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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기사의 ‘가정교사’로 들어앉은 AI
조선일보 [화요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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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조선일보- 프로 기사의 ‘가정교사’로 들어앉은 AI ☜ 기사 원문 보기 클릭 오는 9일은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친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5주년이 되는 날이다. 2016년 3월 9일부터 1주간 전 세계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 시선을 집중한 채 충격과 감동에 빠져 들었었다.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알파고는 바둑에서 손을 뗐고 이세돌도 은퇴했지만, 인공지능(AI) 연구는 더욱 발전하면서 바둑계에 새 물결을 몰고 왔다. 대표적 변화를 4가지로 압축해 보았다. ■ 대폭 달라진 착점별 가치 평가 알파고로 대표되는 AI들이 바둑계에 끼친 가장 큰 업적은 패러다임 혁명이다. 모든 ‘수(手)’가 새로이 심판대에 올랐고 상당수 정석이 폐기 또는 수정됐다.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던 부분, 특히 초반 포석이 베일을 벗어가는 중이다. 삼삼 침입 등 과거 금기였던 초반 수법들은 재평가 속에 ‘정수’로 옮겨 앉았다. ‘새 수법’의 장착은 지난 5년 동안 바둑계 전체 수준을 무섭게 향상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규병 9단은 “AI 등장 이후 프로기사들의 기력이 한 점 이상, 최소 반 점은 늘었다”고 말한다. 세계 챔프급 인간 최강자를 2점 접는 AI들에 단련받은 효과다. ■ 상향 평준화와 승부 세계 ‘민주화’ 과거 대부분의 기사는 일정 한계에 이르면 헤쳐갈 방도가 없다는 생각에 승부를 포기했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을 해소해 주는 AI가 ‘가정교사’로 들어오면서 ‘반상 민주화’가 실현됐다. 하위권 기사들의 승부욕이 살아나자 어떤 승부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게 됐다. ‘불침항모’로 꼽히는 랭킹 1, 2위 신진서와 박정환이 최근 박진솔(27위)과 백찬희(56위)에게 나란히 패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무명 기사들이 갑자기 새로운 스타로 뜨는 등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세돌에 이어 알파고와 대결했던 커제도 최근 “알파고는 바둑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고 했다. ‘AI일치율’은 이제 기사 기량의 척도로 자리 잡았다. ■ 방송·바둑도장의 환경 변화 TV 바둑 해설자들은 언젠가부터 방송 도중 “AI는 이렇게 두라고 하네요”라며 대놓고 참고도를 제시한다. AI 등장 초기만 해도 없었던 현상이다. AI의 ‘승률 그래프’를 통해 모든 장면 형세를 백분율로 파악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하늘같던 프로기사의 위상은 많이 추락했다. 바둑도장 등 교습 기관 풍경도 많이 변했다. 과거 사범들이 원생들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강사였다면, 요즘 프로들은 원생들이 AI를 통해 스스로 복기한 뒤 최종 결론을 내려주는 조력자로 변신했다. 알차고 효율적인 교육이 자리 잡으면서 원생들의 발전 속도도 빨라졌다. ■ 부정행위와의 전쟁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첨단 장비를 이용해 AI 훈수를 받는 부정행위가 종종 발생,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겹쳐 온라인 대국이 성행하면서 이 같은 환경을 부추겼다. 프로기사가 징계를 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회 때 출전자들은 금속 탐지기로 몸수색 당한 뒤 휴대전화와 전자시계 등을 맡겨야만 입장할 수 있는 시대다. 미래 바둑계는 AI와 맺은 새로운 인연을 더 밀접히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AI 대국 프로그램 ‘바두기’ 제작자인 이주영 박사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갈수록 더 다양한 방식과 규칙으로 함께 는 대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는 자신의 ‘출생 신고’ 통로였던 바둑과의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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