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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메카' 부안의 명성을 잇는다!
프로 4명 배출한 신흥 바둑명문, 부안 백산중 바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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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군은 1읍 13면을 다 합해도 인구 5만 7000여 명(9월말 주민등록 인구집계)에 지나지 않는 지자체다. 그렇지만 바둑에 관한 한 부안은 거대한 도시다. 우리나라에 현대바둑을 보급한 조남철 선생(줄포면)이 태어나 자란 이 곳을 사람들은 기꺼이 ‘바둑의 메카’라 부른다. 단지 현대바둑 개척의 종조((宗祖)격 기사가 태어난 고장이라 하여 ‘메카’로 인정하지만은 않을 터이다. 부안군은 바둑의 고장이다. 일찍이 2006년 3월 세계 최초로 바둑공원 조성에 착수해 선보였으며, 그 한 해 전에는 지자체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여자프로기사 초청기전을 시작했고, 최근 여자바둑리그에 ‘부안곰소금팀’으로 참가하기까지 프로대회는 물론 다양한 아마추어대회를 연중 열고 있다. 재정형편이 넉넉할 수 없는 지자체에서 바둑에 이토록 열의를 보이는 건, 한마디로 “현대바둑의 파종이 부안에서 시작됐다”는 강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올 봄 제주 소년체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치른 바둑경기에서 서울이 4개 부문에 걸린 금메달 중 3개(남자초등부, 여자초등부, 여자중학부)를 휩쓸며 초강세를 보였지만 딱 하나 노메달에 그친 부문이 있었다. 남자중학부 단체전. 이 부문만큼은 전북이 차지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눈길을 끈 대목은, 연합팀을 구성한 타 시도와는 달리 전북은 단일학교-백산중학교 학생들로 팀을 꾸려 나왔다는 점이다. 김지우(백산중3), 한준수(백산중3), 윤예성(백산중1) 선수 모두가 한 학교 선수였고, 다른 곳이 아닌 부안읍에 자리한 학교였다.  ▲ 올해 제주에서 열린 44회 전국체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처음 들어갔다. 단체전으로 치러진 남자중학생부에서 선발전을 거쳐 연합팀을 구성해 출전한 타 시도와는 달리 전북은 부안 백산중 단일팀(3명)을 내보내 금메달을 따며 서울의 독식을 막았다. 그런데, 백산중학교는 3학년 총 6학급에 불과한 조그마한 학교여서 또 놀라게 한다. 게다가 2년 새 프로기사를 4명이나 배출한 학교라니! 프로기사의 산실로 통하는 충암중학교를 제외하고 단 기간에 프로기사를 4명씩이나 육성한 중학교가 있던가. 지난해 지역영재입단대회 1호로 프로기사가 된 김영도 초단과 올 8월 3회 지역영재입단대회에서 수졸 면장을 딴 김민규 초단이 백산중 3학년과 1학년 재학중이며, 지난해 7월 입단포인트제로 프로가 된 안정기 초단과 올해 8월 여류입단대회에서 입단한 권주리 초단이 나란히 백산고(3학년)에 다니고 있다. 백산고는 백산중과 나란히 붙어 있는 백산학원의 형제학교다. 맞다. 지난해 아마추어일 때 한국의 정상급 기사들이 그토록 힘들어하던 상대, 천야오예 9단을 LG배 16강에서 잡으며 돌풍을 일으킨 바로 그 안정기를 말하며, 역시 지난해 아마추어 선수로 프로 최원용과 팀을 이뤄 SG배 페어바둑최강전에서 우승한 그 권주리가 백산학원의 아들딸이다. ‘지역영재 프로1호’ 김영도 초단의 프로필에는 2012년 조남철배 초등최강부 3위 기록이 보인다. 더 큰 대회를 생각하면 3등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변방이라 할 부안에서, 조남철 선생을 기리는 대회에서 거둔 3등 입상이 한 학생에게 큰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리하여 한길로 매진하는 추동력이 되었다면, 이것은 대단한 것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부안의 바둑새싹들이 모두 이렇다. 바둑의 땅, 바둑에 관한 한 부안은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라 생각하며 행마하는 그들이다. 드높은 자부심과 자존감이 없다면 멀리, 높이 비상하지 못한다. 지금은 백산중이 신흥 바둑명문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예전 이 지역 경기가 괜찮았던 시절에는 배구명문으로 명성이 드높았다. 80년대 백산학원은 배구부가 유명했다. 고려증권의 이재필 문병택, 현대자동차의 신대영 같은 실업배구 스타들을 길러냈다. 시골에서 흔히 보는 그저 자그마한 배움터인 줄로만 여겼더니 스포츠스타의 산실이었다. 이제 그 명맥을 바둑부가 잇고 있다. 학교설립도 1949년에 한, 뼈대 있는 학교다. ‘작은 거인’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 백산중학교 교정. 1949년 개교해 2009년 자율중학교로 선정되었다. 80년대 배구명문으로 떨친 이름을 바둑이 이어간다.  ▲ 올해 지역영재입단대회에서 백산중 1학년 김민규가 선배 김영도에 이어 두번째 프로 입단했다.  ▲ 바둑의 신흥 명문교답게 9월16일 오후3시, 각계 인사를 모시고 바둑부를 창단했다.  ▲ 바둑부 창단식에는 학생과 학부모, 김종규 부안군수를 비롯해 200여 명이 운집해 응원했다. 배구명문에서 바둑명문으로! 변산반도의 작은거인 지난달 16일, 백산중 음악실에서 바둑부 창단식이 열렸다. 바둑이 소년체전(초중등부)과 전국체전(고등부)에 정식종목으로 진입하면서 학원바둑의 뒷받침이 절실해졌다. 다른 스포츠 종목같이 학원스포츠 시스템이 자리잡지 못하면 정식종목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체전을 떠나서라도 바둑이 학원스포츠로 터를 잡아야 장래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한바둑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을 지원을 받아 전국 초중고 바둑부 창단에 혼신을 다하는 연유다. 소년체전 ‘금메달 학교’인 백산중이 바둑부를 창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부안의 바둑자부심을 목도했다. 타관 사람의 눈으로 보면, 지방의 자그마한 시골학교에서 치르는 일개 바둑부 창단식일 뿐이다. 그런데 놀라워라. 이 지역 유지급 인사들이 총 출동해 관심을 보였다. 이날 창단식에는 백산학원 정대영 이사장과 백산중 이중배 교장, 백산고 정하영 교장, 백산초 김효직 교장을 비롯한 백산학원 관계자의 참석이야 당연지사이고, 김종규 부안군수와 임기태 부안군의회 의장, 이한홍 부안군교육장, 전북 도의회 최흥렬 의원과 부안군의원들에 이르기까지 각계 요인들이 죄다 걸음했다. 현 군수 못지않게 바둑정책을 편 이병학 전 부안군수도 자리했다. 이들의 축사 요지는 한결 같았다. 바둑하면 부안, 부안하면 바둑이라는 자부심!  (김종규 부안군수) “참으로 좋은 날이다. 왜 좋은 날이냐면? 우리나라 현대바둑의 개척자이신 조남철 선생이 나서 자란 곳이 부안인데 이후 바둑의 역사가 끊겼었다. 부안군의 브랜드로 신청한 게 ‘바둑의 뿌리, 메카’인데, 백산중이 이를 잇는다는 데 대해 정말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단한 역사의 장이다. 전국체전 종목으로 들어가자고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체전경기를 치른 곳도 부안군이었다. 이제 바둑은 세계를 향한 바둑이다. 백산중이 세계로 향해 가는 시작이요 출발점이다. 그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 조남철 선생 맥을 이어갈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 세계로 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자.”  (임기태 부안군의회 의장) “바둑하면 부안...부안은 바둑의 명당이다. 요 2년 새 프로기사를 4명이나 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이 지역의 바둑열기와 애정, 관심이 대단하다는 거다. 조남철 선생과 조카 조상연과 조치훈, 그리고 외손자 최규병에 한상렬 프로에 이르기까지 다 부안의 정기를 받은 기사들이다. 어린 최규병이 방학 때 양조장을 하던 외할아버지 집에 놀러오면 당시 교장선생이나 면사무소 어른까지 바둑 좀 둔다는 사람들이 다 ‘나 손자하고 바둑 좀 두게 해주시오’ 하고 사정하던 기억이 난다. 바둑이란 것이 그때는 몇몇 아는 사람들의 취미였지만 지금은 스포츠가 되어 누구나 두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백산중이 그 앞장으로 섰다. 우리 의원들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군수님이 부안바둑에 관한 정책을 내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백산중 이중배 교장에게 처음 바둑을 시작한 동기와 과정을 물었다. “부안은 한국 근현대사 바둑에 큰 족적을 남긴 조남철 선생의 탄신지이고 일본바둑계를 석권한 조치훈 명인의 원적지다. 이러한 여러가지 특성이 있어 자율중학교를 신청할 때 바둑을 특성화시키겠다는 걸 전면에 내세웠다. 2009년 자율학교로 지정됐으며 그때부터 바둑수업을 정규학습 과정에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 백산고 3학년인 권주리 학생(아버지가 권병훈 아마7단)을 맞이해 그때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이후 안정기 학생도 백산중에 받아들이면서 면모를 갖춰 나갔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4년 도지사배 중등부와 문화체육관광장관배 우승, 문경새재배 전국학생최강부 우승 등에 이어 올해 소년체전에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까지 각종 대회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학 재학생으로는 지난해 김영도 학생과 올해 1학년 김민규 학생이 입단해 2명의 프로기사를 보유한 학교가 되었다. 실력과 능력을 갖춘 바둑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프로기사 2명과 연구생 9명으로 바둑부를 창단했다. 백산고 학생까지 합치면 12명이 된다. 백산중 학생들이 백산고로 이어지니까 곧 백산고 바둑부 창단도 머지 않았다.  ▲ 바둑부에 들러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이중배 교장. 1주일에 두 번 바둑부 정기모임 때마다 고전 위주의 인성교육을 직접 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교장이긴 하지만 직접 한 시간씩 바둑부 수업에 들어가는데, 바둑부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대단히 뛰어나다. 받아들이는 두뇌회전 능력이 상당히 빨라 놀랄 정도다. 란다. 이들은 한국바둑계를 이끌어갈 잠룡들이다. 용반봉일(龍蟠鳳逸)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아직 승천하지 않은 물고기지만 용문에 오르기 위해서 방개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용과 깊은 숲속에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재주를 갈고 다듬는 봉황을 말한다. 이런 학생들이 백산중 바둑부 학생들이다. 우리 학교가 얼마나 노력하느냐 여하에 따라 무궁무진한 발전이 있을 거라 믿는다.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백산중 바둑부의 실력은 연구생급이다. 이 정도 실력을 갖춘 학생들만 이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며 이중배 교장은 이 대목을 꼭 넣어달라 당부했다. “자율중학교로 선정된 뒤 줄어들기만 하던 학생수가 오히려 늘었다. 바둑부 활동이 시골 공동화현상 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바둑부에 들어올 실력을 미처 못 갖췄더라도 바둑을 중단한 아이들이나 바둑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아이들도 환영한다.” ○● 백산중학교 홈페이지 ☜ 클릭  ▲ 재학생들에게 바둑부 창단을 알리는 디지털 알림판.  ▲ 바둑부가 수련하는 공간은 '고산서실'에 마련되었다. 부안의 각계 인사들이 바둑부의 창단을 축하하며 테이프커팅.  ▲ 재학생 프로 2명을 포함, 9명으로 구성한 바둑부. 감독교사 박종민, 지도사범 유재호 6단이 '파이팅' 구호로 힘찬 출발을 고했다.  ▲ 박종민 감독교사가 바둑부의 각오를 밝히며 감사인사를 했다.  ▲ 백산중학교 재학중 입단한 김민규(중1), 김영도(중3) 초단과 권주리(고3) 초단이 창단식에서 특별히 소개되었다.  ▲ 최근 세 부녀기사로 뜬 '김성래 프로가족'이 있다. 이에 못지않은 가족이 아마추어 맹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권병훈 아마7단과 두 딸이다. 큰딸 권주리는 프로 초단이고(이중배 교장이 말한, 이 학생을 백산중에 받아들이면서 바둑을 본격 시작하게 되었다는 바로 그 여학생이다), 둘째딸 권가양(왼쪽)도 백산중(3학년) 바둑부에서 등용을 준비하고 있다.  ▲ 형님 같은 백산중 바둑코치 유재호 6단 "백산중은 최규병 사범님의 모교로 알고 있다. 연이어 입단자를 배출하고 있는 학교다. 소년체전에서 우승한 강팀을 맡아 책임감을 가지고 더 명문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 바둑부의 기보연구 수업.  ▲ 바둑부 교실에는 대국용 컴퓨터도 갖췄다.  ▲ 백산중은 소나무가 병풍림처럼 빙 둘러쳐져 있다. 백산의 바둑꿈나무들이 청송처럼 늘 푸르게 자라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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