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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고 싶지 않지만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상대
어린이 바둑교육에도 ‘알파고’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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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26일 중국 톈진(天津) 메이장 회의 및 전시 센터(Tianjin Meijiang Conference and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린 ‘2016 하계 다보스포럼(The summer Davos Forum)’에 참석했다. ‘제4차 산업혁명과 파생 효과’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 이세돌 9단은 ‘혁신의 재고’라는 세션에 참석해 지난 3월 열린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맞대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번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변형의 역량'이라는 타이틀 아래 시스템의 재설계, 혁신의 재고, 성장의 변화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200여 개의 세션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 주최측은 지난 3월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맞대결을 펼쳤던 이세돌 9단을 초청해 '혁신의 재고'라는 주제로 당시 상황에 관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텐진공항에 도착. 공항은 물론 행사장도 경비가 삼엄했다.  ▲ 이세돌 9단을 초청하는데 애를 쓴 세계경제포럼 아시아태평양국 이주옥 부국장이 이9단을 안내하고 있다. 현지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세션에는 이세돌 9단과 함께 메이리 상하이공대 학장, 딜립 조지(Dileep George) 바이케어리어스(Vicarious) 설립자 겸 CTO, 예일대학 웬델 월러치(Wendell Wallach) 교수가 함께 자리했다. 이세돌 9단의 세션은 많은 관심을 끌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이 이어졌지만 세션 장소가 넓지 않아 상당수의 참가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이세돌 9단은 이 자리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굉장히 놀랐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창의적인 수를 많이 두었다. 나는 (창의적인 수를) 못 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이라 아직은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시다시피 1대4로 패해 놀랐다. 바둑을 두려면 직관과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산만으로 바둑을 둘 수 있다는데 놀랐다. 알파고의 한계는 바둑을 두고 있으면서도 인지를 하지 못하는 데 있는 것 같다. 계산하지 못한 수가 나오기도 해서 놀랍기도 했지만 아직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람과의 대국은 아무래도 심리적인 동요가 있어 정답을 알고 있어도 다른 길을 둘 수 있고 유불리를 생각하지만 알파고는 동요가 전혀 없어 힘들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인간이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1,2,3국이 끝난 뒤라면 4,5국을 임할 때 느낌이 다른데 알파고는 그렇지 않았다. 4,5국을 둘 때도 알파고는 자신이 3대0으로 이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시 대국을 하라고 한다면 힘들 것 같다." 대국 전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일단 판후이 대국을 봤는데 사실 딥러닝이라는 기술에 대해서 무지했다. 딥러닝의 의미를 몰라 오판했다. 판후이 기보만을 봤을 때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보만 봤을 때는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6개월 동안의 딥러닝을 통해 엄청난 실력 향상을 보여 정말 놀랐다. 알파고가 아주 많은 CPU를 사용해서 불공정한 게임이었다는 말도 있는데 컴퓨터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불공정한 게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알파고의 실력과 스타일을 오판해서 실패했는데 지금은 이미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두고 싶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상대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정적인 동요가 없는 상대를 상대하는 것은 실제로 상상이상으로 압박감을 느낀다. 감정이 없는 상대와 겨룬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라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이세돌 9단은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친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찬성할 것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훌륭한 지도자도 많지만 잘못된 지도자를 만난다면 잘못된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 알파고는 최소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본다. 다른 분야까지는 모르겠고 바둑분야에서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알파고의 창의성을 묻는 질문에 "이번 대국을 통해 인간이 말하는 창의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뭔가 다른 원론적인 의문을 가졌다. 우리가 창의라고 하는 것도 다른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창의적인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국을 두고 난 후 2국을 둘 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1국과 2국은 흑백을 바꿔 뒀다. 알파고가 백을 잡았을 때 52%, 흑을 잡았을 때 48% 승률을 보인다고 하는데 흑백에 따라 두는 것이 굉장히 다르다. 백을 잡은 경우 유연하고 안전하게 두지만 흑을 잡았을 때는 아무래도 (덤의 부담 때문에) 불리하기 때문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둔다. 너무 적극적으로 나가다 보니까 문제점이 생기는 것 같다. 당시 알파고에 대한 이와같은 정보가 있었다면 알파고가 흑을 잡았을 때 다시 둔다면 아마 제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알파고가 백번일 때는 다시 두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5국에서는 버그가 나왔는데도 알파고가 백번으로 이겼다. 알파고의 백번은 인간이 이기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흑번은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을 초청하는데 애를 쓴 세계경제포럼 아시아태평양국 이주옥 부국장은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후 국내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에 관해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 우리는 관련 기술의 변화나 사회적 파장 미리 대비하고 경각심과 희망을 함께 갖기를 바란다.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과의 대결 이후 이세돌9단의 경험이나 대국결과를 통해서 인공지능의 발전단계를 보다 알기 쉽게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포럼에 참가하는 전세계적인 CEO나 정부관료들이 동양적이고 예술적인 바둑을 알아가게 되고 그것을 그들의 경영활동이나 정치활동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세션 참가자들. 왼쪽부터 웬델 월러치 예일대학 교수, 메이리 상하이공대 학장, 이세돌 9단, 메이리 상하이공대 학장, 이세돌 9단, 딜립 조지 바이케어리어스 설립자 겸 CTO. 한편 세계경제포럼을 창설한 클라우스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이세돌 9단에게 자신의 저서인 <제4차 산업혁명>에 "For the Grand Master Lee Sedol with admiration(그랜드마스터인 이세돌에게 존경을 담아)"라고 친필 서명한 후 선물했다. 하계 다보스포럼은 중국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처럼 세계 경제와 글로벌 이슈를 주도하기 위해 만든 국제회의로 2007년 다롄(大連)에서 첫 대회를 개최 한 이후 매년 다롄과 톈진을 번갈아 가며 열리고 있다. ‘2016 하계 다보스포럼’은 포럼 창설 10주년이 되는 해로 톈진에서 다섯 번째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는 90여 개국의 정재계 인사를 비롯해 오피니언 리더 1500여 명이 참석했다. 국내 인사 가운데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매경미디어그룹 장대환 회장, GS칼텍스 허세홍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 20여명이 참석했으며, 주최국인 중국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해 왕이(王毅) 외교부장, 완강(萬鋼) 과학기술부장, 쉬사오스(徐紹史)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등이 참석했다. 지난 6월 8일 응씨배 준결승전에 출전하기 위해 중국 우한(武漢)으로 출국했던 이세돌 9단은 이후 곧바로 우시(無錫)로 이동해 16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을조리그 일정을 소화했고 26일 아침 일찍 상하이(上海)를 거쳐 톈진행 비행기에 오르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중국 을조리그에서 7승 1패의 성적을 거둔 이세돌 9단은 개인 통산 1200승을 달성했고, 소속팀 허난아태구락부(河南亞太俱樂部)를 3위에 끌어올리며 2017중국갑조리그에 진출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 이것이 있어야 행사장 출입이 가능하다. [자료/기사 협조=중국 텐진 현지에서 김경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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