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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원통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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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풍경1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지난 시간에 배운 걸 해보자. '입구자'를 다른 말로 뭐라고 해? (딱 한 아이만) "마늘모~" - 왜 얘만 대답해? 그럼 여기서 흑은 어떻게 올라선다 그랬어? (이번엔 다들 우렁차게) “쌍점!” - 어떻게 그런 건 잘 알아? 그렇다면 집을 짓기 위해서 얘(흑)는 몇 칸? “세 칸!” - 그런 건 또 어떻게 이리 잘 알아. 나도 몰랐는데 너희는 천재구나. (이구동성으로 더 우렁차게) “네!” - ?!@$...그래 천재만 다 모였구나. ♯수업풍경2 - 습득물은 경찰서에 갖다줘야 해요 - 자, 여기서 어디로 들어갈 수 있을까? “쓰리-쓰리!” (3-三을 아이들은 이렇게 영어로 말했다.) - 그럼 여기? 여기는? “투투! 파이브파이브!” -어, 발음이 왜 이렇게들 좋아? 그렇다면 여기 두 점을 잡는 게 클까? 아니면 더 큰데 가서 상대 집을 부수는 게 더 클까. 이건 만원짜리이고 저건 천원짜리인데, 바닥에 돈이 떨어져 있다면 어떤 걸 줍지? “주워서 경찰서에 갖다줘야 해요!” - ?!@$￡...물론 갖다 줘야하지만...ㅡㅡ;; 그래 착한 애들만 모였구나.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자리한 원통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바둑수업은 마치 자상한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들을 무릎에 앉히고 구수한 목소리로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풍경 같았다. 이게 뭐라고? “호구~!” 그렇지요. ‘호랑이 입’이죠. 들어가면 어떻게 해? 날 먹어요, 날 잡수셔요, 앙~ 먹으라고 하는 꼴이겠죠? 집을 지으려면 동앗줄처럼 튼튼하게 지어야 할까요? 아니면 썩은 새끼줄처럼 약하게 짓는 게 좋을까요? 그렇지요, 튼튼하게 지으려면 ‘쌍점’ ‘마늘모’ ‘한칸’이 좋아요. 그렇다고 마냥 자상한 할아버지만은 아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수선스런 아이에게는 짐짓 겁박(?)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두 가지는 ‘눈감고 손 드는 것’과 ‘교장선생님께 전화한다는 거’란다. 일단 거짓전화 거는 시늉을 한다. “전 얘하고 도저히 공부 못하겠어요. 교장선생님께 보낼까요?” “네? 이번 한번만 더 기회를 주라고요?” “○○아! 한번 더 기회를 주라시는데 어쩌지?” 그러면 열이면 열 “한번만 봐달라”는 소리가 나온다. 인제원통은 유치바둑교육의 시원지(始原地) 이 지역에서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타령,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의 바로 그 인제군에 있는 ‘원통’을 찾았다. 강원도 출신인 기자도 원통을 읍으로만 알았지(항상 인제/원통과 쌍으로 불리는 지명이다 보니) 일개 ‘리 단위’ 지역인 줄 몰랐다. 원통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려고 인제군청 홈페이지에서 ‘원통읍(사무소)’을 한참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당연하다. 원통은 인제군 북면에 소속된 ‘원통리’로 북면사무소가 있을 뿐이다. 인제군에 속하고, 또 거기에서도 북면에 속한 리 단위의 지역인 데도 이처럼 ‘네이밍 파워’가 대단한 곳은 ‘원통리’밖에 없을 것이다. 인제군의 인구는 3만 명을 웃도는 정도다. 이 가운데 원통이 속한 북면의 인구가 9천 명에 다다르니 인제읍과 더불어 군을 대표할만하다. 원통(元通), 으뜸원 자에 통할 통 자다. 바둑 또한 강원도에서도 ‘으뜸 지역’으로 통한다. 그간 바둑협회는 크게 프로를 중심으로 총본산을 자임하는 ‘한국기원’과 아마바둑계를 총괄하는 ‘대한바둑협회’가 양 축으로 기능했고, 여기에 생활 속의 바둑을 표방한 국민생활체육 전국바둑연합회가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이것이 정부 방침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하나로 통합했다.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에 비해 연륜이 짧고 대회 활동량이 눈에 띄진 않았지만 국민생활체육 전국바둑연합회(이하 생활바둑연합회)도 그 나름 역할을 찾았다. 전국 18개 시도 가운데 생활바둑연합회 조직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인 곳이 강원도였고, 그 중심지역이 인제원통이었다. 강원도 생활바둑연합회가 올린 개가 중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행마가 일찍감치 강원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내어 유치원(어린이집)에 무상 바둑교육을 실시한 것이었다. 전국 최초의 시도였다. 지금 한국기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 아래 펼치고 있는 놀이바둑 수업보다 2년이나 빠른 행보(2013년)였다. 당시 강원생활바둑연합회 회장과 사무국장이 인제원통 바둑인이었다. 원통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할아버지가 마치 구수한 동화를 들려주듯 다채로운 비유와 표현으로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황일형 바둑선생님이 바로 그때의 사무국장이다.  ▲ 원통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바둑을 가르치는 황일형 선생은 강원도 생활바둑연합회 사무국장을 지내며 강원도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유치원(어린이집) 무상 바둑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애쓴 사람이다. 원통초등학교 바둑수업을 보노라니 바둑이 남녀노소 세대간 장벽을 없애준다는 말을 여실히 실감한다. 51년생 전쟁둥이인 황일형 선생 나이 65세. 요즘이야 팔팔한 청춘이지만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엄연히 할아버지뻘이다. 다른 분야에서야 ‘젊은 강사’만을 선호하는 추세일지 모르나 바둑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 다가 아니다. 바둑수업에는 이처럼 쉬 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또다른 ‘두터움’이 내재한다. 수학공식, 영어단어를 풀고 설명하는 학습과목이 아닌 놀이과목이기에 정서적인 교감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런 면에서 바둑은 세대간 교집합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특히나 원통과 같이 깊숙한 산간내륙 농촌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도시지역에 비하면 이 곳은 결손가정이 많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도 많은 편이죠. 여긴 농촌지역 특성상 노란차(학원)가 잘 안돼요. 방과후교실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이 지역에 초등학교가 인제에 2개, 원통에 4개가 있는데 200명을 넘기는 학교는 3군데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스무 명 남짓 등교하는 분교지. 스쿨버스로 데려가 태워다 줘, 게다가 소수가 맨투맨 식으로 배울 수 있으니 바글바글한 서울학교 부럽지 않지요. 요즘은 외려 시골서 애를 키우란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녜요. 하하. 초등생을 전부 합쳐도 1천 명도 안되만 방과후교실에서 바둑을 채택한 학교가 4개나 돼요. 전체 100여 정도가 배우고 있어요. 아이들이 해맑아요. 제가 방과후만 6년째 하고 있는데, 유료든 무료든 시간 때우려면 왜 배워? 으름장을 놓아서라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해야지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적어도 계가까지는 가.” (황일형 바둑선생) 남의 자식이라 적당히 대하지 않고 혼내는 마음이 할아버지의 마음이다. 마침 원통초등학교 이국철 교장이 바둑을 좋아하고, 병설유치원은 물론 방과후바둑교실까지 마련해 바둑을 접하게 하고 있다. 유치원 20명, 초등학생 67명이 현재 배우고 있다. 원통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매주 금요일 오후 한번 바둑수업을 한다. 매화반(7세) 오후반 방과후를 담당하고 있는 신정희 선생에게 아이들이 바둑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을 비춘다. “3월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지루해하고 낯설어하더니 요즘은 무척 기다리더라고요. 바둑수업이 없는 날도 자기들끼리 두겠다고 바둑판 꺼내달라고 할 정도예요. 학부모들도 좋아하고요.” 인제군은 2014년 한국기원-대한바둑협회와 바둑 공동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자바둑리그 팀 창단에도 앞장서 인제내린천팀이 원년 시즌 우승한 데 이어 올해 준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LG배를 비롯한 프로기전과 세계청소년대회 등 아마추어 대회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강원바둑의 힘’을 가장 힘차게 보여주는 곳이다. 그 중심에 원통이 있고, 강원바둑은 하나의 길, 원통(元通)으로 통한다. 그곳 아이들은, 하늘 향해 쭉쭉 뻗은 자작나무들이 팔랑팔랑 이파리를 눈부시게 흔들 듯 그렇게 바둑을 둔다. ○● 원통초등학교 홈페이지 ☜ 클릭  ▲ 초여름의 교정은 은빛 반짝이는 강변 같기만 하다. 1954년 개교한 원통초등학교는 현재 350여 명의 초등생과 유치부 2개학급 40명이 공부하고 있다.  ▲ 오봉산 바라보는 고요한 터전...앞산의 푸르름은 우리의 기상. 춥거나 덥거나 비바람 쳐도 참되고 씩씩하게 크는 우리들. (교가에서) 학교 앞에는 드높은 산과 강이 흐른다. 전국에 이같은 자연환경을 갖춘 학교가 몇 개나 될까.  ▲ "날일자!" "마늘모!" 복도 창 너머로 바라보는 바둑수업 풍경처럼 아름다운 광경은 없다.  ▲ 나도 바둑반에 들어갈걸... .jpg) ▲ 먼저 담임선생님께 출석부 체크하고 교재를 나눠 받는다.  ▲ 하나라도 놓칠새라. “난 13줄짜리로는 안 가르쳐. 어렵더라도 19줄로 입문해야 나중에 더 나아요. 처음 한두 달 수업분위기는 돗데기시장이었어요. 보시다시피 3개월 만에 분위기가 굉장히 차분해졌지요.” (황일형 선생)  ▲ 최고수들의 대국? 구경꾼들이 둘러서 관전하고, 자존심이 걸렸는가 돌가리는 순간부터 자못 진지하다.  ▲ 심각하게 둘 거 뭐 있어...즐겁게 두는 게 최고지.  ▲ 바둑판 앞에 앉기만해도 즐겁다니까요.  ▲ 저 어때요?  ▲ 한편 이렇게 '진지모드'로 숙고하는 아가씨도 있답니다.  ▲ 선생님도 함께.  ▲ 아직 축도 몰라 막 나가면 어떻고  ▲ 알까기면 어때, 신나는 바둑시간인걸.  ▲ 그래도 바둑수업이 끝나면 이렇게 다들 뒷정리를 한답니다.  ▲ 쏟은 바둑돌은 다함께 주워 돌통에 넣고.  ▲ 이렇게 자기자리에, 늘 깔끔하게 뒷정리.  ▲ 때마침 유치부 바둑수업을 하는 날 초등학생들의 방과후 바둑수업도 있어 살짝 사진을 찍었다. 8년째 원통초등학교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는 김승부 강사는 대대장 출신이다. “전 바둑을 뒤늦게 군에서 접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이들이 일찍 바둑 접하게 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프로로 키우려는 욕심보다는 애들이 커서 바둑을 친숙하게 대할 수 있게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죠.” 수업 후 김승부 강사와 마주한 황일형 선생은 "군출신인 김선생이 오히려 사근사근 나긋나긋 애들을 가르치고 난 막 혼내며 가르친다" 말하며 웃는다.  ▲ "바둑 얼만큼 재미있니?" 물으니 연필과 지우개를 든 채 남은 손가락을 죄다 펼쳐 보인다. "이만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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