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사본색! 물리면 죽는다!
|
||||||||||
2005년 제5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최철한 9단과 창하오 9단의 맞대결은 창하오 9단의 3-1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세계대회 첫 우승과 함께 4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된 창하오 9단은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최철한 9단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승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용솟음치는 패배의 아픔을 누르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던 21살 청년은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참아냈던 것이다. 4년 후. 세월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다시 맞은 응씨배 무대가 4년 전의 울분을 토해내는 앞마당인 양 최철한 9단은 단숨에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 세간을 놀라게 했다. 대국 전 자신이 유리할 것이라는 류싱 7단의 여유로움은 대마가 두 번이나 요절나버리면서 시뻘건 당혹감만 가득찰 뿐이었다. 맹독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음을 알린 최철한 9단의 대마사냥기. 응씨배 준결승 3번기 1국을 집중조명으로 다시 감상해본다. ![]() 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 3번기 1국 ○최철한 9단 ●류싱 7단 장소: 태국 방콕 수코타이 호텔 날짜: 2008년 9월 23일 결과: 232수 백불계승 ![]() 장면1 (독특한 취향에 맞대응하는 방법) 괴초식으로 유명한 류싱 7단답게 그의 독특한 취향이 물씬 풍기는 초반 진행이다. 우상귀의 사활관계상 A자리는 무조건 막고 봐야 할 자리겠으나 최철한 9단의 머릿속은 조금 더 능동적인 구상을 계획하고 있었다. 최철한 9단의 선택은 어디였을까? 실전진행1 (초강수, 그리고 상식을 무시한 준패착) 우상귀 사활에 아랑곳없이 최철한 9단은 즉각 백1로 움직여나가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흑도 기세상 우상귀 사활을 추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9까지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이때 A로 때려내지 않고 흑12로 뻗어둔 수가 관전자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 결정적인 문제수. 혹시 모를 수상전에 대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 수인데 이 빠진 수가 결국은 흑의 숨통을 콱콱 조이고 마는 암세포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참고도1 (흐름을 탄다) 최철한 9단은 이런 진행이 싫었다. 백1로 우상귀를 손질하면 류싱 7단의 기풍상 흑2로 바짝 다가설 것이다. 우변 백△들이 아직 완전한 모양이 아니라 백3으로 한 번 더 보강을 한다면 흑은 자연스레 4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흐름을 탄다. 이 진행도 못 둘 것은 없겠지만 최철한 9단에겐 초반부터 끌려가는 모양새가 구미에 맞지 않았을 게다. 실전진행2 (독사본색!) 계속되는 실전진행이다. 백1의 턱밑압박은 굉장히 난폭하다. 흑10으로 근거를 마련하자 했을 때 상변 흑말을 미생으로 만들어놓겠다는 백13의 치중수는 차라리 가미가제 자살특공대라 부르리라. 실리로 7집의 손실 따위는 지금 그림에서 아무 것도 아니란 과감성의 결단이다. 상변과 연계해 백23으로 이어지는 압박은 오직 공격을 통해서만 국면을 장악하겠다는 ‘독사본색’이 흥건하게 젖어드는 모습이다. 참고도2 (활용) 흑1로 막는 것은 톡톡히 활용 당한다. 백2의 끊임이 적시의 응수타진이고 백4로 우상귀를 살아두면 흑모양은 똘똘 뭉친 소심한 모양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세를 중시하는 류싱 7단에겐 이런 그림은 없겠다. 장면2 (최선의 타개책은?) 수순이 꽤 진행된 장면이다. 상변접전은 백이 실리로 큰 손해를 보면서 공격에 실패한 모양이나 최철한 9단은 재차 백1로 뛰면서 2차 공습에 나서고 있다. 또다시 흑의 타개가 도마 위에 오른 모습. 흑은 어떻게 타개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실전진행3 (방향이 어긋나) 실전진행은 흑1의 한 칸 뜀이었다. ‘쌈지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가라’는 바둑격언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수다. 그러나 흑1은 굉장히 고지식했다. 흑은 실리로 앞서있기 때문에 체면치레할 것도 없이 안형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백6으로 쑥 밀고 들어가니 흑의 안형이 선수로 없어졌다. 백8의 붙임부터 백16의 씌움까지 백의 파상공세가 무르익어가는 모습이다. 참고도3 (안형을 구했어야) 흑1이 확실한 길이였다. 이렇게 중앙 흑대마 안위를 확실히 했다면 B로 째고 나가는 노림수도 있어 백의 다음 행마가 어려웠을 것이다. 류싱 7단은 백6으로 찔러 백12까지 흑 한점을 축으로 몰고 나가는 그림이 꺼림직 하게 느껴졌을지 모르나 이것은 B의 노림수가 있어 A로 나가는 수가 강력해진다. 백이 결행하기가 쉽지 않다. 참고도4 (또다른 강수) 백의 약점을 바로 추궁하는 수도 가능했다. 흑1의 빈삼각과 함께 3의 날일자가 연이은 콤비네이션. 백모양이 어수선해지면서 더 이상의 강력한 공격은 기대할 수가 없는 그림이다. 흑은 이렇게 능동적으로 판을 짜나가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었다. 장면3 (하변을 살리는 수순은?) 우변부터 뻗어 나온 중앙 흑말이 혹독하게 시달리면서 결국 그 여파가 하변까지 들이닥쳤다. 중앙 흑말의 생사가 아직까지도 불투명한 상황인데 하변까지 급해졌으니 언뜻 보기엔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흑의 최선의 수순은? 참고도5 (삶의 수순) 하변 흑대마는 보기보다 간단한 수순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일단 흑1로 밀어가는 것이 A의 붙임과 백의 연결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타개의 급소 자리였다. 백2로 약점을 보강할 때 흑3의 빠지는 수가 하변 자체 삶과 좌변 집내기를 맞보고 있어 사는 것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다만 이렇게 살더라도 하변과 연관된 중앙 흑말의 괴롭힘이 기다리고 있어 흑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겠다. 참고도6 (보강은 어쩔 수 없다) 참고도5의 백2는 빼놓을 수 없는 보강이다. 이 수순을 빼놓으면 흑4의 활용과 흑6의 건너붙임이 기다리고 있다. 연결해줄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틸 경우 흑14로 끊겨 되레 백이 아작 나고 만다. 실전진행4 (흑 자멸) 실전은 참고도와 같이 간단히 사는 수를 놓친 채 자멸을 선택하고 만다. 흑1의 선수활용에 흑3으로 이은 것이 마지막 패착. 백4, 6의 젖혀 이음이 실리로 굉장히 짭짤하면서 흑의 사활까지 추궁하는 일석이조의 자리라 흑은 단번에 곤란해지고 말았다. 류싱 7단의 안색이 변하면서 이젠 사는 것에만 급급하면 실리로 밀려버린다 보고 흑7의 장렬한 버팀수가 등장하는데…. 허나 백8의 치중수에 흑의 심장은 단 한 수도 버티지 못한 채 갈가리 찢겨버리고 만다. 최후의 종말을 고하는 장면이라 해야할까. 이후 류싱 7단의 옥쇄 장면은 총보 수순으로 감상하시라. 참고도7 (작은 불씨 하나가) 돌이켜보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일선으로 빠진 흑▲에 있다고 봐야겠다. A의 자리에 뒀으면 B의 자체삶이 보장돼있기 때문에 실전처럼 급박하게 시달릴 일은 없었으리라. 류싱 7단으로선 상식을 무시한 작은 조바심 하나가 전판을 좀먹게 만들었고 흑의 작은 약점 하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승리의 방정식을 풀어낸 최철한 9단은 팬들에게 ‘독사본색’의 극랄함(?)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10년 동안 단조로운 바둑을 많이 봤어요. 전 그런 바둑은 두기 싫었습니다. 기왕이면 참신하고 재밌는 수를 둬서 이기고 싶었죠. 다만 그렇게 두다보니 판이 자연스레 어려워지더군요. 그래도 상관없었습니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