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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싸움, 통쾌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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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을 웃기고 울렸던 CSK배. 원년 대회에서 일본과 중국을 각각 5대 0으로 완파하는 퍼펙트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작년 2회 대회는 일본에게 진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약체 대만에게마저 덜미를 잡혔다. ‘충격 패배’. 세계대회 우승행진이 23연승에서 마침표를 찍었던 바로 그 대회다. 팀당 5명씩으로 구성된 단체전. 한국ㆍ일본ㆍ중국ㆍ대만 4개국이 풀리그로 겨룬다. 제3회 CSK배 바둑아시아 1회전 ○ 이창호 9단 ● 장쉬 9단 - 장소 : 일본 오키나와(沖繩) - 날짜 : 2004. 3. 21 - 결과 : 186수끝, 백불계승  장면1 (싸움의 발단) 한국의 첫 상대는 대만. 이창호장쉬 대국은 주장전이다. 장쉬는 속기에 능하고 전투가 세다는 평. 이 바둑은 하변에서 발발한 전투에 의해 승부가 갈렸다. 싸움으로 시작해서 싸움으로 끝난 한판. 이창호가 백1로 공격 모션을 취했는 데도 장쉬가 흑2로 외면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백3은 공격의 급소. 참고도1 (내키지 않는 씌움) <장면1>의 백3은 그와 같이 밑둥치로 습격하고 싶은 곳. 본도처럼 백1로 위에서 압박하는 공격은 흑이 2, 4로 임시방편으로 조처하며 선수를 빼가는 수법이 두렵다. 흑6이 천하명당의 한수. 이렇게 노골적으로 울타리를 치면 백은 도처의 집을 합쳐도 이 흑모양 하나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장면2 (점입가경으로) 서로의 기세가 맞부딪치며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 한발 헛디디면 곧바로 구렁텅이에 빠진다. 백1에 흑2는 절대. 3으로 늦추는 것은 백가로 흑모양을 지우면서 우하 일대를 키워 나가 백이 편하다. 젖힘이라면 백으로서도 불문곡직하고 3으로 끊어갈 수밖에 없는 노릇. 점입가경이다. 그런데 흑8이 과했다. 백9로 막히는 수가 뻔한데 흑10으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걸까. 참고도2 (흑이 재미있다) <장면2> 흑8로는 1로 연결해 두는 편이 온당했다. 우하쪽 흑은 잡히지만 애당초 버릴 작정이었던 돌. 중앙에 떠 있는 백 넉점을 겨냥하며 우상 일대의 흑모양을 키우는 흐름을 좇았더라면 흑에게 재미있는 국면이 되지 않았을까. 실전진행1 (사생결단의 펀치) 백은 1에서 5까지 선수로 한점을 빵따냈다. 물론 이쪽만을 놓고 본다면 흑4, 6으로 끊겨 탐탁치 않은 응접. 그렇지만 이창호는 하변 백에 안전장치(A의 건넘)를 마련한 다음 7에서 9, 11로 눌러가는 강수를 그려놓고 있었다.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를 건 사생결단의 펀치. 결과적으로 이 판을 승리로 장식하는 원동력이 됐다. 참고도3 (흑의 호조) 설마 백3으로 지켜줄 걸로 독단하진 않았을 것이다. 흑4부터 쭉쭉 뻗어나갈 때마다 우상 흑모양이 강화돼 간다. 또 백3으로 4에 빵따내면 그동안 공들였던 하변 흑일단이 탈출해 버린다. 장쉬는 <실전진행1>의 백9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실전진행2 (통쾌한 승리) 흑1로 젖힐 수밖에 없고 백2도 필연적인 끊음. 이래서 바둑판은 상하 두군데로 분단된 흑과 좌우 두군데로 갈라진 백이 수상전을 둘러싼 숨막히는 전투에 돌입했다. 우하 흑은 백이 먼저 둘 경우 6수. 이 난전에서 이창호는 교묘하게 양쪽 백의 수수를 늘리며 우하 흑을 포획, 마침내 승전고를 울렸다. 참으로 화끈하게 싸워서 통쾌하게 이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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