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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거북선, 서울 부광약품 발목 잡고 3위로
송혜령이 김채영의 9연승 저지하고 에이스 김혜민이 팀의 승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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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토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9라운드 3경기가 이어졌다. 하루 전 9연승을 기록한 최정과 함께 유이한 전승행진을 잇고 있는 김채영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김채영과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이룬 김미리가 돋보이는 <서울 부광약품-권효진 감독>과 3지명 이영주를 제외한 선수들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단행(특히, 결혼과 육아로 저평가돼온 김혜민을 1지명으로 불러들였고 김혜민은 6승 2패의 빼어난 성적으로 화답)으로 전열을 가다듬어 지난해 최하위에서 중위권으로 뛰어오른 <여수 거북선-이현욱 감독>의 대결. 재미있는 것은 각각 전반기를 2위(서울 부광약품)와 4위(여수 거북선)로 마감한 두 팀이 지난해 7, 8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동병상련의 처지였고 어찌 보면 당연하게 두 팀 모두 해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팀을 재구성해 성공적인 2020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개된 대진오더를 보면 3지명을 상대팀 1지명에 붙이고 1, 2지명이 상대팀 2, 3지명과 맞서도록 배치한 <서울 부광약품>이 좋아 보이는데 상대전적을 보면 묘한 반전이 있다. 제1국에서 마주친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지명, 8연승)과 송혜령(여수 거북선 2지명, 3승 5패)의 대결은 절정을 달리고 있는 김채영(상대전적 2-0)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데 제2, 3국에선 각각 하위 지명자가 상대팀의 상위지명자를 앞서고 있어 파란의 역전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든다.  제2국 김미리(서울 부광약품 2지명, 5승 3패)와 이영주(여수 거북선 3지명, 3승 4패)의 격돌에선 하위지명자에 리그 성적도 뒤진 이영주가 상대전적 5승 2패로 앞서 있고 제3국 김혜민(여수 거북선 1지명, 6승 2패)과 장혜령(서울 부광약품 3지명, 1승 3패)의 싸움도 하위지명자이면서 리그 성적도 크게 밀린 장혜령이 오히려 상대전적 2승 무패로 앞서 있다. 기계(컴퓨터)의 승부에선 하위버전이 상위버전을 이길 가능성이 제로지만 실바람에도 갈대처럼 흔들리는 불안한 감정을 가진 인간의 승부는 이렇게 다르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 6시 30분, 주형욱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됐다. 바둑TV 해설, 생방송 진행은 김여원 캐스터, 해설에 백홍석 해설위원. 속기로 진행된 이영주(흑)와 김미리(백)의 제2국을 집중 해설했다.  ▲ 주형욱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
 ▲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스튜디오에 마련된 경기장 전경.
 ▲ <서울 부광약품>의 1지명 김채영(흑)을 제1국(장고대국)에 출전시킨 건 누구를 노린 것일까. 일단, 마주앉은 <여수 거북선> 2지명 송혜령에게는 2-0으로 앞서있다.
 ▲ "놓치지 마, 정신줄!!" 다짐을 하고 나왔다. 각오대로 마지막 초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텐데..<여수 거북선> 2지명 송혜령.
리그 성적(김미리 5승 3패)이냐, 상대전적(이영주 5승 2패)이냐? 그런 질문을 던진 것 같았던 제2국은 리그 성적에서 앞선 김미리(서울 부광약품)의 승리로 끝났다. 패하긴 했으나 이길 기회가 더 많았던 이영주로선 아쉬움이 많은 바둑이었다. 종반 초입까지는 유연한 행마로, 손을 뺀 좌하 쪽 백 일단을 몰아가면서 하변과 중앙, 우변까지 연계하는 거대한 세력을 입체화한 이영주가 압도했는데 한 번의 인내 부족으로 중앙이 뚫리는 변화가 발생했고 그때부터 김미리의 맹렬한 추격이 시작됐다. 결국, 김미리의 대역전승. 이영주의 패인은 때 이른 형세 낙관이다. 김미리가 잽을 던질 때마다 계속 물러나 미세한 차이로 따라 잡혔고 50여 집이 넘을 것 같았던 거대세력이 종국 무렵에는 10집으로 쪼그라들었다. 김미리의 승인은 우상 쪽과 우하귀의 역끝내기 두 방. 이 두 곳에서만 4집을 넘게 이득을 취해 2집반 승을 거두었다.  ▲ 어느 팀에나 눈에 보이는 것보다 기여도가 높은 선수가 있다. <여수 거북선>의 3지명 이영주가 그렇다. 대 김미리전 5승 2패인데..
 ▲ 상대전적에서 (이영주에게)밀린다고? 그건, 옛날 얘기지. 리그전에선 좀 다를 걸? 확실히 보여주겠어. <서울 부광약품> 2지명 김미리.
 ▲ 8시 30분에 시작된 김혜민(여수 거북선 1지명)과 장혜령(서울 부광약품 3지명)의 제3국. 지명이 낮은 장혜령이 상대전적 2승으로 앞서 있는데 오늘은 어떨까?
김미리가 승리하면서 승부의 저울추는 <서울 부광약품>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다. 제1국에서 리그 8연승을 달리는 김채영(흑)이 상대전적에서도 송혜령(백)에게 2-0으로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부광약품>이 가장 확실한 승리카드라고 믿었던 김채영의 대국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경기 전 “놓치지 마, 정신줄!”이라는 남다른 다짐을 드러낸 송혜령이 마지막 초읽기까지 정신줄(?)을 놓치지 않고 리그 8연승을 질주해온 김채영을 막아냈다. 송혜령은 초반부터 두터운 포석으로 판을 짜 좌변 전투에서 기선을 제압한 이후 종반까지 두텁게 앞서갔다. 여기까지는 송혜령이 늘 보여주던 패턴. 그렇게 앞서가다가 종반 초읽기에 몰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패턴(오죽하면 매번 송혜령의 패인은 초읽기란 말이 나올까). 송혜령의 리그 성적 (3승)5패 중 최소한 3패는 종반까지 다 이겨놓고 터무니없이 역전당한 패배였다. 평소 보여준 기량대로라면 6승 2패 정도를 해야 정상이라는 뜻이다. 이 대국에선 전혀 달랐다. 아니, 그게 관계자들로부터 ‘기량은 1지명’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송혜령의 원래 모습이다. 전국의 복잡한 경계를 두텁고 알기 쉽게 처리해두고 마지막 우하귀 패를 결행, 정확하게 흑의 급소를 찔러갔고 한 치의 어김없이 실행시켜 승부를 끝냈다. 장고대국이 끝난 직후 제3국의 결과도 나왔다. <여수 거북선>의 1지명 김혜민(백)이 상대전적 0승 2패로 자신을 앞서왔던 <서울 부광약품>의 3지명 장혜령(흑)을 꺾으며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사실상, 송혜령과 김채영의 장고대국이 승부판이었던 셈이다. 승리한 <여수 거북선>은 3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패한 <서울 부광약품>은 2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김미리가 보여줬다. 달라진 모습을.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이겼지만 종반 끝내기까지 치열하게 버텨야 했다. 내용으로는 종반까지 밀린 승부였다. 그러나 이긴 자가 강한 것이다.
 ▲ 형세를 낙관하고 계속 물러서다가 역전패한 이영주로서는 아쉬움이 많은 바둑. 참아야 할 때 참지 못하고 참지 말아야 할 때 참았다. 참을 인(忍)자가 유독 뼈저린 한판이다. 처음 의지대로 꾹꾹 참고 세력을 지켰으면..
 ▲ 장고대국에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다짐대로 마지막 초읽기까지 정신줄을 놓치지 않은 송혜령이 김채영의 9연승을 저지하면서 팀의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이런 자세가 유지된다면 <여수 거북선>은 1지명을 둘이나 보유한 우승후보다.
 ▲ 의표를 찔린 김채영. 연승숫자가 8에서 멈췄다.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기는 하지만 송혜령이 이렇게 달라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한테 왜 이래?"
 ▲ 에 또..사실은 이영주 선수의 대국을 승부판이라고 생각했는데..어..음..송혜령 선수의 형세가 좋아서 (조마조마하면서)기대를..(이현욱 감독)
 ▲ 송혜령- 나도 그렇게(제2국이 승부판) 생각하기는 했는데 막상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에잇! 나를 못 믿고..감독님, 실망이에요). 이현욱 감독- (못 들은 척)그냥 눈을 감자..
 ▲ 여기가 이렇게 저렇게 될 자리인데 요렇게 두다니 이게 말이 돼?(권효진 감독) "......"(장혜령) 오! 잘 두는데?(김혜민)
 ▲ 9라운드 3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승리한 <여수 거북선>은 3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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