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장면 화장실로 가 화기를 달래며 마음을 다잡았던가. 조훈현 9단은 곧 돌아와서 흑1(111수째)의 승부수를 날렸다. 이에 서봉수 9단 또한 최강으로 맞받으면서 국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실력싸움이 아니라 오기의 싸움, 자존심의 싸움이었다.

▼ 실전진행 백2로 응수하면서 우상변에 패싸움이 났고, 이하 백16까지 예상치 못한 바꿔치기가 이뤄졌다. 서봉수 9단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인데,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형세였다. 문제는 이 대목에서부터 서9단이 초읽기에 몰렸다는 것. 조9단이 마술 같은 패를 걸어 판을 흔든 데 이어 이후 흑17로 중앙을 삭감하는 걸 지켜보던 유창혁 7단(당시)은 감탄하면서 "백이 좋다"고 말한다. 극미한 형세이긴 하나 이미 흐름이 흑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 검토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이창호 7단(당시)이 서봉수 9단이 패감으로 쓴 백14를 지적했다. "백에게 더 좋은 패감이 있었는데..." 위 실전진행의 백14,16으로 흑 넉점을 바로 잡는 것보다 이렇게 백1에 젖히는 패감을 썼다면 흑이 받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이것은 다음 백A의 곳을 찌르고 들어가는 절대패감이 하나 더 확보돼 있기에 백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 만약 흑이 불응하면... 백1에 흑2로 불응하면 백5까지 간단히 잡는 수가 있다.

▼ 총보 (흑) 서봉수 9단 : (백) 조훈현 9단
제한시간 각 4시간, 덤 5집반, 흑 2집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