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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 황금세대의 커피전쟁
김성룡 9단의 주간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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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썰전說戰]  주간 관전평을 시작하면서프로가 된 지 25년차. 글에 욕심이 생길 줄은 몰랐다. 일기를 쓰듯 한주간의 바둑계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대국 또는 프로의 관점에서 보는 느낌을 표현한다면 어떨까. 다행히 그런 점을 이해해 주고 한 꼭지를 맡겨 준 사이버오로에 감사드리며 4월 마지막주, 입신들의 향연이라는 맥심커피배 결승전과 프로아마 오픈전인 분당기우회장배를 복기해 본다. 바둑계의 황금세대들의 대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 사실 처음 이 대회가 생길 때만 해도 가벼운 이벤트 정도로만 생각했다. 불과 16년 전만 해도 9단이 많지 않던 때였고, 나는 5단에 불과했다. 입신이 되려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런데 꾸준히 대회가 이어졌고 9단의 수가 증가하자 예선전까지 치르는 사태(결코 생각하지 못했다 ^^), 급기야 이제는 랭킹 순으로 커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결승전에 오른 기사는 최철한과 홍성지. 이른바 바둑계의 황금세대들이다. 90년대 이창호가 일으킨 바둑붐은 바둑TV를 만들었고 세계대회를 창설케 했으며 어린이들의 교육공간인 바둑교실을 들어서게 했다. 당시 ‘이창호의 힘’은 바둑학원을 차리기만 하면 100명은 기본으로 등록하는 상황에 미쳤고, 10평 남짓의 바둑교실에 아이들이 밀어닥쳐 300명이 넘게 되자 은행에서 사용하는 번호 대기표를 만들 정도였다. 전설처럼 들리는 이 얘기는 당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원생을 보유했던 수원 어느 바둑교실 원장의 증언이다. 전국 1000여 곳의 바둑교실에서 매년 10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바둑을 배우고 그곳에서 천재라고 불리던 이들이 속속 프로가 되었다. 이창호 신드롬이 인 90년대에 바둑을 배워 2000년대에 입단한 이 기사들은 80년대초 조치훈붐을 타고 입문해 90년대에 입단한 10년 선배기사들과, IMF 이후 바둑교실 암흑기에 입문해 이후 입단한 영재프로들과 경쟁력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른바 ‘송아지 3총사’를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 세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일본바둑의 르네상스시대에 바둑을 배운 조치훈, 고바야시의 황금세대들을 왜 그렇게 후배들이 못 넘었을까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와 같은 상황을 그들은 20년 먼저 경험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현역 장병 홍성지의 ‘반상 군인정신’ 홍성지(87년생)는 고향이 전주다. 지금은 동향 후배인 나현이나 이동훈이 더 유명해지며 이창호의 후계자들로 평가받지만 사실은 훨씬 앞에 홍성지가 있었다. 바둑리그에 전북팀이 생긴다면 지역연구생 사범으로 있는 박지훈까지 합쳐 전주출신으로만 5명을 구성해도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홍성지는 2008년 이세돌을 상대로 한국물가정보배에서 2:1로 승리하며 타이틀을 획득해 깜짝 놀라게 했다. 그렇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는 곧 큰 슬럼프를 겪는다. 어머니의 암투병이 시작된 시점이었고, 마침 군문제와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 힘들게 했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담담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를 보면서, 보통 수준의 한 프로가 아닌 일류 프로로 성장하고 있음을 곁에서 느꼈다. 군에 입대할 때도 편안해 보였다. 오히려 해군 입대 이후, 현역 장병 기사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 요 사진은 김구라의 특종사진. ^^;; '딸 바보' 최철한 9단. 동네사람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아기 안는 띠(포대기라고 하나?)를 두른 채 동네방네 행마(산책)하는 게 요즘 최대의 낙이다. 이 분야에서도 이세돌 9단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인배 최철한? 최철한(85년생)에 대해선, 굳이 보충설명을 더할 필요가 없는 기사다. 내가 그를 남보다 많이 안다고 할만한 점이라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기에 소소한 일상 모습을 조금 더 목격하는 정도다. (그렇다고 집 초대를 받은 적은 없음.) 최근 나는 알고 바둑팬 여러분은 모르는 얘기를 해 보자면 이렇다. 1. 뒤늦게 배운 배드민턴을 즐겨한다. 초급이지만 배운 지 1년이 안돼 대회에 나가 우승한 적이 있음. 2. 아파트단지에 [축 최철한9단 우승]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다는 딸 이야기를 듣고 “촌스럽게 첫 우승도 아닌데…”라며 철한 아버님에게 잠시 실망한 적이 있음. 직접 봤더니 배드민턴 동호회 일동이라고 적혀 있어 빵 터짐. 3. 바둑 못지않게 ‘딸 바보’ 경쟁에서도 가히 이세돌을 위협하고 있음. 쉬는 날 날씨가 좋으면 딸 산책시키는 것이 취미일 정도. 특이한 점은 유모차보다 엄마들처럼 직접 아기띠(일종의 포대기)를 하고 다님. 평일 낮에 그런 모습으로 동네 산책이 많아 주민들은 대부분 살림하는 남자로 생각함. 4. 바둑TV의 모 PD가 언젠가 이런 얘기를 함. 예전에 연속으로 준우승하고 끝난 뒤 웃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그 사람이 바로 최철한이라고. (그는 지난해에도 1월 천원전, 4월 GS칼텍스배에서 0:2, 0:3으로 준우승만 했다.) “정말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죠” 라며 껄껄 웃었다는 사람. (보통 정상인의 경우 인생 하직한 얼굴이 대부분. 이럴 때 대인배라고 해야 하나.) 5. 얼마전 목진석에게 진 다음 날에도 웃으며 가족과 함께 점심 외식을 하러 동네를 나서는 모습을 보여 구리와 함께 확실히 대인배의 행보를 보여줌. (대인배=기부천사 ^^)  ▲ 맥심커피배 결승2국은 강원도 평창에 자리한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렸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곳에서 앞으로 바둑대회를 종종 개최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누가 어린이날에 웃을까 맥심패 결승2국은 4월29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벌어졌다. 앞으로 벌어질 LG배 본선도 이곳에서 할 예정이라 한다. 청정지역 강원도가 바둑투어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 [장면도] 맥심배 결승2국 : 백 최철한 9단 - 흑 홍성지 9단 [장면도] 국면은 한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최철한이 우세. 백5가 결정타였다. 단수치는데 안 잇는 바보 없다는 격언이 무색해진다. 다음 흑A면 백B의 패를 감당하기 어렵다. C의 곳에 패감 공장이 있기 때문. 가만히 백이 D로 단수 쳐도 흑은 괴롭다. 패감이 없다면 결국 굴복뿐이기에. 그렇다고 흑A, 백B에 흑E로 물러설 수도 없다. 백F에 뻗는 순간 지옥이다. 2국에서 반격해 최철한은 기사회생했다. 이 판마저 져 홍성지에게 타이틀을 진상했다면 근래 목진석에게 양보한 GS칼텍스배에 이어 연속 두개째로, 자칫 ‘타이틀 어시스터’란 별명을 얻을 수 있다. 스포츠에서 어시스트 점수를 많이 올리는 선수는 수훈선수 소리를 듣지만 바둑은 그렇지 않다. 타이틀 향방은 5월5일 어린이날 가려진다. ○● 맥심배 결승2국 뉴스 보기 ☜ 클릭 아마대회에 거꾸로 프로를 끼워주는 대회, 분당기우회장배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아마와 프로가 한무대에서 맞장을 뜨는 오픈무대라는 점. 프로대회에서 아마에게 몇 장의 기회를 주는 것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 치수제이고 아마대회에 프로들을 끼워주는 오픈대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회의 흥밋거리는 프로가 아마를 어느 정도 접으면 우승할 수 있는가이다. 예전에 고교동문 기우회 모임에 갔을 때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실력을 논할 때는 같은 나이의 사람끼리 비교해야 공정하다고. 분당기우회장배는 시니어 대회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기준으로 보면 된다. 토너먼트대회에 의욕이 있는 시니어 프로나 시니어 아마를 기준이 치수를 정하는 게 합당한 이유다. 서로 의욕이 없는 사람과 의욕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에 프로가 아마에게 역으로 덤 5집반을 주는 치수의 황금비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심리적으로 서로 해볼만 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한참 정상급 프로라면 몰라도 설마 시니어끼리 그렇게 접을 수 있으려고…의 분위기. 하지만 서봉수 명인의 등장은 판도를 바꿨고 영환도사(김영환)와 막 불혹을 넘긴 김영삼 9단까지 가세하며 프로 쪽이 우승할 확률이 높아졌다. 일단 아마정상급 주력선수들의 나이가 프로 쪽보다 훨씬 많다. 더군다나 속기바둑이라는 점과 8강부터 방송대국으로 치러야 하는 조건이라면, 이러한 환경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아마 쪽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 김영환 9단(오른쪽)은 16강에서 박영찬, 8강에서 정대상 9단을 꺾고 올라온 박성균 아마7단을 준결승에서 누른 데 이어 결승에서는 김세현 아마7단의 대마를 잡으며 우승했다.<사진제공/타이젬> 김영환 9단, 김세현 아마7단 꺾고 프로 권위 보여 이번 11회 대회에는 프로기사 12명, 아마강자 120명이 참가해 나흘간 열전을 펼쳤다. 맥심배 결승2국과 한날 벌어진 결승에는 김영환 9단과 김세현 아마7단이 올랐다. 치수로 균형을 맞추고 대결했다지만 10년의 나이차를 헤아린다면 김9단이 다소 유리했다. 김세현 아마7단이 졌다하여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면. 시니어가 아닌 주니어로 나이를 확 내려보자. 또한 나이도 비슷하게 맞추자. 공교롭게도 프로 랭킹1위인 박정환(93년생)과 아마 랭킹1위인 위태웅(93년생)은 나이가 같다. 둘이 만난다면 어떨까. 똑같은 조건을 걸고 분당기우회장배 결승(우승 1000만원) 단판 승부를 한다면. 아마 속마음은 서로 지고 싶은 마음 눈꼽만치도 없을 것이다. 그럼 이벤트로 충분히 붙여볼만 하지 않을까. 궁금하게 만들면 궁금증을 못 참는 누군가가 그것을 성사시키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소문만 무성했던 세기의 대결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도 결국 붙는다. 이세돌-구리의 10번기도 니장건이라는 괴짜 회장이 성사시켰고 분당기우회장배도 백정훈이라는 엔젤이 만들었다. 지지옥션배도 마찬가지고. 더 늦기 전 마지막 조-서 10번기도 보고 싶고, 조훈현, 조치훈의 조-조 10번기 대결도 보고 싶다. 팬들을 궁금하게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의 대회는 성공하지 못한다. 우선 나부터 안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분당기우회장배는 성공한 것 같다. 참가 안한 프로도 관심을 갖고 볼 정도니까. [김성룡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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