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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국수 박지연 “첫 우승 때완 다르다!”
제20기 여류국수전 시상식, 한국경제신문사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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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국수전에서 첫 우승할 때만 해도 좋은 일들은 언제나 나에게 손짓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후, 삶이란 그렇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3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제20기 가그린배 여류국수전 시상식에서 상패와 상금보드를 받은 박지연은 쾌활하게 웃다가 진지해진 얼굴로 말을 꺼냈다. 지난 5월18일 박지연은 스물네살 동갑내기 김신영 초단을 결승에서 2-1로 꺾고 여류국수전에서 우승했다. 2012년(17기)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여류국수를 차지했다.  ▲ 여기는 시상식장 한국경제신문사 17층.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상패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시상식장에서 만난 박지연(왼쪽)과 김신영.  ▲ 치열한 결승전을 펼쳤던 두 사람에게 오늘은 웃음만 남아 있다. 3년 만에 여류국수에 다시 등극한 박지은 4단의 심경은 첫 우승 때와 사뭇 다르다. 이번 우승은 박지연 개인에게 ‘좋은 일은 다시 찾아온다’는 희망을 던져준 상징적 성과다. “예전엔 원하는 건 당연히 성취되는 거라 여겼다. 잘 안 되고 있다면 더 열심히 하면 됐다. 이루지지 않을 일은 없었고 좋은 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아니 좋은 일은 척척 나를 따라다녔다. 첫 여류국수 등극은 그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간절함은 없었다.” 2011년 말 기나긴 철권 통치로 한국 여자바둑을 손아귀에 쥐고 있던 루이나이웨이 9단이 고향 중국으로 복귀하면서 한국 여자바둑계 패권을 누가 쥘지 궁금해지던 시절, 박지연은 제왕의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루이와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하던 박지은 9단과 조혜연 9단, 실력자 2명이 권력을 독점하리란 예상이 일찍 깨지고 한동안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가 안개가 걷히면서 주목받은 기사가 최정과 박지연이었다. 최정은 여류명인이 됐고 박지연은 여류국수가 됐다. 여류국수에 오른 뒤 박지연은 점차,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지연은 서서히 밀렸다. 박지연은 결승이나 도전기에서 최정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넘어서지는 못했다. 최정은 번번이 우승을, 박지연은 준우승을 했다. 박지연은 2013년엔 여류명인전(대 최정)과 여류국수전(대 김혜민) 결승에 올랐는데 둘 다 준우승. 단체전마저도 준우승이었다. 올해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소속팀 부산삼미건설이 준우승했고, 천태산배에서도 한국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정과 대결할 때면 박지연은 후반까지 ‘잘 만들어’ 놓고도 갑자기 무너진 때가 적지 않았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 자신감이 약해질 만도 했다. 최정이 현존 한국여자 최강인 건 사실이지만 실력으로 밀린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기지 못했다. “준우승이 많아지면서 더 위축됐다. 바둑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관계도 그렇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 틀어지고 어려워졌다. 뭐하나 좀처럼 뜻대로 되질 않았다.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구나’. 확신이 사라져 갔다. 희망에 대한 확신, 잘 될 것이란 믿음이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목말라하였고, 바로 이 여류국수전에서 다시 우승컵을 쥐었다. 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평범한 미소에서 '살인폭소'로 변신하는 순간을 포착. 패권을 다투는 여자 1인자 최정에게 위축되는 마음은 이제 없다. 현재 한국랭킹 79위인 최정은 남자기사들과의 경쟁에서 대등한 또는 우월한 성적을 내고 랭킹도 계속해서 올리겠다는 각오를 보이지만 박지연의 각오는 좀 다르다. “최정 사범과 달리 난 랭킹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랭킹이 실력의 상당 부분을 나타내지만 완전히 대변하지는 않는다. 여자랭킹을 따로 산정하지 않는 이상. 여자기사들의 랭킹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남자기사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여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최정 사범은 확실히 강하지만 약점은 있다. 웬만하면 강수로 일관하기에 스타일이 읽힌다. 다른 나이 어린 기사들도 앞으로 치고 나온다. 어릴수록 잡념이 없다. 사회를 덜 알고 있으니 당연하다. 나 또한 (앞으로의 승부를 위해)잡념을 없애는 게 과제겠다.” 시상식엔 주최사인 한국경제신문의 이봉구 상무와 후원사인 동아제약의 최호진 상무,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여류국수전 해설위원인 노영하 9단, 김효정 기사회장 등이 나와 우승자와 준우승자를 축하해 주었다. 여류국수전에서 우승 소식을 들은 라디오방송국 피디가 박지연에게 제의해, 지난달 박지연의 목소가 ‘잠깐만’캠페인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정작 나는 내 목소리가 나오는 방송을 (어색해서) 못 듣겠더라.”라며 깔깔 웃는 박지연. 희망에 대한 확신을 찾은 박지연의 웃음에 자신감이 배여 나온다.  ▲ 후원사 동아제약 최호진 상무(왼쪽)가 박지연과 우승 상패를 펴보이고 있다.  ▲ 주최사 한국경제신문사 이봉구 상무(왼쪽)가 김신영 준우승자에게 상패를 건넌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봉구 상무와 김신영이 각각 상금보드와 상패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우리 상 탔어요.  ▲ '메르스가 유행하니 면역력을 키워야 해요' 수상자들에게 특별 부상도 '동충'으로 시작하는 건강식품 부상이 특별히 수여됐다.  ▲ 여류국수전 관계자들이 우승자 박지연과 준우승자 김신영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한국경제신문 이봉구 상무, 김신영 초단, 박지연 4단, 동아제약 최호진 상무, 김효정 기사회장, 노영하 9단, 김형배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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