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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이 일으킨 바둑 훈풍
연이은 바둑소재 영화, 만화, 드라마...바둑에 대한 인식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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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이 기사는 1월23일 이홍렬 바둑전문기자가 쓴 [전문기자 칼럼] "'응팔'이 일으킨 바둑 훈풍"을 옮긴 것입니다. ○● [조선일보] 기사 원문보기 ☜ 클릭 '응팔'(응답하라 1988) 종방을 가장 아쉬워하는 집단은 바둑계일지도 모르겠다. 프로 기사들의 애환을 생생히 묘사한 이 TV 드라마 덕에 바둑과 대중의 거리가 크게 좁혀졌기 때문이다. 바둑이 드라마와 결합할 때의 놀라운 인화(引火)력을 경험하는 것은 '미생'에 이어 두 번째다. 웹툰과 드라마 시장을 강타했던 '미생'은 '시즌 2'로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두 작품은 분명 '바둑 드라마'는 아니다. 오직 바둑 스토리로 세계를 뒤집어 놓았던 애니메이션 '고스트 바둑왕'과는 분명 차별화된다. '응팔'의 주제는 이웃의 정, 젊은이의 사랑과 우정이며 바둑은 그저 남자 주인공의 직업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바둑이란 절대적 '추억 상품'을 안고 들어간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서민들의 찌들고 고달픈 일상, 종종 그 시름을 씻어주던 작은 기쁨의 교차 또는 반복이 복고 드라마의 정석이다. 1990년대 이후 십여 년간 바둑만큼 확실하게 우리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준 '효자'가 또 있었던가. '미생'은 바둑만의 독특한 극한 개념, 예컨대 삶과 죽음의 불안정성이나 반복되는 반전 속성을 절묘하게 중첩시켜 성공한 경우다. 각박한 사회를 바둑판으로, 삶에 찌든 서민을 '아직 살지 못한 바둑돌'로 차용한 아이디어가 적중했다. 미생(未生), 완생(完生) 같은 바둑 용어의 뜻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숱한 시청자(독자)마저 작품의 함의에 공감하고 열광하게 했다. 어쨌거나 '응팔'과 '미생'은 바둑계에 크게 기여했다. 대한바둑협회는 올해 유치원의 바둑 교육 요청이 지난해 225건의 배가 넘는 500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성, 대학, 군대, 다문화 가정 등에서도 바둑을 가르쳐달라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 바둑TV 시청률이 오르고 더불어 10년 가까이 얼어붙었던 바둑 서적 시장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모두 드라마 덕분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좋은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원작 웹툰만화를 드라마로 제작해 선풍을 일으킨 [미생]에서는 끝내 프로기사가 되지 못한 '이무기' 원생이 주인공이었고(사진 위), 케이블 드라마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한 [응답하라 1988]에서는 프로기사(최택 6단)가 주역으로 나왔다. 바둑을 소재로 삼다보니 두 드라마에서는 종종 한국기원이 나와 반가웠다. 지금 미국에선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IT 업계의 거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서로 "우리가 먼저 인간을 꺾는 바둑 대국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현재 컴퓨터는 거의 모든 게임에서 인간을 꺾었지만 바둑만은 고수와의 치수(置數·핸디캡)가 4점의 벽조차 뚫지 못했다. 그들이 바둑 정복을 인공지능(AI) 완성의 극점(極點)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구 최고의 두뇌들이 머리를 싸매고 덤벼들었지만 바둑판 위에 구현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파악하는 것조차 아직 캄캄하다. 바둑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프로기사 되는 게 필생의 소원이었다던 빌 게이츠도, "체스가 전투 게임이라면 바둑은 전략 게임"이라며 일가견을 펴던 헨리 키신저도 대답하지 못할 난제다. 또 어떤 드라마가 바둑이란 '옷'을 입고 나타나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울지, 그러는 사이 IT 거장들은 인간을 이기는 인공지능을 기어이 개발해 낼지 조용히 지켜볼 참이다. [조선일보=이홍렬 바둑전문기자]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중 대국장면.  ▲ 2014년에는 영화 [신의 한수]도 선을 보여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 [미생]의 작가 윤태호 화백은 최근 웹툰 [미생 2]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또 한번의 바둑바람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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