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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성 박사, '사상의 부재,바둑의 빈곤'
왜 지금 "루소"인가? - 루소 탄생 300주년(2012년)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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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는 잘 계시나?" 프로기사직을 은퇴한 문용직 박사의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은 이제 바둑계에도 거의 없다. 박호성 박사는 그러나 항상 궁금해 한다. 가끔 얼굴을 뵙게 될 때면 '문박사는 요즘?'하며 묻는다. 아무래도 이건 같은 학문(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에 대해 느끼는 동업자 의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문용직 박사는 어떤 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학계보다는 바둑계에 더 큰 애정이 있어 보였지만 말이다. 박호성 박사 박호성 박사(朴浩成, 정치학박사, 국제평화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를 인터뷰로 소개하려 한 적은 몇 번 있었다. 첫번째 이유는 역시 '바둑'이다.바둑을 매우 좋아 하셔서, 한 때 오로의 모 동호회 '회장'역할을 한 적도 있고, 오로에서 열리는 동호회 연기바둑대회를 직접 주관하시기도 했다. 바둑은 깐깐한 5단 정도로 연구작업과 일 때문에 바둑 둘 시간이 모자라는 것에 비한다면 실력이 아주 세다.그러나 박호성 박사의 인터뷰 게재를 자꾸 미룬 것은, 박사님 본인의 큰 작업이 마무리 되었을 때 였으면 좋겠다는 뜻 때문이었다. 이세돌 사건으로 바둑계가 한창 열이 올랐던 6월에 한번 뵈었고, 7월 24일 한번 더 만났다. 몇 번인가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인터뷰를 올리지 못한 것은 '기자의 게으름'과 '무식'덕분이다. 박호성박사를 알게 된 것이 5년이상 되면서도 사실 박사님이 프랑스의 대사상가인 '루소'를 깊이 연구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사님의 작업 결과물은 올해 7월에 세상에 나타났다. "장자크 루소," 1712~1778 민주시민의 소양을 쌓게 해주는 우리나라의 보통교육 덕분에 우리는 그의 이름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지금도 그리 소개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20년전쯤 고등학교 국민윤리 교과서에는 - 자연법 사상가이자 계몽주의자인 장자크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 이런 내용으로 씌여 있었던 것 같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니 '시골가서 농사짓고 욕심없이 살라는 말씀'같이 들리는데 실상은 그런 뜻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사상은 듣기보다 과격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고, 전파력이 강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 자연상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악'으로 규정됐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루소 생애 당시의 프랑스 절대왕정이 바로 '사회악'이라고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그가 살던 시대의 프랑스 절대군주는 그걸 잘 몰랐다. 장자크루소가 죽은지 얼마 안되 프랑의 절대군주 루이16세는 루소 사상에 '계몽'된 파리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이 잘렸다. 공화국만세! 왕의 목을 내리친 사형집행인이 '왕'의 잘린 목을 들고 이렇게 외쳤다. 당시 프랑스인들이 받았을 정신적인 충격과 새로운 희망의 외침은 우리 헌법 1조에도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말하자면 자연상태의 본질을 왜곡시킨 이전의 체제가 없어지고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1표의 자격이 부여되는 공화국이라는 형태로 사회가 재편된 것이다. '공화국'이라는 '사회계약'을 했으니, 주권자인 국민은 그 주권을 올바로 행사할 만한 민주시민의 소양을 가져야 하고 이를 학습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은 엄청나게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데 루소의 저작 '에밀'은 근대이후의 교육이념과 교육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루소의 사상은 프랑스 대혁명의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였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체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루소의 사상이 현대 민주주의와 국가체계, 정치사상에 끼친 영향은 앞으로도 지대할 것 같다. 몇 년전엔가 박호성 박사 본인이 번역한 루소의 '에밀'을 기자에게 줬을 때도 그냥 그렇거니 했다. 그러다가 올 7월에 박사님이 "루소사상의 이해"라는 책을 내, 대 작업을 끝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드디어 깨닫게 됐다. 박사님의 전공은 '루소'였다. 몇 번인가의 만남은 압구정동에 있는 (재)국제평화전략연구원, 혹은 그 주변의 술집에서 고등어회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뤄졌다. 이전부터 여러번 만났지만 항상 막걸리를 마셨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한 면이 있다. 자꾸 미루고만 있다가 기억나는 인터뷰를 10월 한가위를 맞아 옮긴다. 한가위를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 - 출간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하시던 작업이 <<루소사상의 이해>>라는 책으로 정리되어 나왔다. 어떤 책인가? "루소를 연구한 여러 해외학자들의 논문을 편역했다. 박사공부를 할 때에 해외논문을 읽으면서 중요한 논문 50여개정도는 한글로 번역을 해놨었다. 그중 16개를 다시 추려 '편역'을 했다. 번역이 아니다. 항상 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지금에서야 완성하게 됐다. 돈이 되는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해야 했다. 아내가 몇년째 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얼마나 받느냐고 묻기에 '얼마'했더니 그냥 어이없어 하더라. 인터뷰를 게재하기전 최소한 책에 실린 두편이상의 논문은 읽고 쓰기 바란다. 하하" - 그러면 좋아하시는 바둑은 별로 못 두셨겠다. "음. 평상시에도 바둑에 푹 빠지진 못한다.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작업을 하다 머리가 아프면 저단의 ID로 오로바둑에 들어가 한 10~20분정도 초속기 바둑을 둔다. 좀 더 시간을 들여 두는 고단자 ID도 하나 있다. " ▶ 가끔씩 바둑을 즐긴다 - 예전에 오로바둑 동호회 연기바둑을 제안하시고, 주관까지 하셨었는데. "아, 그건 바둑 베팅 초기에 워낙 말이 많기에 베팅이 없어도 바둑에 즐길만한 주제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오로바둑에만 있는 독특한 연기바둑이라고 봤다. 베팅이 필요하다면 존재하는 것이지만, 다른 대안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일종의 안티테제랄까. 연기대국의 전망도 밝다. 앞으로 타 스포츠 종목처럼 개인전 외에 복식과 혼합복식 등으로 종목내 메달을 놓고 경기다양화가 이뤄질 것임에 틀림없다." - '루소'하면 프랑스대혁명前, 그러니까 거의 300년이 다 되가는 계몽주의 사상가인데... 오늘날 우리가 가장 쉽게 그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거 그런게 있나? "많지. 가장 실감할 수 있는게 보통선거지, 설령 박정희 대통령이 다시 살아나도, 세종대왕이 부활해도 그가 가진 참정권은 1표다. 우리 모두와 같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루소지. 너와 나는 모두 동등하게 1표. 일종의 사회계약이지. 요즘에는 "1주(株) 1표"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 졌어.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거나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지. 그런 가치관 때문인지 요즘은 '20-80'의 사회를 넘어 '2-98'의 사회로 가는거 같애. " - 사회가 그렇게 변한다면, 바둑계도 그렇게 되는거 아닌가?"2-98처럼 간다고 봐야지. 아마도 한국바둑에서 프로가 되는 길은 한국사회의 다른 '대입입시학원'이나 '전문학원'처럼 상당부분 체계화되어 있을 거 같다. 2%가 되는 길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거지. 그렇지만 98%의 사람들을 위한 가치, 그런 생각은 어디서나 어느 분야나 해줘야 하는 거지. 한국기원이 '오픈제'도 도입하고 하는 걸 보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선 한국에서 천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게 천재가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이지. 그렇다면 그 나머지인 98%도 지금 보다 더 가치있는 뭔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2%'도 매우 중요하지만, 나머지 98이 건재해야 '2%'그룹도 존재할 수 있거든. '오로지 이기는 것, 힘이 곧 정의(트라시마쿠스)'로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오래된거고 상당히 현실적인 가치야. 바둑팬들도 그런 관점에 익숙해져 있자나. 그러나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옳은 것이 정의"(정의가 힘, 소크라테스)라는 가치도 필요하거든. 말하자면 시민의식 같은거, 그런 것들이지. 만약 프로가 되지 못한 연구생에게, 누군가 인터넷 베팅대국에서 어떤 부탁을 받거나 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응할 수도 있을 거자나. 돈(힘)이 곧 정의가 될 테니까. 바둑에 인생을 올인한 사람이고 바둑에 관한 전문교육을 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귀결된다면 슬프잖나. 바둑계에 관해선 뉴스같은 거를 통해서 아는 거밖에 없지만, 바둑인의 외연이나 개념을 훨씬 넓히는게 좋겠다. 교육을 통해서 가치를 높여야지, 그를 통해 바둑인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가는게 좋을 거 같다.프로가 되려고 연구생까지 될 정도라면, 바둑인이라고 봐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 정도 집중을 했다면 말야 " ![]() - 이세돌 사건도 교육과 가치의 문제로 보시나? "이세돌 사건에 대해서? 글쎄. 나로선 이세돌 9단 개인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별로 논할 필요가 없지. 바둑계 사람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그런 것 보다는 한국바둑이 가진 성공적인 면과 한국바둑이 실패할 수 있는 면을 동시에 다 보여주고 있는 것, 그런 것에 주목해야 되는 것이겠지. 바둑계는 한국기원같은 기관도 있고, 대학에 '학과'도 있고, 방송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잡지도 있잖나. 대학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 분석과 연구를 해서 매체를 통해 공적인 토론을 해도 되는 것이지. 이런 사건은 바둑학과가 자기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같다. 다른 분야에 비해 한국바둑계는 대학학과,매체 여러가지를 다 갖춘 것 같은데? 어떤 특정 가치관만이 존중되고 건강한 사회구성에 필요한 다른 가치관이 무시된다면, 이는 장기적인 교육을 통해 해결해야지. 또 그에 필요한 제도나 정책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고. 한국바둑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에 먼저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시도를 할 수도 있는 거지. 한국바둑은 그런 능력과 배경, 실력이 있지 않나?" 한국바둑은 모든 면에서 풍부한가? 아니면 뭔가 크게 빈곤한가? 21세기를 맞이해서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것일까? 비슷한 생각을 해본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무는 와중에도 막걸리가 참 맛있다는 생각은 자꾸만 든다. - 음. 현재 루소의 사상에 주목하신 이유는? "21세기인데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은 오리무중이지. '사상의 부재, 철학의 빈곤'이라고나 할까. 루소와 같은 계몽주의자들의 사상은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되돌아볼 가치가 있지. 좀 있으면 루소탄생 300주년이 되기도 하고." - 책에 게재된 논문은 저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던데? 그 나라 말을 다 배우셨나? "그나라 말을 입으로는 잘 못해도 그 나라 문자를 읽고 쓰고 이해할 수는 있거든. 가령 프랑스어를 전공한 사람이 루소에 대한 이해와 기반이 없이 루소의 책을 그냥 번역하는 경우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직접 편역을 하게 됐어. 여러나라 말을 같이 읽어보고 우리말에 해당하는 적합한 말을 찾아보고 하면서 우리나라말과 한글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말과 한글은 위대한 거 같애, 적어도 내 생각에는" 박사님은 국제결혼이나 혹은 이주노동자처럼, 우리국적을 취득하거나 혹은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우리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에 정상적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어'와 여러가지 교육이 그 일이다. 사회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분석하고 어떤 대안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일, 누가 하나 했더니 바로 박사님과 같은 정치학자들의 본업이었다. 정치학, 생각보다 꽤 쓸모있는 학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막걸리 어때?" "좋습니다." "고등어 회는? 들어보니 가장 싱싱할 수 밖에 없다더군." "기대되는데요" "한잔 마셔" "네" "다 비웠네, 하나 더 시키자" "네" "맨날 얻어 먹어 죄송한데요" "나중에 비싼거 자네가 내" "루소사상의 이해" - 책속의 논문 2편을 간신히 읽었다. 루소의 사상은 분명 쉽게 이해된다고도 했는데, 또 쉽지많은 않았다. 대략 읽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1인 1표의 평등을 믿는 당신, 시민사회의 합리적 규정을 인정하고, 이를 만들어가야하며, 시민사회에 걸맞는 교육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당신, 여러분은 이미 오래 전 부터 '루소의 제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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