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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배우는 아이들 맞나요?"
영월 내성어린이집 놀이바둑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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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배우는 자세가 이처럼 바른 아이들은 처음 봤다. 6~7세 유치생이면 10분 이상을 못 견디고 부산해지기 마련이다. 이 나이에는 이게 자연스런 모습이다.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놀이바둑수업을 취재하면서 흔히 대하는 풍경이다. 그런데 영월의 내성어린이집 아이들은 기자를 혼동스럽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두세 번 이렇게 확인했을까. “이 아이들...올해 처음 바둑 배우는 아이들 맞죠?” 프로가 다르긴 달랐다. 아니 프로기사라 하여, 바둑을 잘 둔다 하여 반드시 잘 가르치기까지 하는 건 아닐 테다. 그러니 아이들이 한눈 팔게 하지 않고 수업을 이끌어가는 김성래 5단의 교수법이 단연 달랐다고 말하는 게 옳다. 아이들이 그냥 ‘집중했다’란 표현은 어딘가 모자르다. ‘초집중했다’고 쓰는 게 적확하다. 이것이 바둑의 힘인가. 올해부터 유치부 놀이바둑은 주 2회 수업하는 집중반을 10군데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내성어린이집은 집중반이 아닌 일반반에 선정된 어린이집이므로 주 1회 수업을 무상지원 받는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별도 3회를 더 추가해 주 4회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 놀이바둑의 대상 연령도 7세반이 기본이지만 자체적으로 6세반에까지 확대해 주 2회씩 수업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30~40분 주 1회 수업은 간격이 너무 길다고 보고 짧더라도 잘게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바둑의 진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운 기간이 3개월 남짓 같은 데도 타지 유치생에 비해 훨씬 정연한 태도를 견지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것이 먼저 유치바둑을 시작한 강원도의 힘! 유치바둑의 힘! 경험이란 게 이렇다. 유치바둑교육의 역사라고 말하기에는 이제 몇 년 안되었으므로 계면쩍긴 하나 강원도가 한국기원(문화체육관광부 지원)보다 2년 먼저 도교육청 차원에서 유치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한 점에서, 분명 역사가 깊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타 시도보다 2년보다 먼저 시작했다. 올해로 4년차다. 이러한 선경험은 분위기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월과 인근한 폐광 4도시(정선, 영월, 태백, 도계)에서는 거의 주 1회 수업이 없다. 이렇게 해서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체득했고, 유치원장이나 학부모들 역시 이를 추인한 상태다. 그렇기에 이 지역의 유치바둑 수업은 전시성일 수 없다. 이렇게 배운 아이들이 고스란히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아직도 우리가 오지라고 여기는 폐광지역에 김성래 5단(영월, 정선)과 박성수 4단(태백) 두 명의 프로기사가 이주까지 해가며 전념하게 된 바탕이다. 폐광 4도시의 유치바둑 상황을 보면, 태백이 5곳 유치원(어린이집 포함)에서 170여 명, 정선이 2곳에서 130여 명이 배우고 있고, 영월은 내성어린이집을 포함해 5개 유치원에서 120여 명, 도계읍이 2곳에서 40여 명, 전부 460여 명에 이른다.  ▲ "시골이라고 만만히 보지 마셔요!" 강원도 영월 내성어린이집은 프로(김성래 5단)가 가르치는 곳이다.  ▲ 7세반은 화수목금, 일주일에 4번 수업한다. 주 1회 수업하는 다른 지역에 견주면 공부 양이 많다. 그래서일까. 지금껏 기자가 본 유치생들 가운데 수업태도가 가장 좋았다. 내성어린이집 김정순 원장이 출발단계에서 가졌던 애로는 아직 바둑교육을 시작하지 못한 지방 원장들의 애로이기도 하다. “이 지역 유치바둑교육은 태백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영월은 기원이 있습니다만 대다수 노인분들인 데다 담배연기 등, 하여간 바둑에 관심이 있어도 애들을 맡기기에는 선뜻 다가서기 쉽지 않은 그런 처지였는데요, 기회를 모색하다 폐광지역 4개 시군바둑연합회 일을 하는 우찬용 국장에게 졸라 3년전 7세반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원 지원은 올해 처음 받았고요. 올해부터는 6세도 원했어요. 해보니 6세반 아이들도 충분히 배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고요, 또 이때부터 해야 초등학교로 진학하기 전 한 2년간 연계교육이 가능하겠더라고요. 저희야 어떻게 지역 바둑일을 보는 인맥과 연이 닿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주변 다른 곳은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어찌해야할지 방법을 몰라 손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한마디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란 말이다. 특히 지방에선 바둑에 접근하기가 더 그러하던 참에 한국기원과 정부에서 놀이바둑 무상지원을 해주어 더할나위없이 감사하다며, 아이들은 있는데 가르칠 선생이 없고 원장이 알아서 뛰지 않으면 엄두도 못내는 지방을 위해 너무 수도권에만 집중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다. 이 말을 앞세운 뒤 김원장은 바둑수업이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요즘 유치원 아이들이 동적인 거엔 뛰어나도 정적인 거에는 익숙지 않잖아요. 바둑을 배운 아이는 앉아있는 거 잘해요.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엄마들도 그러셔요. 바둑이 경쟁욕구 심리를 좀 부추기기는 해도 예절도 가르치잖아요? 공간지각력과 수리력만큼은 분명 좋아져요. 다른 과목인 저희 음악선생님도 저희 아이들이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보다 이해가 빠르고 인지력과 집중력이 낫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이 신나고 즐겁고 행복해 하니 이보다 탁월한 선택이 어디 있겠어요?”  ▲ 운동회 청백전처럼 신나게 하는 바둑공부 "우리 지난시간 배운 것들 복습부터 해볼까요?" 그러면 다들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앵무새처럼 복창한다. "참 잘했어요. 자, 오늘은 번개 만들기 시간이에요." 그러면서 문제를 차례로 내주고... "시간은 다섯을 셀 때까지~. 하나 두울 세엣~" 다 푼 아이는 손을 번쩍 들고 이어 선생님이 답을 불러주면 맞힌 아이들은 만세를 부르며 제자리서 깡총깡총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문제를 하나씩 맞힐 때마다 바둑판에 돌 하나씩 놓아 번개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김성래 5단은 2014년부터 영월에서 바둑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집을 한 채 장만해 완전히 이주했다. 영월에 김성래바둑학원도 냈다. 열의가 대단하다. 영월청소년수련관에 영재반을 따로 모아 일주일에 4번 수업한다. 아직은 이르지만 벌써부터 작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 일요신문배 초등 1학년부에서 우승한 김민재(영월초1)가 김성래 5단이 가르치고 있는 아이다. 유치원에서 1년 배우다 초등학교로 건너온 아이다.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 수업해서야 알까기밖에 더하겠어?”라는 투로 은근히 유치원 바둑교육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 유치바둑과 초등바둑의 연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내성어린이집처럼 이처럼 프로기사가 일선에서 아이들을 손수 가르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강원도 영월 같은 지방에서랴. 김정순 원장이 기자를 배웅하며 또 덧붙인다. 신신당부하듯 그렇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듯한. “김성래 선생님이 프로라고요? 몰랐어요. ^^;; 우린 무지 복받은 거네요. 어쩐지~. 찬찬히 잘 가르쳐주셔서 최고라고 꼭 써주세요. 아이들이 사랑한다고.”  ▲ 영월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유적지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후기 시인 김삿갓은 바둑시도 여러 편 남겼다. 역사 속 그런 바둑의 흔적이 남아있는 영월에서 1982년 새마을유아원으로 시작한 내성어린이집은 마치 그림동화 속 요정들이 사는 집처럼 아담하고 예뻤다. 들어서는 입구 길부터 정겹다.  ▲ 입구 옆에는 아이들이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텃밭이 있다.  ▲ 여기서 채소들에게 물을 떠다 주나보다.  ▲ 키대로 서서 세면을 하는 꼬마들이 보이는 듯하다.  ▲ 기자가 방문하던 날은 비가 내렸다. 우산도 가지런히.  ▲ 바둑의 마력인가. 바둑판 앞에 앉아 인상 쓰는 아이 못 봤다.  ▲ 이렇게 재미있는데 인상 쓸 일 있나요?  ▲ 그럼요. 어른들이나 이기는 데 급급하시지. 우린 져도 신나는걸요.  ▲ 다만 가끔 심각한 장면이 있긴 하지요.  ▲ 그렇지만 바둑 지지 어디 사람 지나요?   ▲ 바둑시간에 담임선생님은 최고의 보조교사.  ▲ 오늘도 잘 배웠습니다!  ▲ 아싸~! 멋있게 찍어주세요!  ▲ 우리 바둑쌤은 3부녀 프로기사 가족이라는 사실! ^^ 두 딸을 모두 프로기사로 키운 프로기사 아버지. 김성래 5단 가족은 국내 최초 3부녀 프로기사 가족이다. 왼쪽부터 맏딸 김채영 2단, 아버지 김성래 5단, 막내딸 김다영 초단. 두 딸을 서울에 남겨놓고 영월로 이주했지만 부부는 ‘여러모로 마음이 참 편하다’고 말한다. 남편과 함께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 이소윤 씨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묻어났다. "서울은 주변 학원과도 경쟁해야 하잖아요. 또 경제가 힘들어지면 아이들 교육에서 바둑부터 끊는데, 여기 영월은 유치원서 바둑을 배운 아이들이 다 영월초등학교로 와 바둑을 계속 배워요. 서울에선 맘편히 못하고 온갖 애를 쓰며 해도 잘 안됐는데 여기선 마음을 비우고 해서인지 더 잘되네요. 수입이야 서울이 더 나을지 몰라도 가르치는 재미가 더 나네요. 보람도 크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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