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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어원/ 왜 '바둑'이라고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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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순 우리말이다. 영어로 Baduk이라 표기하고 한자로 쓸 때는 주로 棋(기)라고 쓴다. 바둑을 뜻하는 한자는 棋 말고도 碁(기)도 있다. 그러나 같은 한자권일지라도 우리나라와 중국은 棋를, 일본에서는 碁 자를 많이 쓴다. 棋를 중국발음으로는 치(Chi), 바둑을 뜻하는 위기(圍棋)를 '웨이치'라 발음한다. 碁를 일본발음으로는 고(GO), 바둑을 뜻하는 위기(圍碁)를 '이고'라 발음한다. 서양사람들은 바둑을 ‘동양의 신비한 게임’으로 받아들였는데, 대다수 ‘Go'로 부르고 있다. 우리말 바둑이나 중국의 웨이치로 표기하지 않는 까닭은 일본이 가장 먼저 해외에 바둑을 보급했기에 그들 용어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인간대표'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인공지능에 '알파고(AlphaGo)'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도 서양에서 바둑이 'Go'로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바둑의 세계화에 앞장 서고 있으므로 태권도처럼 장차 우리의 발음, 바둑(Baduk)으로 불릴 날이 올 것이다. 그럼 바둑이란 말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해 “이거다”고 말할만큼 확실한 학설은 아직 없다. 프로기사로서 일찍이 바둑역사에 큰 관심을 보인 권경언 6단은 ‘바돌’(16세기 율곡 이이선생의 문집에서 ‘바돌’이란 한글표기가 출현하는데) → ‘바독’(18세기 김천택이 고시조를 모아 엮은 [청구영언靑丘永言]에서는 '바독'으로 바뀌고 있으며) → 19세기에 이르러 '바둑'으로 굳어진 문서를 근거로 몇가지 바둑의 어원을 유추한 바 있는데, 대다수 견해도 아래 가설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므로 대표적인 것 몇가지만 추려본다. ① 돌을 흑백 서로 8점씩, 모두 16점을 바둑판에 배치(배석)하고 시작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순장바둑, 배석(排石)에서 비롯된 말이 바둑이라는 것이다. 즉 배(排) → 바, 석(石) → 돌로 변음해서 '바돌'이 됐다. ② 밭(田) + 돌(石)에서 밭의 'ㅌ'이 떨어져나가 ‘바독’ → '바돌'이 됐다. ‘바독’을 ‘밭’(田)과 ‘독’(石)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다. 경상도, 전라도, 충남, 제주 지역에서는 ‘돌(石)’을 ‘독’이라 한다. 지금도 밭은 구역을 돌담을 쌓아 경계지은 곳(제주도가 대표적)을 흔히 볼 수 있다. 바둑이 흑백간 경계를 지어 집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를 다투는 게임이란 걸 헤아리면 밭(田) + 돌(石)의 용어에서 ‘바둑’이 파생됐다는 설은 그럴 듯하다. 돌(石)을 ‘독’이라 발음한 예는 예전 울릉도민들이 우산도를 石島라 표기하고 독섬(독도)이라고 한 것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15세기 [금강경삼가해]에서 ‘바독’으로 표현한 대목이 있다. 즉, 밭(田) + 독(石) : BAT + DOK → 오늘날 BADUK으로 발음이 바뀌었다고 보는 설이다. ③ 예전에 바둑돌은 바닷가 조개껍데기(백돌)와 오석(烏石, 흑돌)을 채취해서 썼기에 '바다의 돌‘ → ‘바돌'이 됐고 → 이것이 다시 ‘바둑’으로 변음됐다. 바둑의 어원을 바닷가의 문화와 연관짓는 설이다. 바둑을 육지(밭둑) 문화로 보기보다는 바닷가 돌둑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세계전통고래문화연구소 김성규 회장)도 이 범주에 속한다. 작은 조약돌과 조개껍데기 바둑알로 바둑판 위에서 구획(경계)을 그어 집(영토) 싸움을 펼치는 바둑이 바로 ‘큰 돌로 바닷가 돌둑을 쌓는 것(구획)을 흉내내는 데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라시대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4세기 바둑돌과 경주 용강동 6호 고분에서 출토된 7세기 바둑돌은 모두 바닷가 조약돌들이다.  ▲ 예전엔 이렇게 조약돌을 바둑알로 썼다. (사진출처: 세계전통고래문화연구소 김성규 회장의 블러그 '오두의 문화비평' 자료사진. http://blog.daum.net/odu1893/636) 인도네시아어 '바투(Batu)’, 산스크리트어 '바드(Badh)'에서 바둑의 어원을 찾기도 바둑의 어원을 우리나라에서 찾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온 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육당 최남선은 인도네시아어인 '바투(Batu)’에서 바둑의 어원을 찾은 바 있다. 또 우리 순장바둑이 티베트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고 있는 바둑서지학자 안영이는 초기 산스크리트어 '바드(Badh)'가 '바독 → 바둑'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외에도 색다른 견해가 더 있긴 하나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이쯤 대략 살펴보고 넘어간다. 어원을 안다는 것은 뿌리를 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명을 보면 가령 '달래길'이라는 곳이 참 많다. 서울시 화곡동에만 가도 '곰달래길'이 있다. 이러한 곳에는 십중팔구 개울이 있다. 왜 그런가는 '달래 전설'을 한번 찾아보시면 알 수 있다. 왜 친절하게 여기서 들려주지 않는지는 찾아 읽어보시면 '아항~ 그래서였구낭~' 이해하실 거다. ^^;; 잠시 흰소리 한자락 하면-, 필자의 처가가 바로 이 화곡동 곰달래길 옆에 있었는데 예전 청개천마냥 복개 돼 있어 외지인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연애할 때 외지인인 필자가 흡사 도사라도 되는 양 한껏 폼을 잡고 "음...개울물 소리가 어디선가 나는 것이...필시 근처에 개울가가 있구먼..."라고 장담했더니 "어떻게 알았느냐?"며 집사람이 눈이 휘동그래졌던 일이 있다. 어떻게 알긴, 달래길 지명유래를 알았으니 감을 잡은 게지. ^^ 전국 곳곳에서 대하는 지명 '새말'은 새로 생긴 부락을 뜻하는 '새마을'이 준 말이다. 그렇다면 필시 근방 어디에 원주민 마을이 있다는 얘기렷다. 이처럼 우리 지명의 유래를 알면 그 지역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애정도 깊어지듯 바둑의 어원을 아는 일 역시 그렇다. 순 우리말 지명 '새말'을 사대사상에 휩싸여 한잣말 '新里(신리)'로 바꾸어놓았으니 무슨 정감이 이랴. 그나마 '바둑'은 '바둑'으로 부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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