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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있어 온다! 황홀한 바둑축제를 꿈꾸며
2015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 & 15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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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명한 축제 가운데 신나기로는 브라질의 리우 삼바카니발이 으뜸일 것이다. 삼바...라고 읊조리기만 해도 절로 흥이 솟는다. 인상적이기로는 스페인 부뇰의 토마토축제가 퍼뜩 떠오른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냐 하지만, 온통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 클래식,하면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제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다. 바둑도 세계인이 기꺼이 걸음하는 축제로 자리할 수 있을까? 색깔은 흑백의 차분함이요 성격은 정적인 클래식에 가까우니 얼핏 생각하기에는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모델일 수 있겠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축제 형식을 띤 바둑대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직 이렇다할 인상적인, 세계의 바둑애호가들이 설레며 찾을만한 국제적인 바둑축제는 보지 못했다. 예전보다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승부를 겨루는(순위를 가리는) 대회 중심에 이벤트 몇개를 들러리 붙인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하다. 젊은 애호가가 날로 줄어들어 한 걱정하고 있는 클래식계와 비교해도 현대바둑은 역사가 일천해 아직 세계각국에 고루게 보급되지 못한 실정이고, 자연 대중성에서도 동양3국을 벗어나면 소수만 아는 형편이니 투자를 잔뜩 한들 어디 수지가 맞겠는가. 아마추어 바둑대회인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나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올해는 인제에서 개최),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12세 이하 참가)에 외국선수와 가족이 참가하긴 한다. 하지만 비행기삯이나 숙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들이 방한을 결행하기 쉽지 않다. 상당 기간 기업이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이나마 유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놓고 말하면, 늘 예산이 태산이다. 그렇다 하여 시도조차 포기할 순 없다. 성인에게 손짓해선 여간해선 오지 않을 사람도 자녀가 간다면 따라나선다. 이게 부모 마음이다. 청소년이나 어린이 바둑대회(축제)가 그나마 글로벌 색채를 띨 수 있는 이유다. 한화생명배는 어느새 15년 나이테를 둘렀고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도 7년째 열었다. 이미 노하우를 쌓았고 어느 정도 바깥세상에 알려진 데다 자리를 잡은 형편이니 앞으로 좀더 축제다운 대회로 확대해봄직도 하다. 기존 대회 가운데 하나쯤은 진짜 축제다운 바둑축제로 진일보했으면 싶다.  ▲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바둑황제 아저씨에게 지도기를 받아보겠는가. 멀리 바둑여행 온 보람이 있다. 희망사항을 주절거린 김에 좀 뜬금없는 발상 하나 해본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에서 한국기원에 솔깃한 제안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탄지역에 국제규모를 갖춘 바둑경기장을 지어 바둑을 화성시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한다. 당연히 한국기원도 이전하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화성시민으로서(기자는 어엿한 화성시민^^이다) 번듯한 바둑경기장 건축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향후 세계인이 고대하며 찾는 바둑축제(콘텐츠)까지 이참에 한번 구상해 보시라 건의하고 싶다. 화성시 관계자들에게 바이로이트 음악제와 전용 축제극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매년 여름, 독일의 바이에른 주의 작은도시 바이로이트에서는 작곡가 바그너의 음악(주로 악극)을 좋아하는 전 세계인이 1년을 기다리며 찾는 음악축제가 열린다. 바이로이트 음악제다. 바그너가 자신의 악극이 최적의 음향으로 상연될 수 있게 직접 설계해 지었다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독일을 넘어 세계의 소중한 문화재다. 막대한 건축비가 들어갔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했으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이 음악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제는 표를 구하지 못해 안달인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했는지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손쉽게 내용을 얻을 수 있다.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새로운 축제 하나 기대한다면 ‘바둑의 메카’를 꿈꾸는 화성시가 적임지라 본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8월초순 내내, 강원도 인제군에서 개최한 2015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에 이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연 15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현장을 취재하며 마주친 외국선수 가족을 보며 느낀 단상이다. 멀리 루마니아에서 13시간 비행 끝에 2년째 한국의 바둑대회를 찾은 도브라니스(Dobranis) 가족. 바둑을 좋아하는 두 아이가 원한다면 남극에라도 가겠다는 엄마아빠는 2주간의 휴가를 내고 동행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아버지를 보며 바둑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주변에 만천한 공기와 물의 가치를 하잘 것 없이 여기는 평소 인식처럼 우리도 그리 대하고 있는지 모를 바둑을, 지구 저쪽에 사는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무엇, 마치 바그네리안(Wagnerian,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고대하며 바이로이트로 향하는 음악순례처럼. 우리 국악의 소중함과 가치를 ‘원더풀’을 연발하는 외국 청중을 통해 깨닫듯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바둑의 진가를 불원천리 달려온 외국가족을 보며 불현듯 인식한다. 우리에게도 지구촌 바둑인들이 고대하며 찾는 멋진 바둑축제 하나 있었으면 참말 좋겠다.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와 서울 한화생명배 두 대회에 연이어 참가한 외국가족 가운데 네 식구가 모두 온 루마니아의 도브라니스 가족과 어머니가 두 아들을 데리고 온 인도네시아의 피트라(Fitrah) 가족, 부자가 온 독일의 피트너(Pittner) 가족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올해는 부모가 동행하지 않았지만 삼형제가 모두 출전한 베트남의 ‘바둑 배우는 삼형제’에게도 눈길이 갔다.  “한국바둑친구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화생명배에 인도네시아 대표로 참가한 둘째아들 파이샬 우마르 피트라(Faishal Umar Fitrah, 12세) 가족. 형인 라피프 시드키 피트라(Rafif Shidqi Fitrah, 14세)는 앞서 열린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에서는 최강부인 세계청소년부에 출전한 바 있다. 어머니 마를린다(Marlinda 39세, 번역가) 씨가 이들 형제를 데리고 왔다. "인도네시아 가족은 영어가 안 통해 일본말로 인터뷰해야 한다“는 말에 더 호기심을 생겼다. 알고 봤더니 마를린다 씨 부부는 일본유학 중 만나 결혼해 자녀 넷을 낳고 살고 있었다. 셋째아들도 바둑을 배우고 있고 막내딸만 바둑을 아직 둘 줄 모른다고 한다. 일본 영주권이 있으나 인도네시아 국적이라 대표로 참가했다. 맏아들 라피프 시드키는 일본기원 아마6단으로 홍맑은샘 프로에게 3년째 배우고 있는 제자였다. 올해 태국에서 열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 인도네시아 대표로 나간 바 있다. 한국은 이번이 3번째 대회방문. 지난해 경주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 때 처음 왔다. 자기가 배운 것을 동생들에게 가르치는 바둑선생이기도 하다. 매운 한국음식이 인상적이라는 맏아들은 일본기원 프로가 되는 게 1차 목표고 은퇴 후 인도네시아에서 바둑교육을 펼치는 포부를 안고 있었다. 어쩌면 ‘인도네시아의 조남철’이 될지도.  ▲ 선수등록부터  ▲ 기록을 남기는 역할까지...한국의 어머니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 금발의 아버지와 아들. 토마스 피트너 (Thomas Pittner) 씨는 아들 아르베드 피트너(Arved Pittner)를 데리고 독일 베를린에서 왔다. 이번 방한이 아버지에게는 아시아국가 중 첫 방문이지만 아들은 지난해 오사카에서 열린 바둑대회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가 아들의 첫 한국대회 출전이고 한화생명배가 두 번째. 아마2단의 기력인 아들은 한국의 기도산업이 후원하는 유러피언바둑챔피언십 12세 이하 부에서 2등을 차지해 초청받았다고. 한국의 어린이바둑대회를 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독일에는 고등부까지 합해야 100여 명 남짓인데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바둑두는 광경은 처음 본다”며 한국의 첫인상에 대해서도 “모든 게 색다르고 흥미롭다. 독일의 건물은 고색한데 비해 한국의 빌딩들은 대부분 새건물이고 신선한 게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부자는 대국을 마칠 때마다 복기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성균 심판위원이 거들었다. 인제에서 열린 2015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에서. 아들의 바둑이 끝나면 부자가 머리를 맞대고 복기하는 모습이 퍽 인상 깊었다. 복기를 함께할 정도면 아버지도 바둑을 둘 줄 안다는 얘기인데? 1급 둔다고 한다. 어렸을 적 체스를 배웠는데 대학교 때 교내에서 바둑경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배우게 됐다고. 간단한 규칙을 가진 게임인데 그 속에 굉장한 변수를 내포하고 있는 게 바둑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아들보다 기력이 낮으니 아버지가 깔고 두겠다고 넌지시 묻자 아버지의 자존심인가? 직답을 피한다. “아들이 자기보다 작전과 전략적인 면이 더 나은 듯하다. 나는 대회에 동행하여 다른 경기를 보고 이를 아들과 분석하고 토론하는 역할을 한다.” 아들은 집중력이 굉장했고 승부욕도 강해 보였다. 프로기사 욕심은 없느냐고 물었다. “유럽에서 프로기사가 된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같은 국가로 유학을 보내야 하는데 이도 쉽지 않은 일이고, 바둑이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니 스폰서도 거의 없다. 직업적으로 선뜻 프로기사를 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아들이 원한다면 뒷받침할 것이다. 강요하지는 않는다.”  ▲ 아들 피트너는 두 대회에서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즐겁다. 그저 바둑이 좋아 불원천리 달려왔으니 두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지도 흐믓하다. 15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에서.  ▲ 휴가를 내 온가족이 한국의 바둑대회에 참가한 루마니아의 도브라니스 가족.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네 식구가 방한한 루마니아의 도브라니스 가족은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에서 둘째아들 데니스(Denis)가 초등저학년부를 석권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 가족에 대한 소개는 앞서 보도한 바 있다. ○● 아이들이 원하면 남극에라도 갈 것! ☜ 클릭  베트남의 바둑 삼형제로 유명한 보(Vo) 형제. 베트남 최초의 프로기사를 꿈꾸며 권갑용바둑도장에서 2년째 유학 중인 첫째 보 녁 밍(Vo, Nhat Minh, 14세), 베트남에서 바둑을 배우고 있는 둘째 보 두이 밍(Vo, Duy Minh 12세), 그리고 막내 보 덕 밍(Vo, Duc Minh 9세). 베트남에서 이들을 가르치고 발굴한 이강욱 프로가 이미 여러번 국내에 소개해 우리에게 낯익은 아이들이다. 특히 막내 보 덕 밍(4급)이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 바둑꿈나무부에서 우승하자 베트남에서 난리(?)가 났다. (이강욱 프로) “한국에서야 꿈나무조에서 우승한 게 별것 아니겠지만, 베트남 어린이가 해외 바둑대회에 나가 1등한 게 처음 있는 일이라 그날 바로 호치민 2개 신문에서 기사로 내보낼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어요.” 부디 바라건대, 이런 난리는 좀 종종 났으면 참말 좋겠다. [통역 : 대한바둑협회 김윤환, 통역사 장효진]  ▲ 2015 인제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 바둑꿈나무부에서 4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한 베트남 바둑삼형제의 막내 보 덕 밍. 옛날 한국의 천재 소년기사 조훈현, 조치훈이 화제였듯 덕 밍의 우승은 베트남에서 대단한 화젯거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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