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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로가 기보작성을 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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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라의 썰전說戰 - 서른두 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이번 회는 기록의 의미에 대해, 왜 프로기사가 기록자로 나서는 게 좋은지, 어찌하여 이것이 공부가 되는지 되짚어 본다. 얼마 전 지지옥션배 개막전 공개해설자로 경주에 간 일이 있다. 여자기사와 선배기사들이 모처럼 나이를 잊고 맥주 한 캔씩을 하며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주제가 엉뚱했다. 프로바둑 기보를 적는 문제가 주제가 된 것. 예전엔 이랬다. 1. 신문기전이 주류이던 90년대 말까지는 신문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둑은 기록을 하고 해설을 덧붙여 신문에 연재했다. 2. 본선 이상은 당연히 기록을 했고 예선전이라고 해도 주요대국은 당연히 기록을 하는 기록자가 있었고, 이때는 기록자가 초읽기도 같이 했다. 3. 바둑의 특성상 어느 정도 수련을 쌓은 고수가 아니면 기록은 하기 힘들다. 4. 프로가 된 경우에도 자신의 바둑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기록자로 나섰다. 참고로 유창혁 9단은 타이틀 따기 일보직전까지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필자는 이랬다. 1.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기록을 해보지 못했다. 실력을 넘어 생활이 어려웠던 중고생 형들이 우선 순위였다. 2. 중학생이 되자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중고생 형들이 10년째 기록비를 인상하지 않는 한국기원에 항의 표시로 기록을 거부하자 차례가 온 것이다. (기록비는 90년 당시 5000원. 80년에도 같은 액수였다고 했다. 당시 종로엔 분식집 중 500냥 하우스가 많았다. 그런데 89년까지도 500냥이었던 집들이 90년이 넘자 800냥에서 1000냥을 하더니 곧 1500냥을 했다.) 3. 인력이 부족하자 70년대 성행하던 한명이 두판을 기록하는 일명 일타이피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각자 5시간씩이던 본선대국을 2판 기록한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제는 양쪽이 동시에 초읽기에 몰릴 경우다. 이런 때는 다 퇴근한 밤 9시쯤 경비아저씨가 한판을 초읽기 한다. 필자가 기록한 바둑 중 가장 늦게 끝난 판은 최규병 대 홍태선의 본선대국으로 밤11시 45분에 끝나는 바람에 전철이 끊겨 기원에서 잔 적도 있다. 4. 기보 기록을 틀리게 적은 적이 있다. 수순을 바꿔 적은 것. 다음날 기사실로 불려가 전날 대국했던 사범님에게 엄청나게 혼났다. 감히 프로의 바둑을 아무렇게나 적어 기보를 망칠 수 있냐고. 그 따위 정신으로 무슨 프로가 되려 하냐고. 화장실에 가서 많이 울었다. 그 다음부터는 한번도 기록을 틀린 적이 없다. 5. 90년대 동양증권배 세계대회가 생기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국제대회인 만큼 기록자와 계시원이 함께 한판을 소화하게 되었다. 기록비도 무려 5만원으로 인상됐다. 조치훈 9단의 바둑을 기록하는데 계시원이 영어로 초읽기를 하려하자 또렷하게 ‘한국어로 부탁합니다’ 라고 말하는 조치훈 9단을 보고 놀랐다. 우리말을 하는구나. 6살에 유학 갔으니 당연히 못할 줄 알았다. 내심 조치훈 9단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 6. 기록을 하면 그 바둑을 글로 쓰는 관전필자가 항상 있었다. 몇 수는 몇 분 만에 두었는지 같이 호흡하며 신문에 글을 올리니 당연히 글이 볼만했다. 요즘은 관전기가 아닌 상상기가 더 많다. 7. 국내기전도 기록비가 8000원으로 인상되었다. 생각해보니 기록비 8000원을 받은 기억이 없다. 난 5000원시대 마지막 기록자였던 셈이다. 8. 서능욱 9단의 바둑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점심시간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장수영, 강훈, 김수장, 홍태선, 양재호, 최규병 사범님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바둑은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줬다. 9. 그러면서도 당시 일류기사들의 승부호흡을 느꼈다. 언제나 찬스가 왔다고 생각되는 장면에서는 온힘을 기울였다. 자연스레 같이 느끼며 실력은 약하지만 찾아내려는 습관이 붙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가장 많이 바둑을 배웠던 때가 바로 기록을 하던 때였던 것 같다. 10.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박지연 대 김신영의 여류국수전 결승 대국에 기록자로 나서려 했다. 한국기원 기전팀에 연락하니 이미 기록자가 정해져 있어 어렵다 했다. 결국 불발. 나보다 기자들이 더 아쉬워했다. 뉴스거리 놓쳤다고. 그 바둑을 한번 처음부터 써 보고 싶어 기록자를 자청한 건데 미리 얘기하지 못한 불찰이었다.  ▲ 필자의 '기록 전성시대(?)' 1992년 조훈현-이창호가 벌인 2기 비씨카드배 도전3국 장면이다. 한해 전에 입단해 초단을 달고 있을 때다. 가장 가까이서 기록하며, 첫수부터 마지막수까지 나름 대국자의 처지에서 장면장면 고민하고 생각했다.  ▲ 이뿐만이 아니다. 대국중 품었던 의문은 곁에서 복기를 지켜보며 풀었다. 이것으로 풀지 못한 의문은 집으로 돌아가 혼자 끙끙대며 연구했다. 이것이야말로 산공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기회였다. 아르바이트로 용돈도 벌면서 이런 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거, 이거 날이면 날마다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프로 초년병 때가 아니고선 명분상, 체면상 어색하고 머쓱해진다. 다시 경주로 되돌아가 보면 얘기는 이렇다. 어떤 여자기사가 포문을 열었다. - 요즘 기록자들 때문에 아주 곤란한 상황입니다. 왜? - 예전엔 1년에 1~2판 정도 기록이 잘못된 것이 있다면 요즘은 한 달에 그 정도 수준이예요. 저희들도 보기 괴롭지만 외국기사들이 본다고 할 때 창피해 죽겠어요. 서능욱 9단, 백성호 9단이 한마디씩 했다. 기보를 어떻게 틀린다는 거지? 기록하고 나서 처음부터 확인도 안하나? - 요즘은 컴퓨터로 찍어서 숫자를 2개 겹치는 실수는 나오지 않는데 수순을 완전히 까먹어서 창작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프로들도 볼 기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중요한 바둑은 기보를 프린트해서 보지만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찍어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바둑리그처럼 큰 기전은 방송으로 보니 기보를 안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프로가 기보를 적는 것 아닌가? - 프로가 그러면 틀렸다고 혼이라도 내는데 지금은 프로들이 하지 않으니 누가 하는지도 몰라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왜 프로들이 안하지? 입단한 지 얼마 안된 애들은 바둑 실력도 늘고 아르바이트도 되니 좋을 텐데. 선배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한 것에 의아해했다. 얘기는 이렇게 끝났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프로기사는 죽으면 무엇을 남기나. 바로 기보다. 그만큼 자신의 바둑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소중한 기록을 어느 누가 엉터리로 창작한다면 기분 좋을 수 없다. 한 달에 1~2판이면 일년에 20판도 넘는 바둑이 엉터리로 평가 받는다는 얘기다. 결론은 프로의 바둑은 프로들이 기록하길 프로들이 원한다는 점이다. 기록을 엉터리로 한 기록자에게 굳이 뭐라 하고 싶은 맘은 없다. 그저 성의 없이 아르바이트 한 걸 가지고 혼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린 프로 후배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신진서가 두는 바둑을 자존심 상하게 제가 어떻게 기록을 해요,라고 말하지 마라. 자기가 이기고 싶은 사람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첫째가 그 사람과 대국 할 수 있는 기회이고 둘째는 그 사람의 바둑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것이다. 굳이 기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부터 잡는다면 일류기사가 될 수 있다. 자존심은 일류가 된 다음에 가져도 충분하다.  ▲ 프로 초년시절 기록하는 건 선배님시대부터 해온 전통, 일종의 프로수업의 일환이었다. 사진은 조훈현-서봉수 9단이 1976년 펼친10기 왕위전 도전자결정전(동률재대국). 기록자는 백성호 9단이다. 지금도 동안이지만 이때의 얼굴도 아주 앳되다. 그렇지만 1972년 입단했으니 이때 이미 입단 4년차, 아마 2~3단 혹은 그 이상 달았음직한 데도 기록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왜였겠는가.  ▲ 기왕 선배님들 기록 모습을 본 김에 한 분 더! 누구일까요? 맞히기 쉽지 않을 겁니다. ㅎㅎ  ▲ 내친 김에 한 분 더! 힌트, 넌지시 반상을 학구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 요 앙증맞은 꼬마는?  ▲ 이 분, 지금 기록하는 게 아니다. 계가 중이시다. ^^ 가끔 이렇게 너무 몰입하다 수순을 놓쳐 뒤따라 가느라 당황할 때도 있다.  ▲ '대통령'이라 하여 기록을 건너뛴 것도 아니다.  ▲ 남자기사들만 보면 재미없으니 여자기사도 맛뵈기로 소개한다. 이 귀여운 요정은 누굴까?  ▲ 이 분은 아시겠는지? 후일 프로기사회 회장님까지 하신 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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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화초
Fern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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