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깊이, 박정환의 사활
이창호의 깊이, 박정환의 사활
이창호-박정환의 '대마사활 공방' 빅쇼!
[응씨배] 오로IN  2012-09-25 오후 11:54   [프린트]
▲ 이창호-박정환, 깊이를 모를 이창호의 계곡에서 사활의 신 박정환은 살아 돌아왔다.


응씨배는 제한시간만 있고 초읽기가 없다. 제한시간 3시간 30분 이후, 30분을 초과할 때마다 우리식으로 2집씩 벌점이 주어진다. 이 대국환경은 주어진 시간을 모조리 쓰게 만든다. 판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대국자는 벌점을 받으면서 주어진 시간을 모두 쓰는 경향이 있다. 빨리 둬서 불계로 지나 벌점 받아 몇 집 더 지나 이러나 저러나 지는 것은 똑같다면 제한시간을 끝까지 써서 역전을 노리게 마련이다.

9월 23일 일요일, 중국 쓰촨에서 열린 한국랭킹1위 박정환과 바둑의 전설 이창호의 대결 또한 그러했다. 이창호는 승리를 위해 대마사냥에 올인했고, 박정환은 대마를 살리기 위해 제한시간을 넘어 거의 다 쓰다시피 했다. 대마가 잡혀도 끝나고, 대마가 살아도 끝난다. 2집 벌점따윈 두 사람의 안중에 없었다.

현 랭킹 1위와 전설의 대결. 제7회 응씨배 준결승1국 이창호 박정환의 대결을 감상해 본다. 이 기나긴 대결에서 이창호가 천천히 함몰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제7회 응씨배 준결승 3번기 제1국
●박정환 9단 ○이창호 9단

장소: 중국 쓰촨
날짜: 2012년 9월 23일
결과: 187수 흑불계승

▼ 장면1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다!)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이길 것인가,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이 이길 것인가,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준결승 1국이 두어지게 되었다. 물러설 수 없는 기세가 충돌했고, 고도의 전략이 동원됐다. 결코 상대의 의도대로 두어주는 법이 없늗 대국, 이러한 바둑을 우리는 명국이라 부른다. 두 대국자가 만든 깊이를 우리도 느껴보도록하자

▼ 참고도1-1 (백 우변을 택하다)

백1로 하변을 미는 것이 보통의 진행, 흑은 우변을 취하게 된다.
하변은 백이 두더라도 흑이 다시 다가오는 것이 절호의 형태다. 그래서 백은 이 그림을 꺼린 것 같다.

▼ 참고도1-2 (기세!)

백1로 우변을 밀어간 것은 신형이다. 이창호 9단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흑24로 끊어 왔을때 백25로 붙인 것이 이 형태의 맥점, 흑이 다 잡으려 드는 것은 무리이다.

▼ 참고도1-3(흑, 두터움)

백1은 오히려 백을 무겁게 하는 수다. 흑2때 백3으로 하변을 늘어 반발한다면 흑이 중앙을 빵때려 두텁다.
하변은 흑6으로 붙여와 제압하기 어렵다.

▼ 참고도1-4(백, 별 볼 일 없음)

백3으로 붙이는 것도 이 형태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맥점이지만 흑4로 느는 것이 간명하다.
양쪽을 다 처리해서 흑이 좋다.

▼ 참고도1-5 (흑 실리, 백 두터움)

백1의 붙임에 흑2.4가 재미있는 응수였다. 흑이 실리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백은 두터움을 취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흑이 좌변을 지켜 실리로 조금 앞서지만, 백이 무척 두터워 충분히 둘 수 있는 국면이다.

▼ 장면2 (승부사 박정환)

보통의 기사라면 타협을 생각 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박정환9단은 더 파고 들며 승부를 걸어간다. 박정환9단의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 참고도2-1 (이창호의 깊이)

백1은 한마디로 두텁다. 이수는 다음 a의 곳을 노리고 있어 은근하다. 이창호 9단의 깊이를 엿볼수 있다.
흑4에 백이 실전에는 안쪽으로 받았는데 바깥으로 받지 않은 이유를 뒤에 살펴보겠다. 흑10이 나약한 수다. 백11로 껴붙이는 수가 좋아 백의 성공이다.

▼ 참고도2-2(백 잡힘)

백9때 흑10으로 버티는 것이 좋다. 백이 잡으려고하면 도리어 잡히게 된다.

▼ 참고도2-3(타협)

백9로 먼저 젖혀 두는 것이 부분적으로 정수다. 흑이 귀를 살아 흑이 조금 좋은 결말이다.

▼ 참고도2-4(반발 못한 이유)

백11로 젖히지 못하고 15자리에 참아 뒀다. 반발한다면 백이 수가 부족하기 때문.

▼ 참고도2-5(버티는 박정환)

백7, 흑8은 이견이 없는 큰자리. 이창호는 백15로 공격해 이득을 보려고 했지만
박정환은 흑26.28을 두며 더 상대의 진영을 파고 들었다. 이로서 대마의 생사가 승부가 되었다.
백31때 흑a로 받아 두고 사는데 승부를 걸었는데 손을 뺀다면 백33이 노림수로 좌변이 초토화된다.

▼ 장면3 (사활은 박정환, 준결승 선승!)

평소에 틈만 나면 사활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정환이다. 좌상귀에서 묘한 수순으로 대마를 살리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목. 이창호 9단이 결정타를 날릴수 있는 상황에서 '돌다리를 두드려 본' 그 수가 어이없게도 자충이 됐다. 박정환의 대마가 큰 소리를 지르며 살았다.

▼ 참고도3-1 (흑 타개 성공)

흑7이 부분 전투에서 좋은 수다. 백8로 급하게 차단해 잡으러 가는 것은 중앙이 거꾸로 잡히게 된다.

▼ 참고도3-2 (백 결정타를 놓치다!)

실전에 백15로 a.b의 교환을 두었는데 그냥 가만히 백15로 붙이는 것이 좋았다.
백a,흑b가 실전처럼 진행되었을 때 중앙전의 대악수가 되어가고 있다.

▼ 참고도3-3 (흑 죽음)

백1에 흑이 밑으로 받는다면 실전과는 중앙의 형태가 다르다.
백의 공배가 여유있는 차이가 있고, a의 뒷맛도 있어 흑이 안된다. 큰 차이다.

▼ 참고도3-4 (공배가 차다)

백1은 좀 더 확실하게 두려고 한 수다. 백9의 자리에 선수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인데, 흑18이 좋은 반격이다. 백의 숨통인 공배를 메우면서 선수로 차단한 것이 좋았다. 백의 목이 천천히 졸리고 있다.
후에 흑32.34가 결정타! 백이 좌상에서 완생하는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참고도3-5 (흑 죽음)

흑5로 붙이는 것은 역시 빗나간 수다. 자충이 되어 백이 살게 된다.

▼ 참고도3-6 (백 죽음)

흑1로 가만히 붙여간 것이 정확한 수순이다. 흑5로 가만히 이어 백이 다 잡힌다.

▼ 참고도3-7(백이 을 거둔 이유)

백2가 까다롭기 그지없다. 응수가 어려운 수였지만 '사활의 신' 박정환은 정확하게 두어갔다. 정답은 패의 형태다. 백16으로 잇는다면 패가 되지만, 백이 부담이 크고 팻감이 부족해 견딜 수 없다.

이창호의 두터움은 깊이가 남달랐지만, 박정환의 사활'체력'은 그 깊고 험한 계곡을 맨손으로 오를 정도로 강했다. 이창호는 제1국에서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거의 모두 고갈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준결승 2국 또한 훌륭한 승부로 치러지겠지만 1국에서 받은 이창호의 데미지는 너무나 크다.

[ 해설 | 키르아]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칸트선생 |  2012-09-26 오후 8:05:00  [동감0]    
키르아씨, 질문에 답을 부탁합니다. 참고도 3-4 에서 흑 침입에 대해 백이 좌로 내려서지 않고
우측으로 옆구리 붙임을 했으면 과연 어떻게 흑이 백을 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시죠.
마음꽃향기 |  2012-09-26 오후 7:09:00  [동감0]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ㅠㅠ
eflight |  2012-09-26 오전 5:07:00  [동감0]    
흑대마를 잡을 수는 없었나요? 잡혔다고 생각했고 해설자들도 다들 잡혔다고 했는데...
오층원 돌다리를 두드려본 수(백)로 인해 패가 된다고 위에 자세히 설명나와있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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