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인터뷰/ 정확히 한수 손해였다
이창호 인터뷰/ 정확히 한수 손해였다
[제9기 LG정유배 결승2국 이창호 9단 인터뷰] 이경민  2004-11-02 오후 02:23   [프린트]


각자 제한시간인 4시간을 꽉 채우고 초읽기까지 장장 10시간에 걸친 혈전. 오전10시에 시작된 바둑이 오후8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결과는 이창호 9단의 반집승.

11월 1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9기 LG정유배 결승5번기 제2국. 단명국으로 끝날 듯 보였던 바둑은 후반에 들어 이창호 9단의 실착이 등장하며 박영훈 9단의 대추격을 허용, 잔인한 끝내기 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끝내기의 神' 이창호 9단이 행운의 반집승을 거두었다. 스코어 2-0.

이로써, 이창호 9단은 남은 세판의 대국 중 한판만 이기면 LG정유배 통산 5회 우승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으며, 반대로 박영훈 9단은 나머지 세판을 모두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오후8시반, 복기를 마치고 대국장을 나오는 이창호 9단을 만나 짧게 인터뷰를 했다.



관전자의 입장에서 박진감 넘치는 한판이었다. 이창호 9단의 독한 면도 느낄 수 있었고, 박영훈 9단의 대추격전도 볼 수 있었던 스릴 만점의 대국이었다. 대국 평을 하자면?

- 초반은 긴바둑의 양상이었는데, 중앙에서 백 대마 타개가 잘 되었다. 백56으로 날일자 두면서 좋다고 느꼈다. 단명국인 것 같았는데, 중반 이후 내가 엉뚱한 수를 뒀다. 정확히 한수 손해다. 184로 185로 두었어야 했는데, 결론적으로 186 한수가 놀았다.

하변에서의 덜컥수로 인해 유리했던 바둑이 박영훈 9단의 대추격을 허용하며 힘겨운 반집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 수를 둔 이후 바둑이 역전되었다고 생각했나, 어땠나?

- 실수를 하고나서 바둑이 나빠지긴 나빠졌는데 그전에 많이 좋았었다. 끝에 미세한 것 같기는 했는데, 서로 초읽기 상태라 계가가 잘 안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유리한 바둑을 잘 지켜내는 편인데 오늘은 너무 교묘하게 두려다가 역전까지도 될 뻔 했다. 평소와는 다른 독한면을 보여주었는데, 이렇게 독하게 둔 이유가 있나?

- 그런 것도 질문이 되는가? 하하.

5번기를 두어봤을 때 이세돌, 최철한 9단의 공격적 기풍과 박영훈 9단과 같은 두터우면서 견실한 기풍 중 어느 쪽이 상대하기가 더 편한지.

- 둘다 어려운데, 이거다 저거다 판단할 수 있는 성향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다양한 기풍인 것이니까.

예전 인터뷰에서 '잘 두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면 바둑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적이 있었는데, 얼마전 벌어졌던 루이나이웨이 9단과의 대국에서도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창호 9단은 얼마전 루이 9단에게 기성전 16강전에서 패하며 통산전적이 2승6패로 벌어졌다)

- 그런건 아니다. 형세를 비관해서 버티다가 실수가 나왔고, 그래서 던진 것이다. 나중에 복기해보니까 대마 안죽고 버텼으면 서로 어려운 바둑이었다.

이창호 9단은 모든 강자들에게 강한데 유독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그렇게 성적이 안좋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천적'이라는 말도 나오고 하는데...

- (웃으며) 열심히 둬서 지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지는데 이유가 있는가.




▲ 대국 스타트~! 흑을 쥔 박영훈 9단은 5분 정도의 생각 끝에 첫수를 착점했다.



▲ 오후대국이 막 시작될 무렵의 바둑. 백번인 이창호 9단이 둘 차례다.



▲ '어린왕자' 박영훈 9단의 진지한 대국 모습.



▲ 반집을 확인하는 순간의 이창호 9단의 표정. 이 9단 옆에 전자랜드배 초대 우승자 김성룡 9단이 앉아서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진짜 반집이네. 맨 오른쪽부터 '반집의 제왕' 안조영 8단, '김전자' 김성룡 9단, 천원전 결승에 오른 안달훈 6단, 해설자 조대현 9단이 모여 마지막 남은 변수를 확인하며 정밀 계가를 하고 있다.



▲ 끝내기는 내 전문이라니까. 국후 복기를 나누고 있는 대국자.



▲ LG정유배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한 바 있는 이창호 9단.



▲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의 박영훈 9단.



이창호 9단의 3-0 완봉승이냐!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박영훈 9단의 반격이냐! LG정유배 결승3국은 오는 11월 6일(토), 전북 부안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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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최강 |  2004-11-03 오전 11:30:00  [동감0]    
이창호-그의 기품!
act19 |  2004-11-03 오전 10:55:00  [동감0]    
결승 3국에서 바둑이 끝날 예감이 든다. 박영훈 9단 힘 내세요!!
yxc168 |  2004-11-03 오전 12:17:00  [동감0]    
컴퓨터 모니터앞의 조대현 9단은 이제 아예 언급조차 되지않는군요. 세월의 무상함을 보는 듯 합니다. 뭐 기자가 누군지 몰랐으면 어쩔 수 없고...
웃는향이 |  2004-11-02 오후 9:13:00  [동감0]    
좋은 사진 곁들인 인터뷰, 궁금증이 풀리네요! 잘 봤습니다.
초롬이 |  2004-11-02 오후 7:22:00  [동감0]    
(웃으며) 열심히 둬서 지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지는데 이유가 있는가.<--- 역시 이창호 다운 말씀
uuly |  2004-11-02 오후 4:44:00  [동감0]    
인터뷰가 꼭 창호님 바둑둘때 표정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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