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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 착각에 울고 웃은 최종국
김상우의 집중조명 - 지지옥션 우승 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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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기대를 잔뜩 하고 잔치집에 갔으나 생각한 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뜻이다. 바둑계도 이 말이 종종 통용되는 편인데 아무래도 우승을 결정짓는 최종국에서 보기보다 명국이 나오지 않는 것을 빗대어 관전기자들이 종종 차용하곤 한다.최종국도 이 말을 빌어다 써야할 듯싶다. 유창혁 9단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유창혁 9단의 힘겨운 승리라 봐도 무방하겠다. 중반 한 때 축머리를 둘러싸고 어마어마한 착각 공방을 벌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속기 바둑의 백미는 이러한 착각 공방에 있지 않을까 자조해본다. 시니어 팀의 대역전 우승을 축하하며 최정 초단같은 걸출한 스타가 계속 쏟아져 나오길 바라는 맘이다. 최종국의 하이라이트를 집중조명으로 감상해보자. 제5기 지지옥션배 본선 최종국 ●유창혁 9단 ○박지은 9단 장소: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1년 9월 22일 결과: 183수 흑불계승 중반전 도입 부분이다. 백1로 뛰어든 수는 상용의 침입수단으로 이 모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백3으로 민 다음 백에겐 안쪽으로 들어가는 수와 위쪽으로 넘어가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박지은 9단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실전부터 보자. 실전은 백1, 안쪽으로 들어갔다. 좌변을 확실히 깨자는 의미다. 그러나 이어지는 수순을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이 수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흑2로 치받으니 백은 안에서 살아야하는데, 보는바와 같이 흑에게 엄청난 연탄공장을 지어주고 후수로 살았다. 선수를 잡은 흑이 흑10으로 두 점을 움직여가자 졸지에 중앙 백 석 점이 공격대상으로 전락했다. 흑이 활발한 국면이다. 백은 좌변을 더 깨자고 욕심을 부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냥 백1, 3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물론 흑이 곧장 A로 막는다면 좌변에 흑집이 난다. 그러나 흑도 지금 당장 두고 싶은 곳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유연하게 판을 짜나가는 것이 최선의 응수이자 당연한 흐름이었다. 백2의 끼우는 수를 왜 두지 않았을까? 축이 유리하지 않는가? 당장은 축이 유리할지 몰라도 다음 흑11이라는 절호의 축머리가 대기하고 있어 지금은 성립불가라 말할 수 있다. 축이 마냥 좋다고 끼움수를 결행하는 건 나만의 수읽기에 빠져버린 어리석음의 소치다. 백7까지만 교환해 놓고 손을 돌리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흑10, 12의 젖힘에 백은 사는 궁도가 나오질 않는다. 흑16까지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한다. 흑1의 모자씌움부터 백6의 젖힘까지 공격과 타개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서 흑7로 강력하게 끊어갔는데 실은 이 수가 이 바둑을 단번에 허물어뜨릴만한 굉장한 무리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선 이 무리수가 기막힌 호착으로 둔갑하는 이상야릇한 풍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흑▲의 끊임이 무리수였던 것은 백1로 단수 몬 다음 백3의 끊음에 후속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고심 끝에 흑4의 축머리를 써갔지만 이 수는 그다지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축머리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을 의심하게 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흑4를 받지 않고 백5로 둬버린 것이다. 백5는 뭐라 표현해야 될까? 축머리 방지의 수읽기가 전혀 안 된, 아마도 초읽기가 부른 참극이라 말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흑도 여기서 곧장 좌상귀를 뚫지 않고 흑6의 축머리와 흑8, 9를 교환한 것이 아주 좋은 수순이었다. 백2로 붙였을 때 흑은 애당초 안쪽으로 젖혀 강하게 싸우는 것이 실전보다 좋았다. 백4로 끊으면 5로 힘차게 늘어둔다. 이하 흑11까지 쭉쭉 늘어두면 다음 백의 행마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좌변 흑▲의 지원군이 고마운 모습이다. 언급했다시피 흑1의 축머리는 별 타격이 없는 수였다. 백2로 가만히 빠져 두면 이 축머리는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한다. 백2로 두었다면 중앙 백돌은 떵떵거리며 살았을 것이고 바둑도 역전무드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흑1로 치받아 축을 방지할 순 없을까? 이때는 백2로 공배를 메우는 수가 좋은 수다. 역시 양쪽 중 하나가 걸려든다. 흑이 좌상귀를 돌파한 이후엔 이렇다 할 승부처가 없었다. 본도는 승패와는 무관하지만 유창혁 9단의 사활 감각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장면이기에 보너스 컷으로 소개해본다. 흑5, 7로 백 한 점을 끊어 잡았을 때 백이 손을 빼고 백8로 한 칸 뛰었다. 여기서 흑9로 단수친 수가 백 전체의 사활을 정확하게 꿰뚫은 기막힌 수다. 백2로 넉 점을 살렸다가는 백3의 1선 뜀에 양쪽 백돌들이 사활에 걸린다. 백4로 빠져 위쪽 백돌들을 살린다면 흑5의 붙임이 준비된 콤비네이션으로 흑11의 꽃놀이패가 기다린다. [글 ㅣ 김상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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