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문 특강(3) 축이 안될 때의 장문 활용
|
||||||||
2015년 설특집 <두터움> 특강 6편. 이어 후속편 격인 2015년 한가위 특강 <명인의 두터움> 8편. 그간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자리했던 ‘두터움’의 실체를 구체적이고 뚜렷한 이론으로 설명한 문용직 박사의 명절특강에 사이버오로 회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2016년 한가위 특강! 이번엔 <장문>이다. ‘축’처럼 초보시절에나 배움직한, ‘장문’을 한갓 돌을 잡는 기초적인 바둑의 수법이라고만 여기고 계셨다면 이 강의를 접하는 순간 장문의 또다른 세계, 바둑의 무한한 매력에 경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협소한 범위였는지. 한가위 연휴 엿새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장문 특강1 - 장문을 넓히고 싶어서 ☜ 바로보기 클릭 장문 특강2 - 버리는 것이 훌륭한 안목 ☜ 바로보기 클릭 장문 특강3 - 축이 안될 때의 장문 장문 특강4 - 씌우고 벗어난다 장문 특강5 - 넓히고 역으로-부분과 전체의 관련 장문 특강6 - 잇는다  장문의 기본적인 형상은 단순하다. 마늘모 씌워서 잡는 것이 그것. 1급의 경우 장문은 대개가 쉬운 맥점에 속한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깜박하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 대국 중에는 어려운 문제에 정신이 팔려서 쉬운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너나없이 있다. 때로는 너무나 쉽게 눈에 뜨이기에 당연하다 여겨서 두는데,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아 완착으로 평가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한 장문의 경우에도 그럴 때 있는데 하물며 복잡한 장문은 어떠하랴. 하지만 복잡한 장문도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은, 장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장문의 관념’을 활용하는 것이다. 장문은 장문이되, 상대를 잡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앞을 가로막음으로서 상대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를 제한하는 것. 그리고 그로써 이득을 보는 것. 그것이 어렵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축이 안 될 때, 장문의 맥을 활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장문은 아니다. 그 이유는, 상대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법은 장문 그대로다. 장문이라 부르고 싶다. 아마도 그런 거 같다. 프로들의 국후 검토를 돌아보면, 장문이라고 불렀던 거 같다. 승부를 해 본 지가 이제 20년은 넘으니 검토의 정경도 아스라하다. … 말하곤 했다. “장문 씌워!” 장문은 안 되지만, 장문의 감각이 그대로 살아 움직일 때엔, “장문!” “장문 씌워!” … 그런 표현 썼다. ▼ <1도> 두터운 수였으나... 1도 (두터우나 완착) 백1이 완착으로 지목받았다. 흑2와 교환해서 상변 흑을 안정시켜준 죄가 크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백1은 A, 흑B 때 백1로 자연스럽게 리듬을 탈 곳이었다. 하다못해 백1은 C에 넓혀야 했다. 백C가 있으면 흑이 두점을 움직이는 것이 거북하다. 백이 강한 곳이라 움직여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명인전 2차예선. 백 7단 工藤紀夫 : 흑 2단 조훈현) ▼ <2도> 사카다를 감복케 한 장문. 2도 (절묘한 장문) 백2가 절묘했다. 사까다로 하여금 “감복했다”고 감탄케 한 묘착이었다. 보통은 백A, 흑B를 교환한 뒤에 여기 2에 둔다. 그러나 백2를 둔 지금 흑이 B를 둔다면 백은 C에 두어 훨씬 이득이다. (제1기 명인전 리그. 백 오청원 : 흑 사카다 에이오) ▼ <2-1도> 백1이 절묘한 이유. 백1이 절묘한 이유. 흑2는 백7까지 중앙 흑이 끊기게 된다. 3도 (정석에서의 미리 장문) 1급이 되는 과정에서 한번은 거쳐야 할 정석이다. ▼ <3도> 우상 백3이 묘착이다. 다음은 숫자 순. 만약 백3에 대해 흑이 5로 나가면 7에 밀어 A와 B를 맞봐 흑이 안 된다. ▼ <3-1도> 앞서 본 백3이 묘착인 이유. 좌변을 보자. 백1은 너무 정직해 백3 이후 흑A가 급소가 되어 백이 난처하다. 이후 흑E까지 백은 크게 손해를 본다. 어찌하여 전도 백3이 묘착인지 알 수 있다. 4도 (문제 - 어디서 실수했을까?) 이 장면에서 흑은 흑A 이하 흑E까지 두었다. 그러나 실수. ▼ <4도> 흑은 어디서 실수했을까? 상변 백 두점을 장문으로 잡는 고전적인 맥이 있다. (1968년 제6회 청소년배쟁패전 결승2국. 백 4단 김학수 : 흑 6단 김인) ▼ <5도> 장문을 놓쳤다. 5도 (국수가 놓친 평범한 장문 - 답) 흑3과 흑5를 기억해두자. 다음 백이 A에 밀면 한 걸음 뒤 B로 받아둔다. 그것으로 끝이다. 유명한 장문의 맥인데 프로도 가끔 놓치곤 한다. 돌아가자. 감상을 했으니 오늘의 주제인 축 불리할 때의 장문 맥을 다루자. 1. 축 불리할 때의 장문 맥 6도 (삭감에서의 기초 - 축이 안 될 때) 아래 기보 상변을 보자. 우리가 많이 만나는 장면이다. 백1은 널리 쓰이는 삭감책. 이후 흑8까지는 두어본 분 많을 것이다. ▼ <6도> 문제는 이후. 하변으로 자리를 옮기자. 백A, 흑B, 백C에 흑D로 나갈 수가 있다. 축이 백에게 불리한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두어야 하나? ▼ <6-1도> 축이 안될 때는... 보통 이렇게 축이 안될 때에는 흑1 단수 때 백2에 끊어 6까지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축이 불리할 때도 널리 알려진 타개책이 있다. 7도 (널리 알려진 타개책) 상변 백3이 묘착. 이후 흑A는 백B, 흑C, 백D까지 백이 둘 만하다. 그러므로 백3에 대해 흑은 C로 가만히 잡고 백A에 흑E, 백F가 서로 무난하다. ▼ <7도> 하변을 보면, 백6이 맥점으로 이후 백10까지가 일반적인 수단이다. 서로가 할 만하다. 8도 (나는 원래 축에는 약하거든) 후지사와가 말했다. “나는 원래 축에는 약하거든.” 그리 말하면서 흑1 축머리를 둔 후 흑3으로 움직였다. ▼ <8도> 자, 이제 어떻게 대응한다? (1981년 제6기 기성전 도전1국. 백 명인 조치훈 : 흑 기성 후지사와 슈코) 9도 (버리면 된다) 버릴밖에 도리가 없다. 언제나 그렇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 <9도> 조치훈의 대응. 백1이 장문의 맥. 앞서 <7도> 삭감 문제에서 본 바와 같다. 백3 이후엔 아래 <9-1도>가 실전이다. ▼ <9-1도> 실전진행. 누가 유리할까? 서로가 할 만하다. ▼ <9-2도> 초심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참고도 하나 더. 혹 백△ 때 흑이 1 이하로 두는 수를 걱정하는 분 계실까? 그러면 이하 백8까지 백이 두터워서 흑이 나쁘다. 10도 (놓친 장문 맥 - 1) 흑1을 A에 두면 백이 B에 갈라쳐서 흑은 대세를 잃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 흑1이 결단이었다. 물론 다음 흑3 장문의 맥을 미리 내다본 것. 흑5까지 되고 보니, 흑3이 흑5와 어울려서 중앙을 두텁게 하고 있음을 알겠다. ▼ <10도> 그러나 실전에서 흑은 흑1이 아니라 A에 지켰는데 지나치게 두터웠다. 백은 B에 갈라쳐서 만족했고 불계승. (1969년 제3회 왕좌전 도전1국. 흑 왕좌 김인 : 백 도전자 조남철) 11도 (놓친 장문 맥 - 2) 60년대 말 프로의 실전이다. 수습할 때에는 상대에게 붙이라. 그 지침 그대로 따른 것이 여기 백1이다. ▼ <11도> 흑6 다음은 어떻게 두어야 할까?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백7이 답이란 걸. ▼ <11-1도> 흑1로 나가면? 백2 이하를 예상할 수 있다. 아마도 여러 수단이 있겠지만, 이런 경우 가장 널리 공감을 얻는 것은 백△다. 12도 (때에 따라서는 크게 키워서 버린다) 상변 백2는 우리가 앞으로 쉽게 둘 수 있을 것이다. ▼ <12도> 키워서 버린다. 위 기보 하변을 본다. 때에 따라서는 백4 단수해서 크게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9도>와 같은 맥락이다. 하변이 넓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13도 (끊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렇다. 흑도 함부로 끊지 못한다. 우상을 보자. 흑에게는 끊지 말고 여기 흑1 들여다보아 크게 공격하는 것이 바람직할 때가 많다. ▼ <13도> 아마 이쯤에서 기억나는 대국들이 몇 개 있을 것이다. “아, 그래서 그 때 끊지 않았구나!” 그렇다면 백도 고분고분할 수가 없다. 하변을 보자. 때에 따라서는 뒤에서 반발한다. 백5가 그것인데, 백5가 아니라 백A에 둘 수도 있다. 사실 백A가 대단히 매서운 수법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루겠다. 2. 축 불리할 때를 일반화하면 요컨대 끊겼을 때 축이 안 될 경우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하겠다. 1) 손 뺀다. 2) 장문의 맥으로 처리한다. 손을 뺀다는 것은 농담 같기도 한데, 대단히 유력한 수법이다. 병법 36계와는 다르다. 아니, 같은가? 모르겠다. 여하튼 버린다는 것에는 적극적인 것(장문의 맥)도 있으며 소극적인 것(손을 뺀다)도 있다. 축과 관련한 장문의 맥으로 다소 어려운 거, 그러나 실전에서 많이 보게 되는 기본적인 거 하나 보자. ▼ <14도> 14도 (수습의 정석 중에서) 백1, 3은 대단히 유력한 수법이다. 17세기 중반부터 실험되어온 것으로 지금도 유력하다. 상대를 낮게 밀어가는 것이라, 중앙을 중시하는 현대 바둑에서도 널리 애호된다. 이에 대해서는 책 한 권 정도 쓰면 좋은 수법의 발달사가 나올 법하다. 그건 그렇고, 우상 백5 이후엔 흑A, 백B, 흑C 정도면 서로가 무난하다. 그런데 흑이 하변처럼 6 이하로 반발하면 어떻게 할까? ▼ <15도> 축이 좋을 때 쓰는 정석. 15도 (축 성립은 기본이지만) 기본적으로 축 하나는 좋아야 한다. 그것은 여기 백5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백5가 가능하지 않다면 애초에 <14도> 백5를 쓰기는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하변을 보자. 이어서 흑6으로 끊어오면? 16도 (과감해야 한다) 아래 그림, 상변의 변화도 좋고, 하변의 변화도 백에게는 좋다. 단호하게 단수하고 볼 일이다. ▼ <16도> 하변의 경우는 백16까지 장문으로 처리한다. 만약 흑이 13으로 A에 두면? 그 때는 백16 장문맥을 써서 좋다. 마음 턱 놓으시라. 백이 두터워 유리하다. 17도 (장문에서 가둔다는 뜻만 취하면) <16도> 하변을 보니, 여기 좌상귀의 문제를 잠깐 일별하고 넘어가야겠다는 마음 든다. ▼ <17도> 문득, 정석 하나 더! 좌상귀, 백1 끊을 때 어떻게 수습하나? 답은 우상귀에 있다. 석점으로 키워서 버리는 것이다. 흑6 이후 백A에는 흑이 손을 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하귀는 이 정석의 수순을 밝힌 것. <17도> 우상귀 흑6은 장문이 아니다. 하지만 장문에 익숙해지면 저런 수도 다 장문과 다를 바 없는 기분이 몸에 배일 것이다. 결국엔 몸으로 익혀서 머리로 의식하기 전에 턱턱 두어 젖혀야 한다. 그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엔 오늘 문제의 일부를 보다 폭넓게 다루겠다. 장문의 맥 중 하나로 버리는 방식을 전국(全局)으로 확대해서 살펴보겠다. 부분은 언제나 전체 속에서 의미를 갖는 것. 바둑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cf.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 바둑을 보면, 특히 한국바둑의 경우, 60년대의 바둑은 50년이 지난 지금 보면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봐야 할까. 실력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서봉수 명인이 이리 말했다. “아, 다르지요. 한 시대를 풍미한 바둑 아닙니까.” 나이 드셨을 때의 조남철 선생 바둑을 보고 품평한 것인데, 80년대 초반쯤 기사실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조남철 선생은 일선에서 물러난 때였다. 당연히 승부는 어려웠다. 나이 쉰을 넘으면 누구나 감각은 무뎌지고 안목은 지체된다. 그렇지만 바둑에 서린 힘이랄까, 기품(棋品)은 다른 기사들이 따라가기 힘든 그 무엇을 지니고 있었다. 과연 그렇다. 한 시대를 일으킨 바둑이나 한 시대의 정상에 서 본 기사들은 확실히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안목이 다르다. 그렇게 다른 재능은 세월이 흐른다고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서봉수 명인의 눈엔 보였던 것이다. 바둑만 그런 게 아니다. 신문을 보면 드물지만 옛 시대의 인물이 시론을 쓸 때가 있다. 그럴 때 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아유, 아직도 글을 쓰나? 그런데 그 중에는 이런 게 있다. 과거에 뛰어난 안목을 보였던 사람의 글은, 여전히 글에서 배울 게 있는 것이다. 지식이야 당장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겠지만, 글의 크기, 글쓴이의 크기, 그런 것에서 다른 글과는 다른 게 있다. 읽고 나면 음미하게 된다. 내용을 음미하는 것도 아니고, “아, 그렇게 문제를 바라보고 문제의 크기를 이끌어가는구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글에 서린 에너지를 맛보는 것이다. 옛말에 “문자는 죽이고 뜻은 살린다” 했다. 힘 있는 말이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글이라도 글 속에는 문자도 뜻도 벗어난 곳이 있다. 바둑에도 그런 게 있다. 그런 맛을 보여주는 인물이 두셋은 있다. <계속>  |
||||||||
|
||||||||
|
||||||||
|
||||||||
|
||||||||
|
||||||||
|
||||||||
|
||||||||
|
||||||||
|
||||||||
원술랑
知不知上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충무로3가) 한영빌딩 6층 [사업자정보확인]
제호 : 사이버오로 I 발행인 : 곽민호 I 편집인 : 정용진 I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아02753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병준 I 발행일자 : 2013년 7월 26일
E-mail:oper@cyberoro.com Tel:02-2285-6950 (상담시간10:00~14:00) Fax:02-2285-6955
Copyright ⓒ 세계사이버기원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