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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은 바둑에도 있다 -1-
바둑 첫 예능프로 시도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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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보안을 유지해 주세요” 바둑TV 김정연 피디가 거듭 당부했다. 주마다 한국바둑리그를 리뷰하는 프로그램 <2015 KB리그 주간명승부>를 제작하는 김 피디는 이번 프로그램은 여름 특집이라고 했다. 아니, 얼마나 대단한 여름 특집이기에 이렇게 철저하게 비밀로 하라는 것일까 궁금했다. 하긴,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미리 내용을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듣고 보니 충분히 숨길만 했다. 바둑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거였다. ‘1박2일’이란 프로그램을 다들 아실 것이다. 멀리 로케를 떠나 각종 체험을 해보는, 아니 사서 고생하는(^^) 체험형 프로. 이번 여름 특집은 바둑을 소재로 한 1박2일이었다. 기자가 동행취재에 나서기로 했다. 지상파의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 <1박2일>은 거짓 연출을 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사전에 짜인 각본대로가 아닌, 어떻게 튈지 모르는 상황 전개에 환호를 보낸다. 김정연 피디는 미리 알려지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떠벌려지면 김 샐 것이고 ‘리얼’의 묘미는 반감할 것이었다. 김정연 피디는 바둑 1박2일에 대해 어찌나 보안을 잘 유지했는지 심지어 출연자들조차 무얼 찍으러 가는지 잘 몰랐다. 주간명승부 여름특집의 출연자는 최명훈 국가대표 코치, 이희성 9단, 김만수 8단, 김여원 진행자, 추두엽 진행자. 7월27일 오전 8시50분, 이들은 소풍 내지 엠티를 떠나는 기분으로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대기했다. 분장실에서 농담을 하면서 여행 떠날(?) 채비를 하던 이 다섯 명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자를 보자 눈이 커지면서 놀랐다. “여긴 웬일이세요?” 세상에! 기자가 동행한다는 사실조차 비밀로 했던 것이다. 1박2일이라고 하면 불복복 게임이 떠오른다. 거친 환경에서 다소 심하다 싶은 벌칙을 주기도 하는 콘셉트이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힌트 정도는 줄 줄 알았는데 출연자들은 그냥 서울을 멀리 떠나서 만드는 프로그램 정도로 알고 있었다. 심지어 제작진 중에서도 이게 바둑판 1박2일 콘셉트인 줄 모르는 이도 있었다.  ▲ 한국기원을 출발해 강원도 인제로 향하는 출연자들. 이희성(왼쪽부터) 김여원, 김만수. 최명훈이 운전하고 추두엽이 보조석에 탔다.  ▲ 다녀옵니다! 야호 서울을 떠나자~  ▲ 피디,에이디, 카메라 감독이 탄 제작진 차량.  ▲ 오른쪽으로 보이는,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차량엔 출연자 다섯 명이 타고 있다. 김피디는 올 초부터 치밀하게 계획해 왔다. 실은 바둑TV에서도 논란이 된 기획이다. ‘너무 무리하다, 포기하는 게 어떨까’라며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기존에, 바둑TV에 예능에 가까운 프로그램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환도사 반상유람기>나 <김지석의 삼성화재배 토크> 같은 게 있었다. 그러나 이번 프로그램은 차원이 달랐다. 바둑 1박2일의 제작진은 피디, 에이디(조연출),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을 다 합쳐도 9명이었다. 지상파 1박2일의 제작진은 수십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단 인력이 부족했다. 김정연 피디는 태연하기만 했다. 김피디가 기획안을 임진영 국장에게 내밀었을 때 임국장은 “용기 있는 생각이네.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밀어줄 테니 최선을 다해 보게”라고 하지는 않았고(^^) 그저 “잘 해 보게”라고 했다. 김정연 피디는 바둑TV 내에서 ‘악마 피디’로 통한다. 크리스천인데 말이다. 하고자 하는 건 그대로 밀고 간다. 특유의 낙천성도 인상깊다. 어지간한 일은 쿨하게 웃고 넘어간다. '~해도 됩니다체' 말투도 범상치 않다. 간곡히 부탁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해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가령 어두운 골목에서 칼을 든 양아치를 만났다 치자. 일반 사람들은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라고 빌 장면이다. 이런 경우 김피디는 “(쌩긋 웃으며) 한번만 그냥 보내주셔도 됩니다.”라고 한다. 한데 희한하게도 이 말투에는 마력이 있어서 듣는 사람들이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양아치들도 그냥 보내줄지 모른다.  ▲ 선글라스를 쓰고 최명훈과 이야기하는 김정연 피디. 카리스마가 넘실댄다.  ▲ 전신 샷을 잡아보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김정연 피디. 일명 '냉장고'바지를 입고 다녀 푸근해 보인다. 두 대의 차로 나뉘어 제작진과 출연진 일행은 강원도로 떠났다. 촬영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일대에서 이뤄졌다. 숙소로 바로 가지 않았다.  ▲ 이번 바둑 1박2일의 무대가 됐던 장소. 바둑 1박2일의 첫 날 첫 씬은 시냇가 위 한 정자에서 하는 바둑 검토였다. 서울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반면 이곳 인제는 산골로 올라가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크러뜨려 놓을 만큼 시원했다. 대형바둑판과 바둑알은 섬유 소재로 제작된 것이었다. 흡착력이 있어 야외에서 활용하기 좋았다. 손맛이 없다는 건 작은 단점. 검토 자체는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장소가 달라졌다는 점이 기분 전환이 됐다. 외부로 나오니 제작진에겐 전력 공급이 숙제였다. 줄기찬 촬영에 빠르게 닳아없어지는 ENG카메라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했다. 김피디가 인근 슈퍼마켓에서 간식거리를 잔뜩 사면서 잠시 콘센트를 빌릴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그래서 바로 옆 노인정에 부탁을 했는데 어르신들은 기꺼이 빌려 줄뿐 만 아니라 충전이 끝나자 배터리를 제작 현장으로 가져다 주시기까지 하셨다.  ▲ 취재진의 차가 가장 먼저 멈춘 곳은 이곳.  ▲ 강원도의 자연이 펼쳐지는 인제에 왔다.  ▲ 강원도의 자연이 바둑 1박2일 팀을 반긴다.  ▲ 졸졸졸 시냇물.  ▲ 시냇물이 좀 더 큰 줄기로 합쳐지고.  ▲ 이곳에 정자가 있었으니.  ▲ 확 달라진 환경에서 바둑리뷰를 했다. 왼쪽 오렌지 티셔츠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만수 8단, 이희성 9단, 추두엽 진행자, 김여원 진행자, 최명훈 국가대표팀 코치.  ▲ "남편(박정상 9단)이 대국할 땐, TV로도 경기를 보지 않아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죠."(김여원)  ▲ 바둑 1박2일을 소풍처럼 즐기는 출연자들.  ▲ 바둑TV가 특별 제작한 '착착' 바둑판. 바둑알이 판에 '착'하고 달라붙는다. 바람에 강하다. 소위 '찍찍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 김만수(왼쪽부터), 이희성, 추두엽.  ▲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 절묘한 지점에 정자가 있었다.  ▲ 김정연 피디의 뒷모습.  ▲ 시청자 여러분, 저희 도착했어요.  ▲ 아, 야외로 나오니 좋네요. 둘째 씬에서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복불복은 아니었을 수 있었다. 실력이 관건이 되는 게임을 했다. 이희성 9단과 추두엽 진행자 팀과 김만수 8단과 김여원 진행자가 한 팀이 되어 ‘명령바둑’을 두었다. 명령바둑은 말 그대로 바둑을 진행하는 도중 상대에게 어디를 착수할지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이색바둑이다. 지는 쪽은 폭포물에 들어가는 벌칙을 받는다. 초읽기 10초 2회를 준다. 이희성-추두엽 조가 2점을 깔았지만 김만수-김여원 조가 유리할 걸로 봤다. 추두엽 진행자가 일반 아마5단의 수준인데 비해 김여원 진행자는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6단으로, 프로에 가까운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희성-추두엽 조의 승리. 김만수 8단과 김여원 진행자는 수건을 준비했다. 폭포의 이름은 ‘이단폭포’였다. 위에도 폭포가 있고 아래에도 폭포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껏 보았던 폭포와 다른 게 있다면 무척 사납게 물이 떨어지는 점이랄까. 물을 만져보니 어마어마하게 찼다. 해도 뉘엿뉘엿지고 있어서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시원하다, 잘됐다’ 생각하기는 어려울 상황이었다. 역시 벌칙의 왕은 ‘입수’였다.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정연 피디는 “왜 입수, 입수 하는지 알겠군요.”라고 했다. 원래 물장난을 하면 모두 끌어들이고 싶게 마련이다. 벌칙의 성격이었던 입수는 어느덧 사라지고 아무나 서로 빠뜨리는 무법천지로 변했다(^^). 피디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자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숙소로 향했다. 산과 밭, 수풀로 가득한 외진 곳에 숙소가 있었다.  ▲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게임 장소로 향하는 출연자들.  ▲ 명령바둑을 하게 된 출연자들. 이희성과 추두엽이 한 팀, 김만수와 김여원이 한팀. 최명훈은 심판과 복기를 맡았다.  ▲ 10초2회는 아주 빠른 템포다. 대국자들은 바둑판 가까이에서 서서 대기하며 수순을 이어나갔다.   ▲ 치열했던 명령바둑.  ▲ 이로써 김만수-김여원 팀은 벌칙으로 폭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 심판도 복불복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패자팀과 가위바위보를 해 지면 심판도 폭포에 들어간다. 최명훈은 졌다.  ▲ 수건을 준비했다.  ▲ 이곳이 그 유명한 이단폭포.  ▲ 아랫쪽에 다시 폭포가 이어진다. 아래쪽은 다소 규모가 작긴 하다.  ▲ 벌칙을 받으러 오는 일행.  ▲ "여기 야영이 금지돼 있다는데요"(김여원). 물놀이가 금지돼 있다는 말이 헛나왔을 정도로 벌칙을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김여원. 이때 김정연 피디의 대답 "방태산 산림사무국에 다 허가를 받아놨습니다.(쿄쿄쿄-잔인한 웃음)"  ▲ 어차피 들어가야 할 거 거침 없이.담대한 김만수  ▲ 허무하게 가위바위보에서 져 물로 들어가게 된 최명훈.  ▲ 어푸 어푸.  ▲ 김만수도 풍덩  ▲ 허걱....  ▲ 놀라긴...  ▲ 으아앙. 피할 길은 없단 말인가.  ▲ 꺄아악  ▲ 전 할머니 체질이라 뜨듯한 데만 좋아한단 말이에욧  ▲ 명령바둑에 아주 뛰어난 김만수는 희한하게도 '명령'을 너무 일찍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부러 졌다?' - 미안해, 여원 흐흐  ▲ 이렇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 어이, 패잔병들은 입수 잘 하고 계신가. 슬슬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나타난 승자들 이희성과 추두엽.  ▲ 그러나 잠시 뒤, 추두엽은 도망가고 이희성은 이렇게 됐다.  ▲ 어, 사람 살려.  ▲ 오호홋, 추워.  ▲ 하하핫 좋습니다. 이런 분위기.  ▲ 피디님, 뭐 느껴지는 거 없습니까. 곁으로 다가서는 김만수.  ▲ 으악!!!  ▲ 저 머리카락 괜찮나요?  ▲ 카메라맨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김피디.  ▲ 쏟아져 내리며 이 광경을 즐기는 폭포. - 2 - (8월12일(수))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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