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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했던 박상진, 기원에서 꿈 키운 김지명 '영재 입단'
제4회 영재입단대회서 2명 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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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14•충암중2)과 김지명(14•충암중2)가 영재입단대회를 통과하며 프로기사가 됐다. 둘 다, 영재입단 1호 신진서보다 한 살 어린 2001년생이다. 4월30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4회 영재입단대회 최종일 대국이 펼쳐졌다. 박상진은 본선(더블일리미네이션) 4강전에서 강우혁(14)과 김다빈(14)을 차례로 꺾고 2승으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으며, 김지명은 재대국에서 김다빈에게 이기며 2승1패로 입단을 확정지었다. 박상진은 6살 때 대구 꿈나무바둑교실(원장•유치호)에서 바둑에 입문했다. 이번 입단대회 총전적은 11승1패였다. 2010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한국기원 본원 연구생으로 활동했다. 김지명은 7살에 바둑에 입문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3년 한국기원 본원 연구생으로 있었다. 이번 대회 총전적은 12승2패였다. 충남 청양이 고향이다. 2001년 1월1일 이후 출생자(대회 시행년도 기준 14년 이전 1월1일 이후 출생한 자) 80명이 출전해 4월22일부터 시작한 제4회 영재입단대회는 4월24일 16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려냈고, 4월27일부터 열린 본선에서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대국을 펼쳐 2명의 입단자를 배출했다. 2012년 7월 열린 제1회 영재대회에서는 신진서 ․ 신민준 3단이, 2013년 설현준 2단, 최영찬 초단(2회)이, 지난해 박진영 ․ 박종훈 초단(3회)이 입단한 바 있다. 박상진•김지명이 입단하면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모두 304명(남자 251명, 여자 53명)으로 늘었다. [자료협조 | 한국기원]  ▲ 박상진. 오늘날이 있게 하신 할아버지와 함께. 박상진(14•朴常鎭) 初단 생년월일 : 2001년 5월 19일(대구) 가족관계 : 박지하(43), 조은(41) 씨의 1남 1녀 중 장남 바둑도장 : 충암바둑도장 지도사범 : 김대용 5단 기풍 : 두터운 실리형 존경하는 프로기사 : 이창호 9단 입상경력 : 2015 일요신문배 전국중고생바둑왕전 중등최강부 우승 2013 대한생명배 어린이바둑대회 최강부 공동3위 - 소감은?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만, 얼떨떨하다. 고민이 다 날아갔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침착한 프로기사가 되겠다.” - 하하, 느닷없이 침착한 프로기사가 되겠다니, 어떤 뜻인가? “어릴 때 정말 대책없이 까부는 아이였다.” (이때 곁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이어서 대신 대답했다.) “상진이는 식당을 데려가지 못할 정도로 장난이 심했다. 숟가락 통을 있는 대로 다 엎었고, 남아나는 물건이 없었다. 오죽하면 상진이를 단독 마크하는 직원이 있었을 정도였다. 바둑을 배우게 하기로 했다. 나도 인터넷에선 1급쯤 된다. 바둑을 두면 몰입이 되니 효과가 있을 걸로 봤다. 대구 꿈나무바둑교실에 보냈다. 처음엔 받지 않으려 했다. 6살(우리나이)이니 글도 잘 모르는데 바둑을 가르치기가 난감했던 모양이다. 원장님께 잘 말씀드려서 결국 다니게 했는데 상진이가 그럭저럭 적응했다. 지면 돌을 엎는 등 버릇이 여전했는데, 열심히 다니더니 거짓말처럼 침착한 아이가 됐다. 그때만 해도 그냥 어수선한 점을 고쳐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프로가 되다니 꿈만 같다. 바둑교실 보낼 때만 해도 프로기사가 되게 한다든지 하는 건 꿈도 안 꿨다. 하하” - 갓 프로가 됐으니 정상급 프로기사와는 실력 차이가 좀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일 것 같나? “선에 덤 5집이면 맞을 것 같다.” - 영재입단대회가 처음 생겼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 이번 입단대회는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전체적으로 김대용 담당 지도사범님의 지도를 받았다. 그외 이태현 사범님이 복기를 보충해 주셨고, 류수항 사범님은 스파링을 해주셨다.” - 어떤 프로기사로 기억되고 싶나? “실력과 인품, 두 가지 모두에서 존경받는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 이창호 9단처럼.”  ▲ 제4회 영재입단대회 최종일 대국.  ▲ 가운데가 입단자 김지명. 왼쪽은 김지명과 친한 도장 형, 뒤쪽은 김대용 담당지도사범, 오른쪽은 김지명의 친누나다. 김지명(14•金志明) 初단 생년월일 : 2001년 3월 4일(충남 청양) 가족관계 : 김용일(52), 심순미(50) 씨의 1남 1녀 중 막내 바둑도장 : 충암바둑도장 지도사범 : 김대용 5단 기풍 : 실리형 존경하는 프로기사 : 이창호 9단 입상경력 : 2013 일요신문배 어린이바둑대회 초등최강부 우승 2013 대한생명배 어린이바둑대회 최강부 공동3위 - 소감은? “입단대회에 나온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바둑을 둘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왔기에 프로가 되어 당황하고 있다.” - 프로기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을 텐데… “마음의 준비가 안 됐나 보다. 프로기사가 되려고 공부했다기보단 그저 바둑이 좋아서 바둑을 공부해 왔다.” - 정말 바둑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외람된 얘기지만 프로기사라고 해서 다 바둑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어떻게 바둑을 시작하게 됐나? “7살 때다. 파리가 개구리의 먹이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이쑤시개로 파리를 찍어 개구리에게 먹이려고 집 바깥으로 나갔는데 옆집 할아버지께서 이웃 할아버지들과 바둑을 두시는 걸 보게 됐다. 파리와 개구리는 까맣게 잊어 버리곤, 넋을 놓고 바둑을 봤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바둑이 나오는 방송을 봤다. 내가 바둑을 신기해하는 걸 아신 옆집 할아버지가 부모님께 바둑을 가르쳐 보라고 권유하셨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기원에 가게 됐다. 내가 살던 곳은 워낙 시골(충청남도 청양)이라 바둑교실 같은 건 없었다. 기원에서 손님들과 쉴새없이 바둑을 두었다. 원래 어른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시는데 내가 기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금연’이 쓰인 종이가 벽 한쪽에 붙었다. 어른들은 나 때문에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둑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어른들은 줄어 갔다. 1년반가량 기원에 다녔다. (인터뷰 때 옆에 앉아 있던 지명 군의 누나가 잠시 지명 군 어릴 적 모습을 이야기 해주었다.) “지명이는 한없이 밝고 명랑했다. 유치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노래로 인사하면서 버스를 시끄럽게 하곤 내렸다. ^^” (다시 지명 군의 말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프로지망생이 됐다. 평촌기린아바둑도장을 다녔다. 그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지내게 된 것이다. 첫날 울었다. 일주일간 아주 괴로웠다. 약 반년쯤 지나니까 견딜 만했다. 바둑은 여전히 재미있었다. 5학년 때 충암바둑도장으로 옮겼다.” - 전업기사가 됐다. 사회인이 된 것이기도 하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의 보호를 받으며 학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려 다른 아이들이 본인을 생경한 시선으로 쳐다볼 수도 있다. “난 지금도, 프로기사가 된 것 같지가 않다. 당장 내일도 그냥 바둑을 재미있게 두고만 있는 나일 것 같다. 물론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바둑을 택한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입단날이라면 책임감이 들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그냥 ‘바둑이 좋다’라는 것 외에는 둘러볼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 바둑이란 게 힘들 때도 있다. “질 때 힘들다. 어떻게 해야 패배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복기할 따름이다. 다행히도 잊힌다.” - 좋아하는 프로기사는? “이창호 9단이다.” - 요즘은 '좋아하는 프로기사가 누군인가'라는 물음의 단골 대답으로 이창호 9단을 얘기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이창호 9단은 강하다.” - 이창호 9단의 전성기는 김 초단이 바둑을 배우기 이전이다. “기보로 접했다. 계산력에서 독보적이다.” - 본인도 계산이 강한가? “아주 약하다. 수읽기가 차라리 나은 것 같다.” (이때 김대용 담당지도사범이 도움말을 주었다.) “지명 군은 어떤 상대한테 연패를 하더라도 의식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들어 결국 이기는 장점이 있다. 보통 기재라고 하면 ‘깜짝 놀랄 만한 수’에서 나타나는데, 때때로 지명 군의 바둑에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굉장히 창의적이다.” - 바둑 방송인 김지명 씨와 이름이 같다. “그분이 워낙 유명인이시라 친구들이 놀린다. 한번은 김지명 아저씨께서 나를 보더니 힘껏 손을 잡아당겨 옆에 세우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한참 웃었다.” - 바둑 외엔 어떤 것을 또 좋아하나? “키가 크진 않지만 농구를 무척 좋아한다. 또 웬만한 운동은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입단 준비 때문에 많이 하진 못했지만…” - 목표는? “포석이 약한데 열심히 해서 보완해 나가겠다. 그리고 즐겁게 바둑을 두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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