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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달구는 '세기의 대결'
이세돌-커제, 몽백합배 결승1-2국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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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라의 썰전說戰 - 스물네 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오늘은 새해맞이 특별편이다. 현재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다. 그가 2014년 69 경기에서 펼친 서비스(service) 게임 승률은 88%로 전체 5위다. 1위는 존 이스너(미국)로 무려 93%. 테니스에서는 먼저 스트로크를 하는 선수, 즉 서비스권을 가진 선수가 바둑으로 치면 덤 핸디를 받는 백번 선수로 볼 수 있다. 백을 쥐었을 때 남자 테니스의 서비스 게임 수준으로 만든 기사가 바로 올해 ‘백번 불패’를 달렸던, 한국기사들 사이에서는 ‘갓 커제’ 이것도 줄여서 ‘갓제’라고 불리는 커제다. 커제는 2014년 11월29일 백령배 결승2국에서 추쥔에게 백으로 진 뒤로 395일 동안 한번도 백을 잡고 패하지 않았다. 세계바둑사에 남을 세기의 대결로 이목을 끌고 있는 제2회 몽백합배 결승5번기. 12월30일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몽백합배 결승 1국이 벌어졌다. 구리의 왕팬임을 자처하며 이세돌-구리 10번기를 후원했던 몽백합 니장건 회장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내심 구리가 졌을 때받았던 아픔을 커제가 갚아주길 학수고대하고 있을 터이다. 커제의 잦은 도발성 발언으로 양국의 언론과 바둑팬들의 관심이 대결을 펼치기도 전에 워낙 뜨겁게 모아지다 보니 영원히 기억될 것 같던 이세돌과 구리의 10번기는 이세돌-커제의 세기의 대결에 가려 한갓 이벤트로만 기억될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만큼 현지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 있고 대륙의 이목이 쏠려 있다. 돌을 가리자 1국은 커제의 백번. 31일까지 2국을 마치기 때문에 흑과 백을 한번씩은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커제는 백 승률 100% 기록 달성 여부도 중요했다. 프로들은 흑과 백을 가릴 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마치 홀짝게임과 같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기보다 운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흑을 잡을 때와 백을 잡을 때 어떤 포석을 써야겠다 염두에 둘 정도지 ‘어, 오늘은 백을 잡아서 힘들겠다’거나 ‘흑을 잡아 좋다’ 이런 식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단 루이 9단같이 ‘무조건 흑이 좋다’고 하는 기사도 극소수 있긴 하다.) 커제와 비교해 보고자 이세돌 9단의 2015년 흑과 백의 승률을 살펴보니 흑으로 25승13패, 백을 들고선 24승11패로 거의 비슷했다. 흑백에 구애받지 않고 균형이 잘 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친 김에 박정환 9단의 기록도 뒤져봤더니 공교롭게도 흑번에 비해 백번 경기를 많이 두었다. 백34승12패, 흑은 25승9패다. 백번 승률이 더 좋다. 다른 정상급 기사들의 기록을 일일이 체크해 보지는 않았으나 대다수 백번 승률이 흑번과 비슷하거나 약간 웃도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덤이 6집반이라 반반 승부라 생각하지만 덤이 7집반인 중국은 기사들이 필시 백번을 더 선호할 것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1988년 응씨배를 만들 때 잉창치 선생이 흑의 승률이 53%라며 당시 통용되던 덤(5집반)을 파격적으로 늘렸는데(응씨룰 8점, 7집반의 가치) 30여년 가까이 지난 지금, 6집반이든 7집반이든 현행 덤은 백이 재미있다고 본다. 물론 종이 한 장 차도 나지 않을 정상급 기사들끼리의 대결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만큼 바둑수법이 발달했다는 얘기다. 초중종반에 대한 전략과 대응이 인수분해하듯 속속들이 연구, 파헤쳐진 상태이기에 흑백간 변수가 미미해져 버렸다는 증거가 아닐지. 데이터 통계에 관한 것은 아무래도 이 분야의 대가이신 배태일 박사께 한번 기대해 볼 일이고… 1국을 이겨 커제의 백번필승 기록을 깨며 상대방의 백번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동시에 기선제압한 1석2조의 승리  ▲ 커제의 백번필승 연승기록에 종지부를 찍어준 결승1국. 괴로워하는 커제의 표정이 처연하다. 백으로 100%, 흑으로 60%의 승률을 올린 커제를 이기기 위해선? 당연히 그가 백을 잡을 때 한번은 이겨야만 타이틀을 차지할 확률이 커진다는 얘기다. 누구보다 이세돌 9단도 이 점을 잘 알고 출국했다. 커제의 백번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1국은 초반부터 이세돌 9단이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흐름은 괜찮았다. 1국의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 장면이다. 많은 바둑팬들이 평소 접하던 바둑TV가 이날 방송을 하지 않아서인지 왜 마지막에 백이 돌을 던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심지어 지인들이 카톡으로 나에게 왜 그런지 문의가 폭주했을 정도다. 곁가지이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라… 바둑TV가 이날 중계를 하지 않은 건(아니 상황상 못한 건) 12월31일까지만 전파를 송출하고 1월1일부터는 한국기원의 바둑TV팀이 제작과 편성을 이어받기로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2월 하순부터는 이미 제작에 손을 떼고 팀이 해체된 상태였고, 반면 한국기원 방송팀은 계약에 따라 1월1일 이후부터 나설 수 있는 처지. 공교롭게도 몽백합배 결승5번기는 12월말에서 1월초에 걸쳐 있어 그 어느쪽도 나서기 곤란한 어정쩡한 공백지점이었다. 그렇지만 세계 인터넷바둑을 대표하는 사이버오로에서 전 판을 쟁쟁한 기사들이 실시간 해설중계하고 있고(게다가 대국을 하루 쉬는 오늘 저까지 이렇듯 [썰전]을 통해 하이라이트를 보여드리고 있고 ^^;;), 또 하나의 바둑방송 K-바둑에서도 생방송을 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장황한 썰은 이쯤에서 짜르고-, 우선 <장면1>을 보자. 선승을 거둔 결승1국이다.  ▲ <장면1> (전체수순, 총보를 보시려면 사이버오로 홈페이지 상단메뉴 중 중계기보>기보감상>세계대회 카테고리에서 해당 대국을 찾아 보시면 된다.) 이세돌은 갑자기 흑1로 빈삼각을 두었다. 커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한 수. 이 수가 커제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이 때 이세돌은 초읽기에 몰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장의 한 수를 발견한 것이다. 이 바둑을 승리로 결정지은 한 수다. 커제는 여기서 냉정을 찾지 못하고 전부 잡으러 갔다.  ▲ <장면2> <장면2> 흑을 전부 잡으려 했던 커제가 흑의 마지막 한 수(▲)에 돌연 돌을 거둔 장면이다. 왜 졌다고 했을까.  ▲ <장면3> <장면3> 백이 1로 둘 때 흑2 한방으로 끝이다. 수가 많아 보이던 백이 순식간에 3수 이하로 줄어든다. 커제는 흑2 한방을 당하고 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건 상대에게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맞고 링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느낌이니까 차라리 그럴 바에는 수건을 던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에 연연할 시간이 없다  ▲ 다 잡았다 놓친 결승2국. 너무 아쉬워 자책하는 이세돌의 표정이 안쓰럽다. 결승2국은 이세돌이 “왜 이렇게 (수가) 안 보였지? 1분 초읽기를 4개나 남겨 놓고 있었는데…이렇게 유리했던 바둑을 지다니, 지금까지 내가 치른 세계대회 결승 대국 중 가장 큰 역전패다.”라고 말했을 만큼 뼈아픈 한판이었다. ○● 결승2국 종합기사 ☜ 클릭 하루 지난 2015년의 마지막 날. 사실 프로대국이 한해의 마지막 날에 펼쳐진 것은 조사해 볼 생각이 들만큼 드문 일이다. 이세돌은 초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초읽기. 1국과 마찬가지로 사활이 승부였지만 걸려 있는 곳이 너무 많아 쉽지 않았다. 실리부족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이세돌은 기가 막힌 한 수를 보여줬다.  ▲ <장면4> <장면4> 백1로 끼우는 한 수는 승리했다면 두고두고 몽백합배의 한 수로 남을 뻔했다. 단연 올해의 한 수다. 하지만 환상적인 타개를 하던 이세돌은 초읽기에 몰리며 수순 하나를 놓쳤다.  ▲ <장면5> 이렇게 두었다면... <장면5> 백1까지는 좋았는데 실전에서 백3을 생략하고 11로 먼저 둔 것. 만약 13까지의 변화였다면 이세돌이 수상전에서 유리했다. 커제의 백번 필승은 저지했지만 거의 승리 직전까지 갔던 2국을 놓치고 1승1패가 된 것은 아쉬움이 크다. 다시 1월2일 커제의 백번을 견뎌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수읽기 능력에서는 앞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환상적인 타개가 이번 몽백합배 시리즈의 승패를 가를 것 같다. 2016년, 이세돌이 건재함을 보고 싶다. 바둑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날에도 쉬지 않고 이처럼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하는 사이버오로와 [썰전] 코너에 올해도 변치않는 성원을! 밤잠 안 자고 이 원고를 쓴 저에게도 약간의 박수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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