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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인성교육토론회, 어떤 얘기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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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둑을 인성교육에 활용할까’ 이를 주제로 바둑 인성교육 토론회가 열렸다. 7월1일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 약 150명이 참석했다. 윤석만 중앙일보 기자, 이성균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정수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교수, 곽민희 흑백바둑교실 원장이 차례로 주제 발표를 했고 양종호 바둑교육아카데미 소장이 토론회를 이끌었다. 관련기사 ▶ 바둑을 통한 인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클릭!)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의 개회사를 대독한 박치문 부총재는 “이제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인성이 장차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면서 “기성세대와의 소통 수단으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바둑은 인성교육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했다.  ▲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를 대신해 개회사한 박치문 부총재.  ▲ 토론회를 이끈 양종호 바둑교육아카데미 소장.  ▲ 토론회에 참석한 약 150명의 바둑인들.  ▲ 청각장애인들에겐 수화로 토론회 내용이 전달됐다. 이 주제에 대한 공개토론이 처음이어서인지 인성교육이 어떤 것인지 개념화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후반의 질의응답시간은 15분 정도였다. 아침 10시부터 2시간 가량 이어진 토론회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인성교육이 초미의 관심을 받는 것은 지난해 12월 출석의원 199명의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을 배경으로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인성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지만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정부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 되는 게 처음이다. ‘최초’라는 말엔 아픔이 숨어 있다.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이 가져온 폐단들을 ‘사람을 사람답게’ 함으로써 없애보자는 의도지만 인성교육의 속성상 타율과 강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7월21일 시행에 들어가고 전국 1만 2,000여개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화된다. 강제로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이런 고육책을 냈다. 비판이나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구조적으로 개혁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해지는 인성교육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인성을 점수화한다면 또 하나의 스펙 쌓기 경쟁을 낳을 수 있다’ 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사회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의 원인을 개개인의 인성 결여에서만 찾으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행을 앞둔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워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효율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바둑으로 구축할 것인가에 앞서 포괄적으로 인성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내용이 토론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 윤석만 중앙일보 기자. 윤석만 중앙일보 기자는 먼저 ‘인성의 본질이 타율에 의해 강제로 길러질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면서 스스로 깨닫고 성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도덕·윤리 교육을 그대로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고 특정한 몇 개의 덕목들을 주입하듯 강제하는 교육은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덕목’보다 ‘역량’을 키우는 교육은 갈등 상황을 만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를 말한다. 어찌 보면 이 역량은 판단력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윤 기자는 세월호 때 사건을 예로 들었다. “가라앉는 배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어떤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너무나도 착한’ 학생들은 정말 가만히 있었다. 순응적으로만 자라게 한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또 윤 기자는, 자유·연대·인권·노동·공동선 등의 공화국 가치를 질문과 토론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는 프랑스의 ‘시민 교육’, 노동현장에 직접 가는 현장체험을 통해 인권과 노동의 가치를 배우고 자유민주주의, 인간의 존엄성 등을 학습하게 하는 독일의 ‘정치교육’, 특정 정당의 정책과 이념을 놓고 토론하고 법적·인간적 권리와 사회적 책임감, 다양성과 상호존중의 필요성 등을 교과서로 익히게 하는 영국의 ‘시민교육’ 등 해외 인성교육의 사례도 소개했다.  ▲ 이성균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이어서 발표한 이성균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큰 틀에서 인성 교육의 개념 정의를 내리고 인성교육의 방향을 제시했다. 바람직한 인성은 마침내 어떤 국면으로 나타날까. 이 교수에 따르면 인성에 관한 수식어는 “바른· 옳은(just· right), 착한·좋은(good), 훌륭한(excellent)”으로 나타난다. 물론 부정적으로는 “나쁜(bad), 그른(wrong), 잔인한(wrong)”이다. 이런 걸 집약적으로는 ‘도적적’이라거나 ‘윤리적’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수식어는 인성교육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을까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 교수는 인성교육을 “인지적 영역과 운동기능적 영역을 제외한 인간의 모든 영역에 관한 교육”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국영수를 잘하는’, ‘심폐 기능이 좋은’ 따위의 수식어는 인성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꾸밈말은 아니다. 확장하면 ‘바둑을 두면 집중력이 좋아지는’ 역시 인성교육의 직접적인 영역은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성교육은 다른 교육과 병행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인지적·운동기능적 영역과 인성교육을 완전히 분리시켜 놓을 수는 없다. 이 교수는 “지(知), 덕(德), 체(體)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걸 인성교육의 목적으로 봤다. 인간의 모든 측면 즉 영성, 지성, 감성, 상상, 도덕, 심미, 신체, 창의 등이 고루 조화된 전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성이란 말은 ‘인간다움’ 즉 ‘본성’이라고도 바꿔 말할 수 있기에 인성에 관한 역사적인 고찰도 원용할 수 있다. 맹자, 순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가 모두 인성교육을 설파했다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맹자는 “인의예지를 잘 간직하는 일이 인성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했으며,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므로 스승과 법도로써 교화하기 위한 작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고, 플라톤은 “인성교육은 감각과 육체적인 것으로부터의 영혼의 해방, 순수화를 의미한다.”라고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 이성, 습관의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인성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라고 보았고, 칸트는 “인성교육의 최고의 목표는 인간을 자유로이 행위하는 존재로 형성하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정리했다. 또 이 교수는, 인성교육은 체험중심, 자율적 행동 추구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정수현 명지대바둑학과 교수. 다음 발표자는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였다. “고수의 영역에 이르려면 기술 연마와 함께 ‘마음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기성 우칭위안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 교수는 “성격의 거울, 인생의 축소판 등으로 불리는 바둑이 인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건 널려 알려진 사실임에도 바둑을 통한 인성 교육은 그동안 크게 발전되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무엇보다도 대국할 때 인사를 하는 등의 예절 훈련 수준에 그치고 있는 한계를 짚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부터 바둑은 그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위기십결>에 나오는 ‘부득탐승(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 ‘신물경속(경솔하게 두지 말고 신중을 기하라)’, ‘공피고아(공격할 때는 자신을 돌아보라)’등의 기훈은 인간 수양의 좋은 금언이며 이는 바둑에 철학과 도가 녹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했다. 즉, 바둑을 통한 인성교육은 사물을 차분하게 관조하게 태도를 갖게 하고, 분노와 공격성을 해소시키며, 충동적인 성격을 변화시키고, 어려운 상황은 끈기로 이겨내게 하며, 규칙을 준수하는 태도를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 같은 요소들은 바둑을 두기만 해서 바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바둑 인성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교사가 바둑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하고, 대국자가 창의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며, 몰입의 즐거움으로 인도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흑백바둑학원곽민희 원장. 한편 바둑의 인성교육 효과는 그동안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를 흑백바둑학원 곽민희 원장이 발표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초·중등 학생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사례, KEDI인성검사를 통한 바둑을 배운 학생과 일반학생의 비교, 바둑교실의 인성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곽 원장의 발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성교육의 주요 덕목 중 하나인 ‘배려’다.(※인성교육진흥법이 밝히고 있는 덕목들은 일종의 예시로서, 그것뿐이라는 뜻은 아니다.) 승부가 나는 경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배려가 강하게 나타나는 게 바둑이라는 것이다. 곽 원장은 바둑교실에서 직접 ‘친절바둑’이라는 것을 시행하게 했다. 친절바둑은 실력이 높은 학생이 낮은 학생과 바둑을 두고 난 뒤 복기를 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에게 성심껏 가르쳐 주고, 잘하고 못한 대국 내용을 칭찬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이다. 자기조절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었던 한 학생은 친구를 때리고 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친절바둑’을 하면서 점차 변화되었고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학생을 배려하고 존중하게 되었으며 때리고 욕하는 것도 결국은 없어졌다고 한다.  ▲ 필기하는 참석자.  ▲ 주제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질의 응답 시간에 한 질문자는 바둑이 다른 분야와 비교해 인성교육에 더 잘맞다고 내세울 수 있는 차별성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윤석만 중앙일보 기자가 대답했다. “고전명화(그림), 유도처럼 다양한 인성교육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나름대로 인성교육에 도움 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바둑은 인성과 더불어 집중력·사고력 같은 지성을 같이 키워줄 수 있다. 이런 점이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바둑으로 어떤 인성교육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서는 10월 말에 있을 제2차 토론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 토론회 원고를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바둑인성 토론회 원고(정수현).hwp 바둑 인성교육 토론회 원고 (이성균).pptx 바둑의 인성교육 효과(곽민희).hwp 한국기원(발제문-윤석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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