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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를 주목하라!
세계랭킹 2위 급부상, 중국의 신세대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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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는 요즘 단연, 가장 잘 나가는 기사다. 그는 작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제2회 백령배 결승에 오르더니 12월과 금년 1월에 걸쳐 치른 결승전에서 추쥔을 3승2패로 물리치고 생애 첫 세계타이틀을 획득했다. 1997년 9월에 출생했으니 만 17세 4개월 나이에 거둔 오픈 세계대회 우승이다. 16세에 동양증권배 타이틀을 획득한 이창호 9단과 엇비슷한 시기다. 그렇지만 그때보다 대회규모도 크고 톱클래스의 층도 두꺼워 훨씬 경쟁이 치열해진 걸 헤아리면 그 이상의 쾌거라 본다. 올해 4월에 들어서 커제는 중국랭킹 1위였던 스웨를 1대0으로 물리치고 리광배 타이틀을 차지했다. 작년에 아함동산배에서 우승한 바 있어 벌써 세 번째 타이틀 획득이었다. 금년에 시작한 세계대회에서는 진 적이 없다. 삼성화재배 4강, LG배 8강, 몽백합배 4강에 진출해 있다. 중국 내의 기전에서도 잘하고 있다. 오늘은 커제를 집중조명, 분석하고 아울러서 중국의 최상위 기사들을 비교 분석해 보겠다. 혜성처럼 나타난 사나이 커제는 불과 2년 전에도 주목 받지 못하던 무명선수였다. 중국에서 매년 입단하는 기사 중에서 뛰어난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2008년도에 입단자 가운데 우수한 기사가 가장 많이 나왔다. 커제(1997년 생), 판팅위(1996년 생), 양딩신(1998년 생), 퉁멍청(1996년 생)이 모두 2008년에 입단하였다. 이들의 중국랭킹 순위 변화를 [그림1]에 나타냈다. 중국랭킹 집계모듈이 신예기사들을 낮게 평가하지만, 이들은 다 같이 입단하였으므로 상대적인 발전 단계를 비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커제는 2011년 초에는 200등 밖에 있었다. 필자가 2011년에 판팅위, 미위팅(2007년 입단, 1996년 생), 양딩신이 새로 떠오르는 중국의 주목할 신예기사라고 주장한 글에서 “퉁멍청, 커제 등이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고 지나가는 말로 언급한 바 있지만, 커제가 이렇게 성장하리라고 생각할 근거가 없었다. 함께 언급했던 퉁멍청이 당시에는 커제보다 더 나았지만 지금은 중국랭킹 2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커제는 2014년에 들어서서야 중국랭킹에서 퉁멍청, 판팅위, 양딩신을 차례로 추월하였고 금년 2월에 스웨 다음인 2위에 올랐다가 10월에 발표된 랭킹에서 드디어 중국랭킹 1위로 올랐다.  바둑 신동 커제가 불과 2년 전에만 해도 무명이었지만, 중국의 바둑 유망주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그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주목할 수 있었다. 그의 어렸을 때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 2007년 전국소년아동바둑대회 우승 - 2008년 세계청소년 바둑대회 소년부 우승 - 2008년 중국기원 입단 (만 10세 10개월) - 2011년 국가소년대 선발대회 1위 - 2011년 8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28회 응씨배 세계청소년부 바둑대회에서 소년부와 청년부에서 우승. 소년부 우승자 자격으로 청년부에 참가하여 청년부에서도 우승함. 그러나 중국에는 바둑신동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 그들이 다 최우수 기사들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람들은 커제를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 과장하여 말하면, 강가에 깔린 자갈만큼 바둑신동이 해마다 출현하는 중국바둑계에서, 2008년 입단한 커제는 몇년간 특별히 이목을 끌만한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4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기지개를 펴더니 금년 2월에 스웨 다음인 2위에 올랐다가 10월에 발표된 랭킹에서 드디어 중국랭킹 1위에 올랐다. 이 사이 세계타이틀도 땄다. 이 속도가 가히 눈부실 만큼 빠르다. 중국의 단발성 세계대회 우승자들 중국에서 마샤오춘, 구리, 쿵제가 중국랭킹 1위에 오른 챔피언이었고 그들은 여러 번 세계대회 타이틀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 탄생한 여러 명의 세계챔피언들은 한번 우승한 다음에는 세계대회에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이름과 세계타이틀을 적으면 다음과 같다. 파오원야오(LG배, 2011년 2월), 장웨이제(LG배, 2012년 2월), 저우루이양(백령배, 2013년 1월), 스웨(LG배, 2013년 2월), 판팅위(응씨배, 2013년 3월), 천야오예(춘란배, 2013년 6월), 탕웨이싱(삼성화재배, 2013년 12월), 미위팅(몽백합배, 2013년 12월), 퉈자시(LG배, 2014년 2월), 커제(백령배, 2015년 1월). 이들 중에서 아직 아무도 세계대회 타이틀을 다시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여섯 번이나 세계대회 타이틀을 획득하는 동안 한국은 추월 당하고 만 것이냐의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중국바둑계는 왜 한국에는 이창호와 이세돌 같은 뛰어난 챔피언이 나왔고 박정환도 꾸준히 최상위권에 머무르는데 자기들에게는 그런 기사가 등장하지 않는가 우려하면서 한국바둑을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구리와 쿵제 다음으로 중국에 뛰어난 챔피언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는 명멸하는 중국랭킹 1위의 명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과 5년 남짓한 사이에 구리를 포함해 8명의 기사가 교대해 가면서 랭킹1위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 스웨가 가장 오래 1위를 했지만, 다른 기사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 <표1> 명멸하는 중국랭킹 1위들 중국이 고대하던 챔피언, 커제 이처럼 뚜렷한 중국바둑 1인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중국바둑 팬들이 안타까워했는데, 커제에게서 뚜렷한 챔피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스웨가 오래 동안 중국랭킹 1위를 지켜왔는데도 최근 들어서 커제가 체감상의 중국랭킹 1위라는 말이 오르내렸다. 필자가 계산하는 세계랭킹 점수를 보면 이미 1년 전에 커제가 스웨를 능가하였다.  이 그림에서 보면 커제가 2014년 10월 점수에서 스웨의 점수를 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커제의 점수가 빨리 올라간 것은 그가 아함동산배에서 우승하고 백령배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동안에 많이 이겼기 때문이다. 커제의 금년 1월 점수가 3개월 전의 점수보다 내려간 이유는 2014년 10월에 나현에게 4개도시 신예대항전에서 졌고, 같은 달에 이동훈에게 갑조리그에서 졌고, 12월에 리민배에서 신진서에게 졌는데, 이처럼 자기보다 점수가 많이 낮은 기사들에게 지면 점수가 많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커제의 점수는 2015년에 크게 변동하지 않고 있는데, 스웨의 점수는 2015년에 들어서 계속 내려가고 있다. 커제는 2015년 10월15일 현재까지 48승13패로 79%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스웨는 같은 기간에 37승16패로 69%의 승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스웨뿐 아니라 [그림2]에 나오는 커제를 제외한 다른 중국 상위 기사들의 점수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것은 한중 대결에서 한국기사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자연히 중국기사들의 세계랭킹 점수는 한국과의 경쟁력을 비교하여 조정하기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그림에 나오지 않은 롄샤오, 황윈숭, 리친청 등이 좋은 성적을 내서 점수가 올라가면서 이들의 점수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커제가 스웨를 이미 능가하였다는 것은 기전 우승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커제는 작년과 금년에 3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 스웨는 작년에 위부방배 하나만 우승했고 금년의 리광배 결승에서의 맞대결은 커제에게 졌다.  ▲ <표2> 2014년과 2015년의 중국기전과 세계기전 우승기록 <표3>에 중국 최상위 기사들의 기전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다. 이 표에서 아직 생존해 있는 기전은 초록색으로 표시했고, 우승자가 결정된 경우에는 우승자를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여기서도 커제가 스웨보다 월등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10월에 시작한 위부방개배의 결과는 이 표에 적지 않았는데, 전기 우승자인 스웨는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고 커제는 8강에 올라갔다.)  ▲ <표3> 중국 상위 기사들의 기전 활약상 이처럼 기록으로 살펴보면 커제가 스웨를 이미 능가하였는데, 10월에 발표된 중국랭킹에서야 처음으로 커제가 중국 1위로 올라간 것은 중국랭킹 제도에서는 가중치 없이 모든 대국이 10점의 가치를 지녀서 점수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필자가 계산하는 세계랭킹에서는 한국기원 공식랭킹처럼 기전 등급과 기전 단계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서 중요한 대국은 큰 가치를 가진다. 또한 최근에 도입한 계산법에서는 과거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시간 가중치를 두었고 최근 2년 동안의 전적만 가지고 점수를 계산하므로 점수 변화가 빨리 일어난다. 예를 들어서, 오늘 두어진 대국의 시간 가중치는 1이고, 9개월 전의 대국의 시간 가중치는 0.5, 18개월 전의 대국의 시간 가중치는 0.25로 줄어든다.  ▲ 올해 1월14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벌어진 제2회 백령배 결승5번기 최종국에서 커제 4단이 추쥔 9단을 상대로 272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2로 우승했다. 97년 9월생으로 17년 4개월 만에 거둔 우승이다(중국 최연소기록은 판팅위의 응창기배 우승으로 '16년 7개월', 세계기록은 92년 1월 동양증권배 이창호의 '16년 6개월'). 중국기사로는 16번째 세계대회 우승자였으며 중국기원 승단규정에 따라 단숨에 9단으로 승단했다. 커제의 인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커제가 중국이 고대하던 바둑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인기가 대단히 높다. 게다가 그는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무대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느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중국 바둑사이트의 뉴스로 올랐었는데 가창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끼’를 볼 수 있었다. 지난 7월에 중국과 대만이 챔피언 4명을 초청하여 이벤트대회를 벌였는데, 구리와 탕웨이싱과 커제와 왕위안쥔이 초청되었다. 기전 시작 전날인 7월16일 개막식에서 선수들이 한마디씩 하는 순서. 여기서 구리는 “90후 기사들에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는 고답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커제의 순서가 되자 그는 재치 있게 대답했다. “나는 천재기사이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여러 천재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나는 상대적으로 바보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해서 청중의 폭소를 일으켰다. (이런 말을 할 때에는 첫 문장과 다음 문장 사이에 약간의 뜸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그는 우상처럼 존경하는 기사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여기에 있는 구리 형이다.”라고 대답했는데, 질문자가 “전에는 추쥔이 우상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이전 백령배 결승전에서 커제가 추쥔을 이긴 다음에 “추쥔 형이 열심히 공부하는 선배라서 존경한다.”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자 커제는 “그 때는 추쥔 형이 나의 우상이었는데, 그 뒤로 나에게 한번도 져주지 않아서 더 이상 우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대답해서 또 한번 폭소를 불러 일으켰다. 커제가 백령배 결승에서 추쥔에게 3승 2패로 이겼는데, 그 뒤로 3연패를 당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커제가 4월5일에 창기배 16강전에서, 그리고 5월8일에 명인전 16강전에서, 또 7월11일의 갑조리그에서 추쥔에게 내리졌다. 이처럼 순발력 있는 그의 재치와 무대체질의 ‘끼’가 바둑실력에 곁들여져서 그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와 같은 그의 재치와 끼는 창의력을 가져 올 수 있는 요소이므로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기원 70주년의 기념행사로 초청 받은 조치훈 명인이 조훈현 국수와 대국한 다음에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치훈의 위트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번뜩이는 위트가 바둑에서 중요한 순발력을 가져오게 하는 요소이다. 한국에서는 이세돌과 강동윤이 위트 있는 기사들인데, 이들의 위트를 잘 평가하지 못하고 비뚤어진 잣대로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이 위트 있는 발언을 삼가고 있다. 잠시 곁길로 들자면, 강동윤을 ‘꼬장 바둑’을 둔다고 비난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왜 매우 불리한 바둑을 던지지 않고 계속 두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사카다는 “바둑이 불리해 진 것은 내가 실수했기 때문이다. 내가 실수했듯이 상대방도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왜 미리 던져야 하는가?”라고 대답했다. 마치면서 커제가 중국바둑계가 바라는 것처럼 한 세대를 풍미하는 기사가 될 것인가? 아직 만 18세에 불과한 그가 이미 확실한 중국 최고의 강자가 되었으니 현재로는 그렇게 전망된다. 그리고 중국기사들 중에서 그가 세계타이틀을 금년에 하나 이상 더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커제는 박정환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바둑 팬들은 새로운 바둑고수가 등장해서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을 환영해야 마땅하지 그가 외국선수라고 폄하하거나 적대감정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노파심일 테지만. [배태일]  ▲ 커제는 아직 이세돌 9단과 마주친 적이 없다. "커제는 굉장히 뛰어난 승부사 기질과 실력을 갖춘 게 분명하지만 아직은 미완이다. 진짜 호랑이를 만나보지 못한 신예다. 이번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 이세돌이 베테랑의 맛을 단단히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다. 자, 이제 이세돌이다! 커제의 실력과 기세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게 될 일전이 11월3일, 목전에 다가왔다. 사진은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에 진출한 네 기사. 왼쪽부터 이세돌-커제, 탕웨이싱-스웨. ○● 이세돌과 일전 앞둔 커제 인터뷰 ☜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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