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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특집(5) 넓히고 반발하고 - 부분과 전체의 연관 속에서
장문 특집(5) 넓히고 반발하고 - 부분과 전체의 연관 속에서
[2016 한가위특집] 문용직  2016-09-18 오전 00:11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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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조치훈의 '3-三 포석'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꼭 이 한판!'의 승부를 맞았을 때 꺼내든 필승포석이었다. 이 3-三에 대처하는 다케미야와 후지사와의 시각은 어떠했는가. 장문과 연관지어 이런 점을 바라보는 것도 가을날 한때의 즐거움이다. 어찌 슈베르트가 누린 한때 악흥의 즐거움만 있으랴. 사진은 1985년 9기 일본 기성전 도전1국 모습. 극단적인 실리전법과 우주류가 정면으로 맞서 손에 땀을 쥐게 한 승부였다. (사진/ 일본기원)


2015년 설특집 <두터움> 특강 6편. 이어 후속편 격인 2015년 한가위 특강 <명인의 두터움> 8편. 그간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자리했던 ‘두터움’의 실체를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론으로 설명한 문용직 박사의 명절특강에 사이버오로 회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2016년 한가위 특강! 이번엔 <장문>이다.

‘축’처럼 초보시절에나 배움직한, ‘장문’을 한갓 돌을 잡는 기초적인 바둑의 수법이라고만 여기고 계셨다면 이 강의를 접하는 순간 장문의 또다른 세계, 바둑의 무한한 매력에 경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협소한 범위였는지. 한가위 연휴 엿새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장문 특강1 - 장문을 넓히고 싶어서 ☜ 바로보기 클릭
장문 특강2 - 버리는 것이 훌륭한 안목 ☜ 바로보기 클릭
장문 특강3 - 축이 안될 때의 장문 ☜ 바로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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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특강5 - 넓히고 역으로-부분과 전체의 관련
장문 특강6 - 잇는다




바둑의 역사 3,000년.
수법으로 남은 역사 1,500년.

바둑은 어떤 방향으로 진보했는가.
여러 방향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다.

1) 수법의 효율을 넓히는 방향으로 발전.
2) 돌보다 공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

일반적으로 효율이 높은 수법은 돌의 간격이 넓다.

그 점에서 돌아보면 행마는 그 간격이 넓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것이 수법의 발전이었다.

한칸보다는 두칸, 두칸보다는 밭전자(田), 그런 식이었다.

▼ <1도>

1도 (행마는 돌의 간격을 넓히는 방향으로)
A 젖힘을 예방하기 위해 초기에는 흑B를 두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흑은 B 대신 C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부족하다 싶어 백이 젖혀갈 여유가 없게 발 빠른 행마를 하는 사고방식이 나타났다. 반상 전체의 흐름으로 부분을 대체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여기서는 좌상귀 흑1의 선행이 그것이다.

집이 많아야 이기는 바둑에서, 돌은 공간(집)에 비해 부차적인 요인이 된다.
물론 돌 없이 집을 얻을 수는 없지만, 돌은 목적보다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 <2도> 다께미야와 후지사와의 시각.

2도(장문의 감각 - 부분과 전체의 조화)
다께미야는 이 장면에서 흑1이 아니라 A에 두었는데,
후지사와는 여기 흑1을 주장했다.
강조했다.

“이것이 진짜 우주류!”

여러분은 어떠신지?
이 글은 후지사와를 지지한다.
승부만 아니라면 중앙의 공간이 참으로 드넓어서 바라보고만 있겠다.

반상 공간의 확장,
그것이 바둑 발전의 핵심 밑바탕으로, <1도>와 <2도>는 그 흐름의 하나라 하겠다.

물리적으로 반상은 언제나 19줄이지만, 인식의 영역에서는 반상이 19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넓어졌다.


1. 장문은 감각으로 발전했다

앞서 <2도>를 잠시 돌아보자.
흑1을 보고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
마치 장문과 같은 인상을 받지는 않으셨는지?

올가미를 던진다고 할까. 장막을 씌운다 할까.

그런 인상 없으셨는지?
많은 기사들은 저 흑1이 장문의 인상을 준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장문은 두 가지 측면으로 이뤄진다.

가두는 것.
잡는 것.

가두어야 잡는다.

그러니 장문을 대할 때 가두는 인상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역으로 가두는 인상을 갖는 수법 보게 되면 장문의 인상 갖게 된다.

우리의 의식은 발전한다.
잡는 것은 가두는 것이고,
가두는 것은 제한하는 것이다.
곧 잡는 것과 제한하는 것은 서로가 통용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린 그런 방식으로 언어를 발전시키고 의식을 확장한다.
바둑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개념은 스스로 확장해 나가며, 우린 자연스럽게 개념의 확장을 의식의 수단으로 삼게 된다.

장문이 그러하다.
<3도>를 보시라. 후지쯔배 결승에서 다께미야가 쓴 수법이다.

저 흑1에 대해서 장문의 인상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 <3도> 잊혀지지 않는 다께미야의 장문.

3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다께미야의 장문)
이 바둑이 기억났다. 그래, 후배에게 물었다.
그 있잖아, 좌하귀 화점을 내리누르는 그 수 말야. 그거 어느 바둑이지?

후배도 같은 인상 갖고 있었기에 곧 답이 나왔다.(제1회 후지쯔배 결승국. 백 임해봉 : 흑 다케미야 마사키)
비록 4선 화점에 백돌이 있지만 흑1 당하니 구석에 몰린 기분 온다.

▼ <4도>

4도 (누구나 두고 싶은 장문)
어느 프로의 대국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누구나 이리 두고 싶을 것이다.
흑1 던질 때 반상은 장문으로 잡힌다.

공간과 돌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돌이며, 돌의 역할을 요청하는 것은 반상의 공간이다.

▼ <5도> 어떻게 응수해야 하나?

5도 (급소 당할 때 어디 두고 싶은지)
백1은 급소다. 상변 백3 역시...이 경우 흑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 없이 오늘날 널리 공감을 받고 있는 수법이 있다. <6도>를 보자.

▼ <6도> 장문으로 대응.

6도 (장문으로 반발한다 - 1)
누구나 손이 이리 간다.
흑1로 간다. 다음 A와 B를 맞본다.
(위) 백이 a로 한 점을 살리거나 (아래) a로 끊을 틈을 주지 않는다.
백은 흑1에 대해 응수하는 순간 돌이 무거워지고 공격당할 말이 된다.

▼ <7도> 같은 이치.

7도 (장문으로 반발한다 - 2)
프로의 바둑 두 개를 겹쳤다.
우변 백1은 아주 좋다. 좌변과 같은 논리인데,
좌변 백3이 급소다.
A와 B를 맞봐 흑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백3을 C나 D에 두는 것은 모양도 빈삼각이고 뒷맛도 나쁘다.


2. 역습의 장문 감각

널리 쓰이는 장문의 감각이 있다.
장문과 다름이 없지만, 상대를 반드시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장문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지나칠 수도 있다.

장문의 감각이라고 하자.
장문의 맥과 다름이 없는 것이 있다.

▼ <8도> 문제.

8도 (오청원의 포석 강의에서 - 질문)
흑1 들여다볼 때 여러분은 어디에 두고 싶으신지?
오청원 선생은 무엇을 답으로 제시했을까?

▼ <9도> 이래서는...

9도 (무겁다)
백1은 무겁다. 백은 여전히 공격받을 정도로 취약하며, 하변 백진도 그 와중에 집이 되기 힘들다.

▼ <10도> 오청원의 추천.

10도 (추천하는 수법)
오청원이 추천한 수법이다. 다음 흑A에는 백F까지 백이 좋다. 백F는 G에 젖혀도 좋다.

▼ <11도> 실전에 많이 나오는 장면에서.

11도 (두터운 응수)
이런 장면 많이 보셨을 것이다. 초점은 흑4이다. A에 잇지 않는다.
A 잇는 것은 백B 젖힐 때 응수가 난처하다. 흑C, 백D, 흑E 축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흑4 두면-

▼ <11-1도> 자체로 좋다.

백1 젖혀도 흑4까지 장문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굳이 백1에 대한 예방책이 아니어도 흑▲는 자체로 좋다. 백△ 한 점의 활동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두터워 족하다.

▼ <12도> 반발의 장문.

12도 (반발하는 장문)
흑2도 멋지다. 다음 백A는 흑F까지 흑이 넓어진다.

요컨대 이런 흑2 장문 감각은 두 가지 이점을 가진다.
1) 상대의 제한.
2) 자신의 공간 확장.

▼ <13도> 장문의 감각.

13도 (초반에도 폭만 넓다면야)
사까다의 묘(妙)시리즈에서 얻은 기보다.
흑3이 하변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착상한 장문 감각. 백A는 흑D까지 백이 괴롭다. (제15기 십단전. 흑 9단 사카다 에이오 : 백 9단 오히라 슈조 大平修三)

<10도>에서 본 것은 많은 경우에 활용된다.

실전에서 상대가 이으라고 강요할 때 잇지 않고 뒤에서 반발하는 장문.
그것을 언제나 제1감으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이으면 무거울 때가 그렇다. 물론 때로는 의외의 경우도 있다.

▼ <14도> 때로 손실도 있겠지만...

14도 (때로는 손실도 있다)
백2는 노타임의 응수.

하지만 이시다 9단이 말했다.
“백2는 아마도 악수일 게다. 우형 같지만 백A 이어서 상당히 두텁다. 백2는 능동적인 듯하나 안정감이 없다. 흑B와 흑C가 선수가 되어 오히려 손해인 뜻도 있다.”

그러나 뭐 어떠랴. 일일이 하나 하나 다 따져서 바둑 못 둔다.
질 때 지더라도 <14도> 백2와 같은 수는 두어놓고 볼 일이다.
감각은 중요한 자원이다. 바둑 둘 때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지나치다.

▼ <15도> 질 때 지더라도...

15도 (공간을 살리는 감각)
흑4, 단숨에 놓고 싶지 않은가?
중앙의 둥근 공간감 크게 살리고 싶지 않은가?

바둑은 그리 두는 것이다.


3. 바둑의 언어가 모호한 까닭은, 그것이 바람직했기 때문

많은 분들이 바둑의 언어가 모호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둑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아마도 맞는 이해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뿐일까?
바둑이 그 오랜 시간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발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깊이 들여다본다면 바둑은 그 모호함 때문에 발전했다 할 수 있다.

바둑은 장기나 체스와는 크게 다른 놀이다.
장기나 체스는 공간감이 제한된 놀이다. 단선적(單線的)인 것으로 그림과 같은 회화(繪畵)의 감성을 살려주는 놀이가 아니다.

바둑은 어떤가.
공간감이 지배적인 놀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의식에 잘 들어맞는다.

줄리안 제인스(J. Jaynes)가 걸작 『의식의 기원』에서 밝혔듯이
인간의 의식은 “공간의 은유 기제”인 것.
그러니 공간을 놀이의 본질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것이다.
바둑은 장기나 체스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놀이다.

오늘 본 모든 기보에는 바로 그런 공간의 세계를 조정하는 수법이 들어있다.

수를 조이고 돌을 따내고 수상전을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그런 것은 논리의 세계일 뿐이다.

오늘 우리가 본 것은 그보다 훨씬 넓은 세계인 것.
우리의 삶에 밀접한 세계인 것.
그러니 감성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은 바둑에서도 귀한 재능이다.

돌을 잡는 것에만 초점이 두어져서는 아니 된다.
그건 좁은 기호(記號)만의 세계에 붙잡히는 것.

상대를 제한함으로서 자신의 공간을 넓히는 것.
그것이 초점이 될 때 장문의 세계는 우리의 반상 감각을 넓히는 힘이 된다.

공간을 감싸 안고 묘사하는 언어는 본질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다.
공간 자체가 그런 세계 아닌가.

그러기에 <16도> 백의 응전은 수읽기 이전에 공간을 구성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 것임이 틀림이 없다.

장문의 너비와 깊이는 의지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 <16도> 조치훈의 진면목을 보여준 강수.

16도 (이처럼 마구잡이식으로 버티며)
물론 대다수의 바둑은 다음과 같은 게 보통이다.
보통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다.

“백4는 조치훈의 참면목을 보여준 강수였다. 흑A에는 백B 흑C 백D로 막는다.
이처럼 마구잡이식으로 버티고 아슬하게 막으며…”

오다께를 맞이하여 명인전 3연패를 이룰 때, 그 한 장면을 묘사한 관전기이다.


바둑이 귀한 이유, 감성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

조금 전 썼다.
감성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은 바둑에서도 귀한 재능이다.

이렇게 쓰는 게 맞다 싶다.

바둑이 귀한 이유는, 바둑을 둠으로써 삶의 감성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에 있다.
바둑이 귀한 이유는, 바둑은 삶의 감성을 살려주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여기 글쓴이도 그렇게 두어볼까.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공간감을 즐기기 위해서 무작정 크게 씌우고 볼까.
던지고 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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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당 |  2016-09-19 오전 5:17:00  [동감0]    
기교를 부리지도, 수사를 나열하지 않았는데도 글에서 묵직함과 깊이
가 느껴집니다. 문박사님!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바둑정신 |  2016-09-19 오전 12:55:00  [동감0]    
바둑은 어떤가.
공간감이 지배적인 놀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의식에 잘 들어맞는다.

줄리안 제인스(J. Jaynes)가 걸작 『의식의 기원』에서 밝혔듯이
인간의 의식은 “공간의 은유 기제”인 것.
그러니 공간을 놀이의 본질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것이다.
살레살레 |  2016-09-18 오후 6:03:00  [동감0]    
참으로 좋은 글 가까이 있으면 소주 한잔 사고 싶다. (실례가 안된다면 )
가만놔둬 |  2016-09-18 오후 5:44:00  [동감0]    
좋은 글에 감사. (12도 그림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운영자55 네...다른 그림이 들어갔네요. 바로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강릉P |  2016-09-18 오전 10:44:00  [동감0]    
4도는 중국리그에서 이세돌9단과 리저6단이 둔 바둑이네요..
리저6단 참 좋아했었는데^^
류정헌 허걱! 정말이네요! (2009.07.04. 중국갑조리그 9R 흑 이세돌 백 리저) 엄청난 기억력이시군요 ㅎㅎ  
류정헌 |  2016-09-18 오전 10:05:00  [동감0]    
훌륭한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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