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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v74를 기대하며
조-조대결이 2주 늦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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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라의 썰전說戰 - 아홉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조치훈 9단이 다시 타이틀 사냥에 나섰다. 메이저 기전이 아닌 시니어 기전인 것이 아쉽지만 우리의 시니어 대회와는 '격'이 다르다. 지난 6월27일, 만50세 이상 중 타이틀전 우승이 있는 기사만 참여할 수 있는 일본 마스터즈배가 열렸다. 일본은 타이틀전 우승자가 많아 별도의 예선을 치러야 한다. 9단들만 참여하는 우리나라의 맥심커피배와 같은 느낌이 나는 대회다. 이름값은 둘째 치고라도 상금(500만 엔, 우리돈으로 약 4500만 원) 역시 적지 않아 공식대회로 인정 받기에 손색이 없다. 조치훈 9단은 이 대회 1, 4회에서 두번 우승했는데, 지난해 고바야시 사토루 9단에게 승리해 통산 7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올해는 두 기사가 4강에서 만나 다시 조치훈 9단이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근황을 전하는 뉴스라면 이 정도로 끝낼 수도 있지만 막상 파고 들어가니 재미 있는 게 많다. 그 동안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일본바둑 속으로 모처럼 한번 풍덩 빠져들어가 보자. 조-조대결이 2주 늦어진 이유 5월18일 밤. 조훈현-조치훈의 이른바 ‘조조대결’ 성사 보도를 한국기원에서 발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사정 설명 없이 날짜를 변경했다. 처음엔 7월12일이라고 했는데 살그머니 7월26일로 바뀐 것이다. 모든 언론사가 대국날짜 오보를 낸 셈. 메르스로 인한 연기가 아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조치훈 9단의 대국일정을 일본기원이 변경할 수 없다고 통고해 와 벌어진 촌극이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알고 보니 바로 마스터즈배 결승이 7월11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조치훈 9단이 이 기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것. 섭외 몇 달 전에는 미처 결승전 날짜까지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일본기원 입장에서는 비공식대회인 조-조대결을 위해 결승전 일정을 봐 줄리 없다. 결국 2주 뒤인 7월26일로 대국 날이 바뀌게 된 사연이다. 하네 나오키의 아버지 ‘하네 야스마사’ 16강전과 8강전의 대국상대가 재미있다. 전년도(4회) 우승자인 조치훈 9단은 첫 경기를 ‘나고야의 별’이었던 하네 야스마사(1944~) 9단과 두었다. 그는 지난 5월22일 만 70이 넘은 나이에 프로통산 1200승을 달성했다. 일본 역대 6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아직도 현역에서 팔팔한 실력을 보여 주고 있는 원로기사다. (통산 1위는 조치훈이다. 1455승)  ▲ 미국 바둑대회에 참가한 하네 야스마사 9단 가족과 바둑팬들. 사진 앞 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하네 나오키의 아버지 하네 야스마사 9단이다. 어릴 적 기억. 중일 슈퍼대항전이라는 대회가 있었다. 일본바둑이 제일이라고 하던 시절, 어느 순간 중국과의 교류전에서 만만치 않아지자 그렇다면 어디 본격으로 한번 붙어보자 하여 양국이 베스트 선수 7명씩 나와 대결한 대항전이다. 이때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사람이 다름아닌 녜웨이핑 9단이다. 1~3회 대회에서 마지막 주장으로 나와 9연승을 거두며 중국의 우승을 내리 결정지어 대륙의 영웅이 되었다. 대만의 잉창치 선생도 이 결과에 고무되어 녜웨이핑이 우승할 것이라고 믿고 응씨배 세계대회를 열 정도였다. 1989년 제4회 대회에서 당시 ‘일본의 신성’ 요다가 시작하자마자 6연승을 올려 ‘철의 수문장’ 녜웨이핑을 일찌감치 불러냈다. 하지만 녜웨이핑은 요다의 기세를 잠재우고 이어 아와지 슈조까지 돌려세우며 11연승의 기록을 이어나갔다. 3년 내내 녜웨이핑 악몽에 시달렸던 일본으로선 다시 가슴을 졸이기 시작했다. 이때 녜웨이핑의 연승기록에 종지부를 찍고 일본에게 첫 우승을 안긴 사람이 바로 하네 야스마사이다. 이후 녜웨이핑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응씨배 우승을 통해 더욱 강해졌던 조훈현 9단과 대비된다. 하네 9단은 91년 왕좌전에서 우승하며 마스터즈 참가자격을 갖췄다. 그렇지만 1년 후에 왕좌 타이틀을 빼앗겼는데, 그 상대가 다름아닌 66세의 후지사와 슈코 9단이었다. 일본 최고령 타이틀 획득기록의 맞상대로 기록되었다. 공교롭게도 이전까지 최고령 타이틀 보유 기록자는 하네의 스승인 시마무라 도시히로 9단(77년 천원전을 65세에 획득)였다. 스승의 기록까지 날린 셈이 됐다. 후지사와 슈코 9단은 다음해 왕좌를 방어해 최고령 타이틀 획득기록을 67세로 늘렸고,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 1980년에는 명인전에서 조치훈 9단이 오다케 히데오 9단에게 도전했다. 운명의 1980년, 그리고 히코사카 나오토 조훈현과 조치훈을 말할 때는 1962, 1980, 1989를 꼭 기억해야 한다. 두 기사의 운명이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1962년에 조치훈은 만6세. 그 해 일본 유학을 떠났고 이후 최고의 기사로 성장한다. 1962년 그 해 조훈현은 만9세 프로 입단이라는 세계기록을 세우며 프로기사가 되었다. 1989년, 조훈현은 응씨배 우승과 함께 바둑황제의 칭호를 받았다. 조치훈 역시 본인방전 타이틀에 복귀(이후 10연패)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두 기사에게는 새로운 도약으로 맞물리는 해다. 그렇다면 1980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해 조훈현은 명인전에서 서봉수를 꺾으며 1차 전관왕(9관왕)을 달성했다. 일본이 바둑의 메이저리그로 대우받고 있던 시절이긴 해도 전관왕 기록은 후덜덜, 장난이 아닌 기록이다. 그런데 모든 팬들의 관심을 일거에 돌리는 진짜 빅매치가 일본에서 열리며 전관왕위업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조치훈 8단(당시)이 ‘명인’에 도전한 것이다. 아래 바둑은 당시 오다케 히데오 명인에게 2:1로 앞선 상황에서 둔 4국이다. <장면도>를 먼저 보자.  ▲ 제5기 명인전 도전 4국, 1980. 10. 8~9. 백: 명인 오다케 히데오 흑: 8단 조치훈 백1 팻감, 흑은 2로 받고 백이 3으로 패를 따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치훈이 유리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마지막 1분 초읽기에서 기록자가 “40초”라고 하자 조치훈이 기록자에게 “내가 패를 따낼 차례 인가?”라고 묻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록자에게 패를 따낼 차례인지 팻감을 쓸 차례인지 묻는 행위가 일본에서는 반칙이 아니었다. 기록자는 “하이(예)”라고 대답했고, 안심한 조치훈은 흑4로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따냈다. “아레’(어)…이거 곤란하게 되었는 걸.” 명인의 한마디에 바둑은 중지되었다. 조치훈은 룰을 어기지 않았고 명인도 이미 멈춰버린 그 장면에서 대국을 계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제한시간 각자 9시간씩 이틀 간 벌어진 혈전이 밤 10시40분, 213수를 끝으로 결국 무승부로 판결났다. 7번승부 최초의 무승부 대국이다. 사실 팻감을 정상적으로 썼다면 A의 곳에 팻감이 많은 조치훈이 유리했다. 다행히 이후 5,6국을 승리하면서 첫 명인 타이틀을 가지고 조국으로 금의환향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많이 아팠던 시절. 조치훈은 오다케를 이긴 것이 아니라 일본을 정복한 영웅으로 환영받았다. 하네 9단에게 첫판을 이긴 조치훈 9단은 8강전에서 히코사카 나오토(1962~) 9단과 마주했다. 이 대회 참가자 중 가장 어린 기사(?)로 99년 십단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어 만50세가 되면서 대회 출전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무승부가 빚어진 명인전 도전4국 때 ‘하이’라고 대답했던 기록자가 당시 만18세, 프로4단이었던 히코사카 나오토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런 큰 사고에도 꿋꿋하게 타이틀까지 따냈으니 히코사카 9단 역시 만만치 않은 기사임에는 틀림없다. 조치훈 9단의 결승 상대는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 9단. 기성, 명인, 본인방전에서 조9단에게 주로 타이틀을 헌납한 기록이 많다. 오는 7월11일에도 조치훈 9단의 v74에 일조하기를 희망한다. ^^ 지난회 묘수 댓글에서 조훈현 9단의 묘수를 선택한 분들에게 [꼼수 퇴치법] 1,2권을 드립니다. 추첨은 공정을 기하고자 아들 김준우가 했습니다(동영상 참조). 당첨되신 '대국중무심'님께는 사이버오로 회원등록시에 기입한 주소로 이번 주 내에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주소에 변경사항이 있으시면 사이버오로 운영팀으로 연락해주십시요. 02-2285-6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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