하겠다. 평범하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사실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4도>가 그런 것이다. 14도(한 발 좁히는 것을 아쉬워말자) A에 두지 않은 백5, B보다 좁힌 흑6, C보다 좁힌 흑8. 이 모든 수는 두텁다. 평범하면서도 두텁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평범한 것이 비범한 것이다, 그런 말은 모르겠다. 단순한 것이 편하다, 그런 말은 이해가 좀 가지만. 균형, 어렵고도 어려운 이야기다. [다음편 12강] 불안과 두터움, 반상의 심리적 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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