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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반집을 찾아라, 집중하는 검토실
이세돌 구리의 반집대결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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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집'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검토실이 들끓기 시작됐다. 그 전까지 약간 침체됐었다. 검토실은 드문드문 들리는 중국 검토진의 수다이외에 결승전 답지 않게 조용했다. 대국내용도 그랬다. 초반에는 다소 지리한 느낌이었다. '이세돌과 구리'의 합작품 답지 않게 거대한 모양 바둑이 나왔고, 그 와중에도 침투와 응징이 치열했지만 이세돌이 일방적으로 재미없는 바둑이었다. 약간 늘어지는 기다림속에 '오늘은 이세돌이 지겠네'라는 분위기. 그러나 '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구리의 수순이 터지면서 반상은 조금씩 요동치고 검토실의 취재진들과 프로기사들도 갑자기 활기를 찾았다. 끝내기에서 구리의 미묘한 실수가 나왔고, 초조했는지 괜한 수를 두기도 했다. 해설자 김지석 7단은 '계가'가 안된다며 손수건을 입에물고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학모드에 돌입하기도 했다. 옆에서 이를 보다 못한 김미리의 한마디 "김지석 7단, 오늘은 대국자가 아니라 해설이라구" 4월 26일, 제3회 비씨카드배 이세돌과 구리의 결승3국,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라운지에 마련된 검토실의 모습을 취재수첩으로 옮겨 본다.  ▲ '해설을 아무나 하나요?' 이영구 (좌), 눈을 부비는 김지석(중앙), 웃고 있는 김미리(우) ○●...'이세돌과 구리' 끝내기 실력은? 이세돌과 구리의 대결이 반집으로 향하자 '누구의 끝내기 실력이 강할 것인가'에 대한 간략한 품평이 시작됐다. 둘 다 강력한 수읽기와 순간적인 반상 장악력으로 이기던 지던 계가없이 '불계'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둘 사이의 반집승부도 지금까지 딱 한번 뿐이었다. 검토실의 의견은 이구동성 '이세돌의 끝내기'에 신뢰를 보냈다.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여러사람의 말을 종합했다. "끝내기 실력은 이세돌이 구리보다 셀거야, 이세돌은 '이창호 키드'잖아, 게다가 그동안 이창호랑 얼마나 많이 뒀어. 이창호와 스타일은 달라도 이 장면에서 끝내기는 역시 이세돌이지. 지금 끝내기 장면에서 구리가 실수하는 것도 다 이세돌의 실력때문이야. 다른 기사라면 저런 실수를 했겠어? "  ▲ 잠시만 비켜봐, 이렇게 두면 어찌 되는 거야? ○●...이영구, '김지석, 저리 비켜봐, 해설은 아무나 하나?' 193수째였다. 이미 역전의 순간이고,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는 느낌이 검토실에 파고들던 시점이다. 해설자 김지석은 그래도 백이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조심스레 밝혔다. - 그래도 흑이 이길까 - 초반이후 구리가 계속 좋았기 때문이다. 사실 냉정하게 봤을 때 구리가 일방적으로 좋았던 면이 있었다. 김지석은 해설중 수 많은 참고도를 그렸다가 지웠다. 인터넷 해설창에 그냥 보여줘도 될 법한데 '정순한' 참고도를 원했는지 지워버린 참고도의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손수건을 입에물고 땀을 흘린다. 김지석이 백이 조금 유리하다는데 검토실에서 누가 이견을 말하겠나. 그럴 때 이영구가 어디선가 뛰어들었다. "흑이 좋잖아" 용기를 얻은 이춘규, 진시영 등도 거들었다. "흑이 반집 이긴다는데 올인!" 이영구가 다시 외쳤다. "저리 비켜봐아~ 해설은 아무나 하나?"  ▲ 중반에서 종반으로 진입하는 1부터 20까지의 실전진행 수순에서 역전이 됐다. ○●... 김지석이 안된다는 길만 따라가는 '구리' 김지석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제시하면 구리가 정확히 따라갔다. 그렇게 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인데, 구리가 뭣에 홀린 것 같다. 김지석은 구리(○)가 흑 2자리 근방으로 좌변을 끊어먹고 정리하면 계가로 가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봤다. '하변보다는 좌변이 커요'라는 김지석의 해설. 그러나 구리는 백1로 하변을 먹었다. 김지석에게 물었다. - 1과 2의 크기가 몇 집 차이죠? "끙... 몇 집차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좌변이 더 커요." 백5로 건드리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도 했다. "저기는 건드려봐야 별 수도 없고 계속 저렇게 건드릴 수록 손해인데..", 마치 김지석의 말을 들은 것처럼 구리는 수순 20까지 깔끔하게 흑 모양을 가다듬어 줬다. 흑18로 백 두 점이 단수가 됐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구리는 3집 정도 손해를 봤다. 무슨 이유에선지 흑1부터 20까지 수순이 진행되는 동안 구리가 '이세돌에게 홀린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 손수건을 입에 문 김지석, 위에서 '흑이 우세하다'고 말하는 이영구 ○●... '관전만 10년 이상' 경력자들의 반집 승리자 판별 해설자 김지석 7단이 손수건을 입에물고,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계가를 해본다음 누가 반집을 이길 것인지 고민하는 동안, 검토실의 '관전만 10년 이상 경력자'들은 바둑판이 아닌 다른 것을 보고 반집의 저울추를 판별했다. 그리고 결과가 반집싸움이라면 이세돌의 '승리'를 확신(?)했다. 사실 '10년'까지는 과장이고 조금만 자주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다. - 갑작스레 구리의 머리가 모니터 안으로 들어온다. : 구리는 모니터에 보일 때까지 머리를 잘 숙이지는 않는 스타일이다. 뭔가 계가가 잘 안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 이세돌 9단의 마법 3종세트가 끝나고, 반가사유상 자세가 나왔다. : 흔들기를 자주 하는 이세돌 9단의 버릇이다. 한창 흔들기로 수읽기를 할 때 다음의 3가지 동작을 연달아 한다. 1 .주먹을 쥐고 입술을 문지르거나, 2. 엄지와 검지사이를 계속 긁고 있거나, 3. 두 손가락을 가볍게 돌 통 등을 리드미컬하게 친다. 결과가 좋게 나오면 이 동작이 중지되고 손끝이 '반가사유상' 비슷한 모습으로 턱부근에 간다. - 모니터에 비친 이세돌 9단의 손끝에 힘이 실려있다. 누구나 그렇다. 바둑에서 확신이 들 때 힘이 실린다. 심지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한다.  ▲ 이세돌 9단, 많은 프로들이 승리 후에도 심각한 표정을 잘 짓긴 하지만, 이날은 웃음기가 평소보다 적었다. ○●... 구리가 도와준 반집, 떨떠름한 이세돌? 즐거워하는 검토실 평소 좋은 기보를 남기겠다고 입만 열만 외치던 이세돌 9단이었다. 26일 '이세돌-구리'의 대결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던 '반집'의 주인공이 된 것에 비한다면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짧게 복기를 마쳤다. 대국 전 싱글벙글하던 표정에 비해 승자의 얼굴로선 그리 밝지 않았다. 그러나 검토실은 그런 이세돌의 표정까지 화제에 올리며 화기애애.- 이번 반집 승리가 이세돌 자신의 수읽기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실수에 힘입었다는 그런 생각 때문일 것으로 추측 - 이세돌 9단은 바둑 TV와의 인터뷰에선 '상변에서 구리의 수읽기 실수가 있었다'고 밝히며 총총걸음으로 퇴청했다. 결승3국까지 이세돌 2-1로 결승 5번기를 앞서 있다. 5번기의 마지막 대결이 될지 모를 결승4국은 4월 27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내 바둑TV스튜디오서 오후1시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오로바둑의 인터넷 해설엔 홍성지 8단이 함께한다. 제3회 비씨카드배의 우승상금은 3억.  ▲ '이세돌이 반집 이건 거지?' 원로기사 윤종섭 프로가 묻자, 미세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체크무늬 상의를 입은 이영구부터 오른 쪽으로 진시영,김미리,김기용 프로기사, 중앙에 해설자 김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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