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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과 지역연구생제도
제44회 소년체육대회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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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라의 썰전說戰 - 여섯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지난 5월30일 오전9시30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른 더위 속에 약간의 비를 뿌리는 제주는 시원했다. 공항과 반대편에 자리한 서귀포에서. 제44회 소년체육대회가 열렸다. 정식 종목으로 첫 발을 내딛은 바둑은 초등부 남녀 단체전 2종목과 중등부 남녀 단체전 2종목에서 4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지방으로 내려간 후배 프로들. 처음엔 지역연구생 사범. 이제는 지역 바둑팀 감독이다. 정식종목의 위력은 선수단 규모에서 확실히 나타났다. 단장, 협회임원, 총감독, 각 부문 감독, 학교 담당선생님, 도장 원장에 선수들의 부모까지 선수 한명에 따라온 스텝만해도 대단했다. 프로 바둑보다 좀 더 스포츠에 가까운 느낌. 바둑리그보다 훨씬 높은 지역의 관심도. 앞으로 바둑의 미래가 새롭게 펼쳐진 것 같은 기분.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점은 확실했다. 대회를 보며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 본다. 1. 초등부 단체전 올해 4월에 한국기원에서 열린 서울지역 선발전. 분위기가 묘했다. 지역은 곧 협회가 바둑도장이고 가르치는 프로가 당연히 감독이 되며 협회에서 급여를 받아 일체감이 있다. 반면 서울은 달랐다. 바둑은 도장에서 배우고 학교는 따로. 심지어 감독은 아이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 당연히 체전 대비 훈련도 없고 각자 도장에서 알아서 한다. 지역 협회의 요청으로 2년 간 연구생의 소년체전 참가를 막자 서울의 경우 초등부대표가 중등부 보다 센 기현상까지 일어났다. (초등부의 경우 한화생명배나 문화체육부장관배 등 큰 대회가 많아 연구생 5조 실력인 데도 연구생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중등부는 실력이 안 되어 연구생에 못 들어 간 경우이기 때문에 초등부가 더 세다.) 반대로 지방은 초등부 선수구성이 쉽지 않다. 그 동안 유망주들은 서울로 올라가 지역대표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층이 두터운 서울팀과 경기팀이 결승에서 만나는 것은 당연했다. 지역은 여자입단대회가 없다. 이 점은 여자팀의 경합에서 서울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입단을 하려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 남자와 다른 점이 여기서 비롯된다. 10년 전만 해도 바둑교실에 여학생의 비율이 20%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10% 미만. 선수 구성조차도 안 되는 팀이 많았다. 심판을 본 박지은, 이다혜 프로는 도 대표선수로 나온 학생이 계가를 못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오죽하면 여자어린이들에게 바둑을 배우게 하는 방법을 특별히 강구해야겠다고 할 정도.  ▲ 김성룡 심판위원이 소년체전 경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초등부 결승전, 서울팀 이의현(응암초6) 대 경기팀 김현빈(흥진초5)의 대결을 본다. 현재 우리나라 6학년 중 전체1위는 연구생에 있다. 이의현은 2위 그룹에 속한다. 김현빈은 김승준 9단의 아들이다. 5학년이기 때문에 내년이 더 기대가 된다고 할까. 자기자식은 못 가르친다는 말처럼 김현빈도 다른 프로에게 배운다. 바둑은 이랬다. 아래 <참고도 1> 이의현의 흑2,4. 멋진 수순이다. A의 축머리를 이용한 것이다.  ▲ <참고도 1> 흑 이의현(서울) : 백 김현빈(경기) 이의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초등학교 입상경력은 프로가 되면 자동 사라진다. 취미로 바둑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의미한 기록일 뿐이다. 아마대회 입상을 자랑스러워 하지 마라. 이의현이 보여준 수순은 프로의 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기재도 보이고. 바둑을 취미로 했다면 지금까지는 천재소리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가 되려면 이제부터는 죽어라 하고 잘해야 영재, 아니면 보통, 그것도 못하면 원래부터 재주 없음으로 전락한다. 아마추어로서 6학년은 어리지만 프로가 되려는 6학년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2. 중등부 초등부와 달리 중등부는 연구생 불참의 효과(?)가 컸다. 지역 연구생을 꾸준히 키운 전북, 대구, 경북, 대전의 4파전. 대진운은 경북이 가장 좋았고 반면 16강, 8강에 만난 전북, 대구, 대전은 메달을 딸 수 있는 전력에도 조기 탈락의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여자 중등부의 경우 진로가 어느 정도 명확해진 상황. 대부분이 공부로 방향전환한 학생들이다. 완전히 바둑을 접은 상황에서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기뻐하고 대회를 즐기는 모습. 이런 점에서 단체전이 더 좋아 보인다. 남자 중등부 결승에서는 전북 대 경북이 만났다. 전북은 3명 모두 지역 입단 후보. 경북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오더밖에 없었다. 우리1,2,3장이 상대2,3,1장에게 붙는 손자병법의 상중하 전략이다. 그런데 이 작전을 기가 막히게 강만우 9단(경북 감독)이 해냈다. 타 종목과 달리 바둑은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책이 이런 점밖에 없다. 첫판 경북 에이스 차부일(항도중1)은 전북의 김지우(백산중3)를 이기고 있어 넘버투 이우람(유강중1)이 전북의 한준수(백산중3)를 이기면 된다. 그러나 초반 정석에서 성공한 한준수는 상대 추격의 의지를 꺾는 한수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 <참고도 2> 흑 한준수(전북) : 백 이우람(경북) 바로 <참고도2> 흑1이다. 만약 A로 두면 백이 1의 곳에 두어 수상전은 백 유리. 물론 흑1의 수가 어려운 수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비중이 큰 대국에서 저런 한수는 짜릿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마 두면서 온몸이 부르르 떨렸을 것이다. 2대1. 오더싸움으로도 이기지 못하는 전북의 우승은 대단했다. 3. 현재 지역바둑계의 상황은 어떤가 수도권의 집중화로 전체305명의 프로 중 15명만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지역에 거주한다. 당연히 지역 어린이들은 고급 바둑을 배울 기회가 적어졌다. 프로가 될 만한 어린이들은 일찍 서울로 유학을 할 수밖에 없어졌다. 어린 나이에 부모 품을 떠난 아이들은 정서 문제에서도 좋을 리가 없고 수업비 외에 기숙사비가 들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10년 전 지역 입단대회 제도와 지역 연구생 활성화 방안이 나왔지만 사실 실패했다. 배우고 싶어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는 지방에서 공부할 아이들은 없었다. 지역 연구생은 유명무실했고 학적은 지역에 두고 공부는 서울에서 하는, 그러면서 입단대회만 지방에서 치르는 편법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프로가 된 지방 입단자들도 어려운 입단대회를 피해 쉬운 길(지역 입단대회)을 택했다는 낙인이 찍혀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 30대 젊은 프로들이 지방으로 뛰어들어 지역 연구생의 틀을 잡아가며 제자들을 육성하면서부터다. 이에 맞물려 지역 영재입단대회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1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2명으로 확대되었다. 파급력이 다르다. 영재입단대회가 반짝 하다가 사라질 확률보다는 명수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부모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켰고 재주 있는 어린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 입단하겠다는 목표가 가능해졌다. 예전과 비교해 프로가 될 가능성이 5년은 단축된 것이다. 조기에 서울로 유학할 아이들이 이제는 프로가 되면 서울로 올라가는 시대가 열렸다. 4. 평준화가 되려면 얼마나 걸리나 몇년 간은 서울서 프로가 된 아이들과 비교해 지역 입단자가 약할 것이다. 또한 서울에서 입단하기 어려워 지방으로 U턴한 아이들이 기존 지역 아이들보다 강세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재주 있는 초등학교2,3학년들이 6학년이 될 즈음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짧게는 5년, 길면 10년. 성인들의 잔치인 전국체전도 올해 한번 더 시범종목을 거쳐 내년 정식 종목이 된다. 바둑은 이제 제도권 안에서 스포츠의 길로 확실히 들어섰다. 더욱 합리적인 룰 정비와 함께 대회가 빛이 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 어느 대회보다 긴장감과 함께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내년대회는 좀 더 수준 있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  ▲ 올해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제44회 소년체전에 처음으로 선 보인 바둑종목. 서울이 종합우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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