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손길이 향할 즈음
이창호의 손길이 향할 즈음
정관장 황진단, 한국물가정보 꺾고 7연패 종지부
[KB바둑리그] 오로IN  2015-08-24 오전 10:19   [프린트]
▲ 최하위 두 팀의 대결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밤 11시20분, 2시간40분의 격전 끝에 정관장 황진단 주장 이창호가 백홍석을 꺾으며 승부가 끝이 났다. 경기 종료 후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과 원성진 등 주전 선수들이 많이 아쉬운 듯 일제히 스튜디오에 들어와 복기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4경기
정관장 황진단, 한국물가정보에 3-2 승
7연패 늪 탈출하며 최하위 자리 맞바꿔

최하위팀의 대결은 상위권 팀의 대결보다 종종 격렬한 양상을 띤다. 최소한 꼴찌만은 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23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정관장 황진단과 한국물가정보의 경기 역시 그랬다. 360수를 훌쩍 넘기는 대국이 나오는가 하면, 최종국은 속기 대국 치곤 이례적으로 2시간40분이나 걸리며 밤 11시 20분에야 승부가 종료됐다. 다섯 판 모두 동급 대결의 색채를 띠었던 만큼 불꽃 튀는 공방전이 연이어 펼쳐졌다.


▲제2국. 에이스끼리의 대결에서 정관장 황진단의 김정현이 한국물가정보 주장 원성진을 꺾고 선제점을 올렸다. 이번 시즌 상대팀 1지명자에게만 3패를 당했던 김정현으로선 이것이 1지명에게 거둔 첫 승리.

경기 결과는 더욱 극적이었다. 정관장 황진단은 김정현이 귀중한 선제점을 올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3국과 장고대국을 연달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벌어진 후반부 속기 대국에서 4국은 김기용의 우세. 하지만 마지막 5국은 이창호의 흐름이 좋지 않아 또 한번의 패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제4국. 끊임 없는 패싸움으로 공배를 빼고도 360수를 넘겼고 쌍방 사석이 수 십개에 달해 반면을 가득 메우고도 돌이 남았다( 김기용 363수 백 3집반승).

하지만 숱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 바둑을 구했던 이창호 9단의 저력은 바로 이런 때 빛이 났다. 불리한 바둑을 꾹꾹 참고 견디다 ‘자충의 묘수’로 백홍석을 궁지에 몰며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 흑1이 자충의 묘수. 이 한 수로 백은 자체에서 살 길이 없어졌다. 이 사활의 정답은 패. 하지만 흑의 꽃놀이 패나 다름 없어서 이창호가 우하귀를 두 번 연타해 승부를 뒤집었다.

골인을 앞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허를 찔린 백홍석은 돌을 거두자마자 그 대목에 손이 갔다. “전혀 생각을 못하다가 이창호 9단의 손길이 그 쪽을 향할 즈음 알았다.”는 대답이 나왔다. 백홍석을 아연실색하게 만든 이 묘수 한 방이 정관장 황진단을 7연패의 늪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동시에 한국물가정보와 최하위 자리를 바꾸는 회심의 한 수가 됐다.


▲ 전반기의 패배를 설욕하며 주장 이름값을 한 이창호 9단. 올해 20년을 맞는 삼성화재배의 와일드카드로 선정돼 9월7일 중국 베이징서 열리는 본선에 출전한다.

이로써 13라운드를 모두 마친 KB리그는 돌아오는 목요일 선두 CJ E&M과 최하위 한국물가정보의 대결을 시작으로 14라운드의 포문을 열어젖힌다.

총규모 34억 원의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툰다.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 원. 패자는 60만 원을 받는다.








▲ 제1국(장고). 양 팀의 퓨처스 선수 대결로 올해 세 차례 출전해 3패만을 안은 두 사람이 만났다. 줄곧 실리에서 앞서 가던 고근태가 대마 사활을 착각하면서 승리가 박하민에게로 넘어갔다(204수 백불계승).


▲ 제3국. 초반 흐름이 좋지 않던 김현찬이 상변에서 승부수를 던졌으나 안국현의 정확한 응수에 걸려 명을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186수 백 불계승)


▲ 김기용-안형준 대국의 종국 장면(바둑TV화면 캡처). 공배 포함 모든 반면을 메우고도 쌍방 사석이 남았다. 중계석의 유창혁 해설자는 “이런 바둑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고


▲ 지긋지긋한 7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정관장 황진단. 한국물가정보와 3승9패 동률이 됐지만 개인 승수에서 앞서며 최하위를 면했다.


▲ 적장(?) 김영삼 감독으로부터 9점 지도대국을 받고 있는 한국물가정보대표 노승권 대표의 딸 아영이. 현재 초등학교 4년생으로 기력은 인터넷 급수로 4급 정도라고.


▲ 지든 이기든 늘 훈훈함이 넘치는 한국물가정보팀. 이번 시즌 유일한 새내기 KB리거인 송지훈(사진 오른쪽)을 비롯해 (맞은 편 왼쪽부터) 신윤호 설현준 등 어린 선수들이 제법 많다.

이 기사는 KB리그 운영본부가 제공하는 사진과 기사를 사이버오로가 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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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티누스 ｜  2015-08-25 오전 1:12:00  [동감0]    
맞습니다. 아무리 사실상이라고는 해도 그런 식으로 굴면 안 되는 겁니다.
요즘 기자들 맞춤법, 띄어쓰기, 문법 엉망인 거야 새삼스러우니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지만
기자의 기본적 덕목조차 모르는 건 묵과하기 어렵습니다.
eflight ｜  2015-08-25 오전 1:09:00  [동감0]    
이창호 9단 날씨가 좀 선선해지니 컨디션도 회복되는듯.
삼성배에서 와일드로 우승 한 번 일궈내길!
사단젖혀 ｜  2015-08-24 오후 9:38:00  [동감1]    
동감입니다. 김정현 선수가 그 팀에서 랭킹이 제일 높고 따라서 실질적 에이스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 알아도 이런 식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그 팀의 주장
에 대한 실례입니다. 매번 이런 식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면서 무례를 범하
는 것은 악의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
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에이스라는 게 바른 영어 표현이 맞나요? 왠지 일본의 조어 같은
데 한번 찾아 봐야 겠군요.
반짝괭이 ｜  2015-08-24 오후 7:30:00  [동감1]    
아무리 현재성적이 더 좋고 랭킹이 더 높다 해도 엄연히 1지명 선수가 이
창호9단인데 매번 기사낼 때마다 한 번 빠짐없이 김정현 선수를 에이스라
고 굳이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실수로라도 한 번 빼먹을 법도 한
데 꼭 그렇게 쓰더라고요. 기자님이 어떤 다른 의도라도 있는건지 궁금하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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