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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승에게 독하게 되갚은 박정환
바둑TV배 8강 올라 이동훈과 대결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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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펼친 GS칼텍스배 예선결승에서 당시 한국랭킹 1위이던 박정환은 110위 이호승에게 져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 대회에서 박정환이 본선에 오르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이 패배가 생각나서였을까, 박정환은 다시 만난 이호승을 상대로 ‘독하게’ 두었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장면에서 용서가 없었고, 그저 부러뜨리려고 했다. 과거 이세돌과 이창호가 전성기 때, 맞붙기만 하면 서로 잡아먹을 듯이 두었던 내용을 보는 듯했다. 20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펼친 2019 바둑TV배 마스터스 16강전에서 박정환과 이호승은 3시간을 넘기는 혈전을 벌였다. 실리로 앞선 박정환이 수월하게 이 한판을 가져가는 것 같았는데 이호승이 박정환의 양곤마를 물고 늘어지며 끝까지 가보자는 태도로 나왔다. 막상 변화가 시작되자 서로 쉽지가 않아서 처절한 몸싸움이 되었다.  ▲ 박정환은 자리 옆에 물 한잔을 준비해 놓았다.
 ▲ 박정환은 랭킹2위, 이호승은 83위. 그러나 내용은 시종 접전이었다.
 ▲ 착수하는 박정환의 손길.
이호승은 땀을 뻘뻘 흘리고 머리에 아로마를 바르면서 정신을 환기시켰다. 아로마는 머리의 열을식힌다. 박정환은 바둑판에 가까이 다가앉으며 수읽기에 전념했다. 이 모습을 보며 바둑TV에서 해설하던 홍민표 9단은 신기해했다. “하세배 결승 때를 생각해 보면 커제 9단을 맞아 불리한 가운데에서도 흔들림없던 박정환 9단이 이호승 4단을 상대하면서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다.” 서로 투혼을 발휘한 이 대국은 곡절도 많았지만 박정환은 형세가 우세한 것을 확신하고서 하나씩 변수를 제거해 나갔다. 최후의 승자는 박정환이었다. 291수 만에 흑으로 3집반승했다. 국후 이호승 4단이 중앙 승부처를 가리키며 씩 웃자, 내내 긴장했던 박정환도 환하게 웃으며 복기에 응했다. 스물여섯에 입단해 현재 서른 두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AI를 활용하며 바둑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 인생제2막을 펴고 있는 이호승에게 홍민표 해설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최강의 기사를 이렇게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기량도 발전했고, 최선을 다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박정환은 이호승과의 상대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게 됐으며 8강에선 이동훈 9단을 만난다. 이동훈이 8강에 오른 뒤 한 인터뷰에서 도발적인 멘트를 남긴 것은 바둑동네에 화제다. 그는 “어떤 상대가 올라오더라도 이변만 없다면 내가 이길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놓고 박정환은 “이동훈 9단이 그런 말 잘 안 하는 선수인데 그런 말을 했다니 (8강전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바둑TV가 주관 방송하는 ‘2019 바둑TV배 마스터스’의 제한시간은 시간적립방식으로 각자 30분에 매수 30초를 추가한다.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원이다.    ▲ 국후 박정환은 "초반에는 편하다고 보았는데, 과하게 실리를 챙겼다. 특히 좌변에서 두점을 삼킨 것은 심했던 것 같다. 우변에서 치받은 수(89)로도 중앙 쪽(99의 곳)을 붙이든가 했어야 했던 것 같다."고 판을 되돌아 본 뒤 "(이호승 4단이) 워낙 강하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즐기면서 뒀는데, 바둑내용이 재미있었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 국후 이호승은 "(최근 여러 차례 강자들을 꺾은 것은) 운도 많이 따랐다. 이제는 그것을 실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오늘 바둑을 진 것은 실력으로 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아쉽지만 즐거웠다. 다음에도 이렇게 만나서 잘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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